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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책 사라지고 네거티브만 난무한 총선…"제로섬 한국 정치"

여야 대표가 앞장서 상호비방 전면전…지지층 노린 자극적 발언 난무
검사 출신 與대표에 피의자 신분 민주·조국당 대표…'복수혈전' 탄식도

 

(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4·10 총선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여야의 네거티브전(戰)이 활개를 치고 있다.

 

선거운동 초반만 해도 입단속을 강조해 온 여야는 이제 '막말 리스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독설 경쟁에 매몰된 모습이다.

 

역대 선거들도 막판은 비방전으로 흐른 경향이 있지만 이번 총선은 유독 네거티브로 잠식되면서 공약 대결이 자취를 감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 내내 거대 양당의 강대강 대치로 진영 논리만 강화하면서 정치 지형이 양극화한 데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총선이 종착역에 다다른 가운데 전국 지역구 곳곳에서 초접전 양상이 펼쳐지면서 각자 지지층 결집을 노린 자극적 언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여야 대표가 그런 현상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유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비판하던 도중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논란을 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의 과거 '형수 욕설' 논란 등을 두고 "쓰레기 같은 말", "쓰레기 같은 욕설" 등의 원색적 비난을 가한 데 이어 "본인도 인정하다시피 일베 출신"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일베는 극단적 성향으로 비판받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줄임말이다.

 

지난 4일 양천 연설에서는 민주당 김준혁(경기 수원정) 후보의 막말 논란을 언급하며 "김준혁 같은 사람을 그대로 (후보직) 유지할 거면 차라리 바바리맨을 국회로 보내라"고 했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동작을 지원 유세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를 향해 "'나베'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국가관이나 국가 정체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나베'는 나 후보와 일본의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섞은 말이다. 일본말로는 냄비를 뜻하기도 해 여성 혐오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제주 4·3 학살의 후예",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의붓아버지, 매만 때리고 사랑 없는 계모 같다"고 비유했다가 설화(舌禍) 논란을 일으켰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언급을 흉내내며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너희 옛날에 대검으로, M16으로 총 쏘고 죽이는 거 봤지? 너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가리 깨진 거 봤지? 조심해. 농담이야"라고 했다가 도를 넘은 비유 발언이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네거티브전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정치인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품격마저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해 증오와 혐오의 정치를 부추기면서 정작 민생과 직결된 정책·공약 경쟁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제로섬 게임 구조인 우리나라 정치의 한계는 네거티브전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내가 살기 위해선 상대방을 죽여야 하니 정책 경쟁보다는 고소·고발과 막말만 난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네거티브 전술이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은 네거티브에 많은 비판을 하지만 결국 머릿속에 남는 것은 자극적인 네거티브 내용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상당히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네거티브는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며 "특히 선거를 2주 정도 앞두고는 상대가 방어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네거티브가 활개 치는 기간"이라고 덧붙였다.

 

선거 막판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네거티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견해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마지막에는 모든 당이 중도층보다는 자기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네거티브 전략을 세운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여당 대표와 피의자 신분의 야당 대표들이 선거전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사생결단식 네거티브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치적 악연을 갖고 있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인 작년 2월과 9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청한 바 있다.

 

한 위원장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악연은 더 뿌리 깊다. 문재인 정권 시절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한 위원장은 당시 법무부 장관인 조 대표 일가에 대한 수사를 이끌었다. 이후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한직으로 좌천됐고, 윤 대통령은 감찰과 징계 대상에 올랐다.

 

이런 악연의 고리는 총선 유세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와 조 대표를 겨냥해 "범죄자들을 심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중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검찰 독재정권과 정치 검찰이 수사 기소권을 남용하면서 원한 결과"라고 날을 세웠다.

 

조 대표는 한 위원장 자녀의 '스펙 쌓기' 의혹,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등의 진상을 규명할 '한동훈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발의하겠다면서 한 위원장을 향해 "느그들 쫄았제('겁먹었지'라는 뜻의 속어인 '쫄았지'의 부산 사투리)"라고 말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여당의 대표인 한 위원장과 척을 진 피의자라는 점도 이번 총선의 특징이다.

 

비례후보 2번인 조 대표는 자녀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1번 박은정 후보는 과거 추미애 장관 휘하에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징계 청구 실무를 주도한 의혹이 불거져 수사를 받고 있다.

 

8번 황운하 의원은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된 상태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한 위원장, 이 대표와 조 대표가 각각 내세운 '범죄자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검찰 독재정권 심판' 프레임이 이른바 '복수혈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정치권에서는 제기된다.

 

녹색정의당 김준우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정권 심판은 시대의 외침이지만, 심판 이후의 미래를 그려나갈 비전과 정책 없이는 제대로 심판할 수 없다"며 "상대방의 실책만 기다리는 선거, 민생과 정책은 사라지고 복수혈전만 남은 선거에 어떤 감동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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