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합산규제가 일몰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를 두고 국회가 공전을 거듭한 결과다. 사업자 간 M&A가 본격화되고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국회의 논의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합산규제는 사업자 간 득실이 명확하게 엇갈리다 보니 도입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시장 지배력에 대한 판단, 경쟁상황 등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어떤 철학을 가졌느냐에 따라 가치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기업이 받는 타격도 엇갈릴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질질 끌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미 지난해 제도가 일몰되기 전에 연장을 할 것인지, 폐지를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마쳤어야 했다. 정책 방향이 결정돼야 기업도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몰된 지 1년이 다 됐는데 여전히 정책 방향은 오리무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여야 정쟁으로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규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밥그릇 싸움까지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양 부처는 지난달 각각의 유료방송시장 사후규제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는 이를 놓고 선택해야 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본래 한 가족인데 힘들게 두 집 살림을 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국회와 정부가 제대로 된 구심점 없이 계속 잡음과 엇박자를 내고 있으니 기업은 속이 터진다. 사업자 간 대형 M&A가 잇달아 성사되고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시장 장악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말로만 혁신을 외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물론 합산규제에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납득할 수 있다고 바람직한 건 아니다. 국회와 정부가 또다시 최종 결론을 미룬다면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불확실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지금이라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논란이 큰 정책일수록 어렵고 불편하지만 때만 잘 맞춰도 절반이 성공이다. 국회와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매듭 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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