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올해 세법개정안은 미세조정으로 그쳤다.
고소득층에는 근로소득공제 상한을 두는 등 5년간 3000억원의 증세 드라이브를 걸었다. 5000억원 규모의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등 대기업 지원의 물꼬를 틀기 위해서다. 만일 고소득층 증세 등이 없었다면, 서민·중소기업 감세, 고소득자·대기업 증세 구도는 대기업 감세로 기울어졌을 것이다. 나름 섬세한 조정이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대선 때 여야 할 것 없이 외쳤던 보편복지, 보편증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조세재정개혁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 초기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를 손본 결과 얻은 세수가 연간 1.5조원 안팎이다. 박근혜 정부 담뱃세 증세로 거둔 효과의 절반 조금 넘는 수준이다.
상황이 어렵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야당은 6.7조원 추경을 거의 100일 가까이 가로막았다. 일본 경제보복처럼 국가 간 문제서도 국회 내 의견이 엇갈린다. 사법개혁, 선거제 개혁 등 당면과제도 만만치 않다.
조세전문가들이나 시민단체는 그렇기에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론은 늘 보편복지에 대한 의견이 우세했다. 다만, 세부담을 누구에게, 얼마나 지울 건지에 대해서 진지한 의미의 여론 수렴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근로장려금과 최저임금으로 양극화를 막아 보려 하고 있지만, 그것이 근본 대책은 아니다. 당분간 충분한 확장재정 여력이 있지만, 언젠가는 씀씀이를 바꾸고, 세금 거두는 방법도 바꾸어야 한다.
몇몇 전문가 모아 놓고서는 될 일도 아니다. 재정특위가 그렇게 끝났다. 여당이 의석 과반을 차지해도 가능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슬쩍 중산층 증세를 하려다 국민적 반발로 취소했다.
조세개혁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다. 그 여론 수렴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주도할 의무가 있다. 하루 이틀 미루는 것은 득책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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