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김현준 국세청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담담하다. 짜거나 맵다는 식의 강렬한 개성은 없지만, 할 일은 척척 잘한다는 평가다.
지난 청문회장에서 김 청장이 강조한 원칙과 비전 중 유독 뇌리에 남는 말이 있다.
바로 국세청을 ‘납세서비스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답변이다. 1997년 클린턴 행정부의 국세청장으로 임명된 '찰스 로소티(Charles Rossotti)'가 떠올랐다. 그는 '권위적'이라는 악명을 떨치던 美국세청을 '납세서비스 기관'으로 바꾼 기념비적 인물이다.
찰스 로소티는 국세청에 대한 미국민의 불신이 극도에 달했을 때 조직의 수장에 올랐다. 클린턴 행정부는 어떻게든 성난 민심을 가라앉혀야 했다. 재무부 출신이 독식하다시피 하던 국세청장을 민간영역의 경영자이자 전산전문가인 그에게 맡긴 이유이기도 했다.
로소티 청장은 수직적 직제를 업무에 따라 수평형 직제로 개편하고 민간 기업의 고객 서비스 시스템을 국세청 곳곳에 도입했다. 서류 한 장 때문에 수 시간 왕복했던 일이 인터넷 클릭 몇 번으로 해결됐다.
외부로 드러나는 부분만 따져볼 때 이미 우리 국세청은 로소티 시절 美국세청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홈택스 전자신고율은 거의 100%에 가깝고, 납세자를 위한 조직과 서비스도 끊임없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 출범한 국세청 빅데이터센터도 서비스에 방점을 찍는다 하니 납세자 편의가 한층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반면, 인사에서 보이는 특징은 조금 다르다. 시스템이 바뀌어도 주요 보직은 여전히 특정 경력을 갖춘 인사들이 차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정 경력, 출신들이 승진에서 우대받다 보니 언론 세평 역시 ‘~~통’으로 수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김 청장의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전산직 국장들을 기획조정관에 연이어 두고, 조사핵심부서에 국제전문가를 등용한 사실 등은 긍정적이다. 한번에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당장 가능한 부분부터 바꾸는 것도 좋은 수단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전산, 징세, 법무, 국제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국세청을 이끄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국세청이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납세서비스 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한 담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국세청을 기대한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