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재벌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공익목적으로 매년 의무적으로 쓰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재벌 일가가 공익재단에 주식을 기부하고, 공익재단 이사장 자리에 앉아 의결권을 사용하는 등 세금 없는 편법승계를 막기 위해서다.
국세청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2018년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요구 보고서’를 제출하고,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공익법인의 경우 주식보유 비율과 관계없이 공익목적으로 의무 지출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공익재단은 계열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지만, 성실공익법인의 경우 최대 20%까지 보유할 수 있다.
5~10%의 지분을 보유했을 때는 매년 초과분 가액의 1%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고, 지분율이 10~20%면 3%를 공익에 써야 한다.
보유지분이 5% 미만일 때는 이러한 공익목적 사용 의무 비율이 없다.
보유주식에서 나오는 배당수익은 공익목적으로 쓰도록 하고 있지만, 배당성향이 1%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재벌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공익목적과 상관없이 보유를 위해 맡겨둔 셈이 된다. 이 경우 세금 없는 부의 승계, 편법승계가 논란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같은 지분율에 따른 의무사용 규정은 허점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지분율 1%의 가치가 상장사에 따라 100억원이 되기도, 수천억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5% 미만 기부에 대해서는 증여세나 상속세 의무가 없으므로 단순 지분율에 따라 의무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재벌 편법승계를 눈감아 주는 처사란 말도 나온다.
지난해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공익재단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주식의 가치는 5376억원에 달하지만, 5% 미만 규정으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016년 2월 삼성생명 주식을 판 돈으로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를 사들였다.
재단 이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재단의 주식을 자신의 것처럼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익법인 실태조사에서 2016년 기준 대기업 공익법인의 자산 내 주식 비중은 21.8%로 일반 공익법인(5.5%)의 4배에 달했다. 그러나 그 주식이 수입에 이바지하는 정도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 미만 상증세 면제 규정에 따라 재벌 공익법인 165개 중 112개가 출연 주식에 대해 상속·증여세를 면제받았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7월 재벌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기재부 측은 국세청 건의사항에 대해 올해 7월 발표하는 세제개편안 반영에 반영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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