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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국가 경쟁력의 또 다른 척도 해운, 그리고 컨테이너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특이한 체질의 소유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현대인은 늘어난 배와 엉덩이 살로 속을 썩는다. 다이어트와 운동이 답인 것은 안다. 그러나 각양각색의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참는 것은 웬만한 독종이 아니고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바쁜 생활 속에 짬을 내어 힘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또 어떤가? 참 어려운 일이다. 이미 배가 불러있어도 밤만 되면 이상하리만치 입이 궁금해져 야식을 찾는 것도 다반사다.

 

배가 진짜 고파서가 아니라 마음속 허기를 달래는 것이다.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물건을 이용하거나 소모하는 일이 ‘소비’일진데, 이 ‘욕구’에는 물리적으로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한 것만이 아닌 ‘심리적’ 결핍도 포함된다. 배부르지만 야식을 찾는 것과 유사하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한지 2년째다. 정부는 사람 간 접촉을 피하는 것이 감염병을 막을 유일한 방법으로 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외출 자제 등이 그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이에 반하며 살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한가. 장기간 일상생활을 누리지 못해 억눌려온 욕구를 어디론가 분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사람들은 그 스트레스를 코로나19에 보복이라도 하듯이 소비로 폭발했다. ‘보복소비’이자 ‘분노소비’다. 백화점의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명품관에는 새벽부터 긴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이대와 상관없다. 롤스로이스, 포르셰, 람보르기니, 벤틀리와 같은 수입 명차들도 불티나게 팔렸다.

 

코로나19 속 해운업계는 ‘호황’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후 얼어버렸던 소비가 하반기에 급격히 몰리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서는 백신 공급까지 더해 미국과 중국, EU의 소비활동이 재개되면서 우리나라의 월 교역액은 역대 3번째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수출은 1~4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수출입 교역량이 급감한데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양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경기는 살아나고 있는데 소비와 생산을 위한 (반)제품의 수급을 담당하는 국제운송이 뒷받침해주지 못해 이를 최상으로 끌어 올리지 못하는 데 있다. 수요가 늘어도 선박을 주문받아 공급하는데까지 최소 2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해운업은 대표적인 비탄력적 산업이다.

 

해운 수요가 급격히 늘어도 거기에 맞춰 공급을 늘릴 수 없고, 수요가 떨어져도 가격을 함부로 내릴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치킨게임 양상이 펼쳐진다. 이는 해운사의 파산과 직결된다. 2000년 초반 중국이 WTO에 가입하며 국제 교역량이 폭증하였다. 이 추세에 따르고자 선사들은 선박 발주를 늘렸다.

 

그러던 것이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무역량은 크게 감소하였다. 공급과잉으로 해운사 간 치킨게임이 시작됐고 기존의 선사들은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해운시장의 침체기에 돌입하며, 기어코 세계 7위의 우리나라 국적선사인 한진 해운이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던 해운사들은 코로나19가 창궐하여 급격히 경기침체에 빠지게 되고 그 회복의 예측이 어려워지자 지극히 보수적 정책을 펼쳤다. 선박 발주는 최대한 줄이고 규칙적으로 운항을 해야 하는 정기선 스케줄을 취소했다. 선적은 이월시켰고 운항도 지연하며 비용을 최소화하여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던 차에 글로벌 수요가 예상 밖으로 갑자기 폭발했다. 선박이 부족하게 되었고 몰려드는 물동량으로 항만은 정체되었다. 이는 곧 수요·공급원칙에 따라 운임은 폭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표적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 4월 30일 310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3000선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주로 중장기로 계약하여 기존 운임을 그대로 적용받는 대기업과는 달리, 주문이 있을 때마다 스팟으로 선복을 요청하는 중소기업에는 더욱 타격이 컸다.

 

 

 

1) 상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유류할증료(BAF), 통화할증료(CAF), 성수기할증료(PSS), 전쟁위험할증료(WSS), 항만적체할증료(PCS), 수에즈 및 파나마운하 통과운임을 포함, 터미널비용(THC), 항만보안료는 미포함 (출처 : 상해항운교역소)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부족한 ‘컨테이너’이다. 백신 접종의 확산과 전자상거래 폭증, 보복소비 등 원인으로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여 물동량이 증가했지만, 물건을 적입할 컨테이너가 없어 수출주문이 들어와도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지금이다.

 

 

 

 

어느 나라든 항만에서 일하는 인력 중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감염이 되면 터미널 전체가 일정 기간 폐쇄되는데, 최대 화물 수입국인 미국에서 최악의 사태가 터지고 말았다. ‘20년 1~2월 미 서부 LA항과 롱비치(LB)항의 근로자 중 1000명 이상이 감염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컨테이너 하역은 물론 빈컨테이너의 반납을 위한 트럭의 진입도 함께 봉쇄되며 컨테이너의 원활한 수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선박과 컨테이너가 미국에 발이 묶이면서 항만생산성은 극도로 낮아졌다. 정기선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선박 정시 도착률은 75%에서 35%로 급격히 감소되었다. 그러면서 빈 컨테이너를 출발지로 되돌려 놓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었고, 짐을 실을 컨테이너 박스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았다.

 

수출업자에게는 웃돈을 줘도 선적을 하지 못해 안타깝게도 돈을 벌 기회를 놓치게 된 반면, 해운업자에게는 그동안 장기침체로 어려웠던 수지가 단번에 큰 폭으로 회복될 수 있는 역대급 해운 호황을 맞이하였다.

 

해운 침체기 도래할 수 있어 인프라 등 대응 방향 적극 마련해야

 

그런데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국제교역이 왜 발생하는지를 설명해주는 여러 무역이론들은 공통적으로 나라 간 서로 강점이 다름에 따라 그 강점을 싼 가격으로 서로 나눠 갖기 위해서 무역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강점(경쟁력)이었던 것이더라도 무역이론을 구현하는 과정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국제운송에 드는 비용이 과도히 높아진다면 최종 수요자가 체감하는 실질 물건 값은 비쌀 것이다. 이는 곧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는 거리가 먼 얘기가 된다. 즉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호황이지만 거시적으로 해운시장의 불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해운업이 유례없는 활황이라 할지라도 전체 무역 지도에서는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해운사는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국적선사인 HMM은 추가 선박 발주 등을 통해 향후 100만TEU 선복량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정부도 비탄력적인 해운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여 향후 해운 침체기가 도래해도 해운사가 버틸 수 있는 지원책을 평소에 마련해 둬야 한다.

 

그와 더불어 대부분의 컨테이너 생산기지가 중국에 있어 그 수급에 컨트롤이 힘들다는 작금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컨테이너 생산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컨테이너’를 대외무역법에서 사용하는 전략물자와 또 다른 개념의 ‘전략물자’로 관리하여 우리 기업의 수출 기회가 허무하게 증발되지 않도록 인프라 마련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관세청 공익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관리사」 및 「원산지실무사」 자격시험 출제위원
• 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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