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대기업 선별복지 ‘부영 출산장려금’…서민도 법도도 없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부영 출산장려금 1억원 지원에 세금지원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소위 주류 언론에서 시나리오를 풀고 있다.

 

언론에서 말하는 시나리오는 이러하다.

 

1. 부영이 근로소득의 대가로 출산장려금을 준다.

 

2. 그러면 근로소득 누진세율에 걸려 근로자가 최대 4180만원 세금을 내야 한다.

 

3. 출산장려금을 근로자 자녀에게 공짜로 주는 증여로 처리하면 어떨까.

 

4. 근로자는 1000만원 증여세를 부담하지만, 회사는 2600만원 비용처리를 못 한다.

 

5. 법을 바꿔서 2600만원 비용 처리해주면 안 될까?

 

부영은 일단 4번으로 처리하려 하고 있지만, 5번이 안 되는 게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기업 증여는 비용 처리가 불가하다.

 

언론들은 3월 말 법인세 신고 종료 전에 5번을 해달라고 보도를 쏟아 내는데 이건 대단히 위험하다.

 

출산만이 아니라 혼인, 고연봉을 받는 고성과자 독려 등으로 빼먹을 수 있는 영역을 열어줄 수 있다.

 

3번도 위험하다. 제3자에게 적당히 명목을 세워 공짜로 돈을 줄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회사 대주주 일가가 돈을 빼먹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준다.

 

굳이 방법을 생각해보자면, 소득세법 12조 3호 저목. 대통령이 지정하는 복리후생비에 넣어서 비과세 근로소득 처리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건 시행령으로 손댈 수 있다.

 

다만, 인당 1억원짜리 비과세는 엄청나게 큰 건데 그걸 시행령으로 푼다면 위헌성 여지가 있다(위임입법 한계 일탈).

 

3~5번은 어떻게 보면 논란 여지도 많고, 법체계를 흔들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이거 말고 상대적으로 깨끗한 방법이 있다.

 

이중근 부영 회장이 사재 털어서 직원 출산장려를 위한 재단을 세우고, 그 재단에서 장려금을 주는 것이다.

 

재단에서 나가는 장려금(증여금)을 손비처리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 쟁점이 되겠지만, 적어도 기업회계에 손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러려면 운용수익을 감안할 때 1750억원 정도를 내셔야겠지만.

 

위의 것들보다 더 기가 막힌 건 아래 1, 2, 3이다.

 

1. 회사 출산장려금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

 

2. 주주들과 은행들이 몇 년이나 쌩돈 나가는 걸 참을 수 있겠나.

 

3. 장려금 먹튀는 어쩔 것인가.

 

1번은 우리나라에서 지금 출산율 운운하는데 애초에 혼인율 자체가 낮다.

 

2020년 기준 30~34세 미혼율이 56.3%다. 35~39세는 30.7%, 40~44세는 21%다. 이 수치는 점점 밀려 올라가게 될 게 분명하다. 2000년대만 해도 외환위기 이후 10‧7‧5% 경제성장률을 찍었다. 지금은 경제성장률이 1~2% 한다.

 

그리고 출산장려금을 줄 수 있는 회사가 몇이나 되겠는가.

 

근로자 90%가 중소기업을 다니는데 꿈도 못 꾸는 이야기다.

 

2022년 출산·보육수당을 받은 근로자는 47만명, 전체 근로소득자의 2.3%밖에 안 된다.

 

 

지주회사 부영은 2022년 798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주력회사라는 부영주택을 보면 1148억원 순손실이 났다.

 

부영은 장기임대주택을 한다지만, 앞으로 부동산PF 터진다는데 70억원이란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앞으로 몇 년이나 감당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최근 주당 1400~1500원 배당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직원 출생 자녀란 명목으로 1억원씩 꽁돈을 뿌린다면 이걸 보고 눈 돌아가지 않을 주주가 몇이나 될까.

 

주주들이 가만히 있을까. 거긴 외국인 주주들도 많은데?

 

다른 대형 건설사에서도 이걸 할 수 있을까? 당장 터져나가는 사업장 부실이 코앞인데 수십억원을 직원들에게 뿌린다고? 희망퇴직이나 종용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3번. 출산장려금을 받은 직원들이 받고나서 사직서 던지면 어떻게 할 건가.

 

회사 내규? 기술유출 등 대단히 제한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다. 헌법상 직업선택 자유와 충돌될 가능성이 크다.

 

저 돈을 출산장려란 명목으로 줬다고 하지만, 그 돈을 양육에 쓴다는 보장이 없다.

 

그 돈으로 도박할지 코인할지 알 수가 없다.

 

좋은 복지제도란 수혜대상이 넓고, 목적대로 쓰여야 하며, 법체계상 무리가 없어야 하고,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반면, 부영 출산장려금은 복지제도로서는 가장 안 좋은 것만 모아 놨다.

 

수혜대상은 극히 적고, 목적대로 쓰인다는 보장이 전혀 없으며, 법체계상 상당한 무리를 수반하며, 부영조차도 계속할지 안 할지 알 수 없다. 

 

지금 이게 윤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기재부가 3월에 발표하겠다는, 대형 언론들이 설레발을 치는 부영 출산장려금의 실체다.

 

기재부는 뭘 하고 있는지 절대 함구하며, 3월 법인세 신고 개시까지 시간만 벌고 있다

 

이걸 정말 하겠다면 대단히 참담하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배너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칼럼] 관치금융의 덫에 걸린 농협금융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최근 농협금융지주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NH투자증권 사장 인선을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여기에 금감원까지 가세하면서 관치금융에 대한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의 연임 도전과 관련이 있다. 정 전 사장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일으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장본인이다. 여기에다, 폐쇄적인 조직운영, 개인 사법리스크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6년간 장기 집권에 성공한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증권사태가 범농협 차원의 규제 리스크로 확산되는 가운데 정영채 전 사장이 4연임에 도전하자,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쟁점을 살펴보면, 농협중앙회는 이번에는 농협 출신 인사를 추천해 NH투자증권의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자본시장 전문가를 앉혀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농협중앙회와 마찰이 일어난 것이다.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이석준 지주회장의 말도 일리가 있고, 범농협 차원의 리스크관리가 중요하다는 대주주의 판단도 일리가 있다. 참고로,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소유한 1인 최대 주주다. 문제는
[인터뷰]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 권역별 회원 교육에 초점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은 지난해 6월 총회 선임으로 회장직을 맡은 후 이제 취임 1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임 회장은 회원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방회의 가장 큰 역할이라면서 서울 전역을 권역별로 구분해 인근 지역세무사회를 묶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회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6월에 치러질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 이전에 관련 규정 개정으로 임기를 조정해 본회인 한국세무사회는 물론 다른 모든 지방세무사회와 임기를 맞춰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물론 임원의 임기 조정을 위해서는 규정 개정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임기 조정이라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처음이라 주목받고 있다. 임채수 회장을 만나 지난 임기 중의 성과와 함께 앞으로 서울지방세무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Q. 회장님께서 국세청과 세무사로서의 길을 걸어오셨고 지난 1년 동안 서울지방세무사회장으로서 활약하셨는데 지금까지 삶의 여정을 소개해 주시죠. A. 저는 1957년에 경남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8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 그랬듯이 저도 가난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그때의 배고픈 기억에 지금도 밥을 남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