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소비자보호를 내세운 보험사의 이중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개인정보 오남용을 이유로 보험플랫폼 회사들의 ‘내보험다보여’ 스크래핑을 원천 봉쇄했던 보험사들이 스스로는 개인정보를 이해관계가 있는 금융사에 거리낌 없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MG손보가 자사에 증자를 결정한 대형 GA 리치앤코에 보험신용정보를 제공했다. 인가 손해보험사인 MG손보가 리치앤코에 신용정보원에서 제공받는 보험신용정보를 전달함에 따라, 리치앤코는 자사가 운영 중인 보험통합관리 애플리케이션 ‘굿리치’에서 신용정보원이 제공한 보험사별 상품가입 내역 등을 확인해볼 수 있게 됐다.
이는 비단 MG손보와 리치앤코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금융사가 신용정보원의 정보를 타사에 넘겨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보험사의 ‘개인정보 판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신용정보원에는 38개에 달하는 생명‧손해보험사가 등록되어 있다. GA는 물론 네이버와 토스, 카카오등 어느 기업에도 보험사 판단에 따라 보험신용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보험사가 자사 상품 판매를 요청하거나 애플리케이션 내 광고를 늘릴 것을 요구할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MG손보가 금융사 최초로 신용정보를 제공하게 된 이유 역시 ‘돈줄’을 쥔 리치앤코의 증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수근거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장포화와 저금리, IFRS17 등으로 신규고객 확보 및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 입장에선 신용정보라는 새로운 ‘노다지’가 열린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개인정보 판매를 시작한 보험사들이 신용정보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보험플랫폼 회사들의 날개를 꺾은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기술 발전으로 보험시장에는 비교판매 열풍이 불었다. ‘굿리치’를 비롯한 보험플랫폼 회사들은 고객들의 가입 보험 상품을 비교‧분석하면서 판매채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떨쳤다.
보험플랫폼 회사들의 성장의 원동력은 신용정보원이 제공했던 ‘내보험다보여’ 서비스를 활용한 ‘스크래핑’ 기술이었다.
고객 동의만 받으면 플랫폼 회사가 알아서 고객의 보험계약 정보를 조회해 자사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간편함’을 무기로 삼은 플랫폼 회사들의 급성장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스크래핑’ 기술은 돌연 금지된다. 신용정보원이 ‘내보험다보여’ 서비스를 회원제로 바꾸고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를 보여줄 수 없도록 막아버렸던 것이다.
스크래핑 금지 결정은 신용정보원이 내렸으나 그 배경에는 보험협회 및 보험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고객이 원하는 편의성에도 불구, 신용정보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명분은 신용정보의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 방지였다.
국가기관인 신용정보원이 관리하는 금융신용정보를 검증되지 않은 플랫폼업체 따위(?)가 마음대로 활용하는 것은 정보유출 등의 폐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불합리하다는 논리였다.
플랫폼업체는 핀테크협회 등을 중심으로 이 같은 조치의 부당함을 주장, 스크래핑 기술 활용 금지 조치를 백지화하려 노력했지만 소비자보호의 명분을 넘어서지 못했다.
자연스레 플랫폼업체 입장에선 보험사의 이중적인 행태에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게 됐다.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플랫폼업체에게 금지된 신용정보를 검증된(?) 기관인 보험사는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제공하고 있는 꼴이니 말이다.
보험사가 신용정보원에서 받은 신용정보를 보험계약자의 동의를 받고 타사에 넘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적어도 법적으론 그렇다.
그러나 플랫폼업체의 스크래핑을 불허(不許)했던 보험사가 부르짖었던 ‘소비자보호’ 구호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도의적인 측면에서 보험사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 했다. 멋쩍게 된 보험사의 체면쯤이야 신용정보 제공이란 ‘틈새시장’을 얻은 대가로는 싸게 먹힌 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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