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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주년 기획/국세청 개혁 어디까지 왔나 ③] 6촌? 4촌? 촌수 계산에 막힌 은닉재산 추적법

계좌추적 범위 두고 촌수 공방, 입법은 '함흥차사'
국세청, 금융거래로 은닉재산 흘러가도 추적 어려워
美日은 계좌추적 허용...차후 보완해도 선입법 필요

국세청은 지난 3월 13일 국세행정 개혁TF가 제시한 50개 과제 중 41개 과제를 완수했다고 발표했다. 부정한 관행과 권한남용, 무사안일주의와 편의주의행정 등 잘못된 과거와의 결별에 대한 개혁이었다. 하지만 모든 과제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국세청의 개혁과제 중 아직 완료되지 않은 중장기 과제와 그 해결방안을 총 6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거액의 재산을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돌려놓고 초호화 생활을 누리는 고액체납자.

 

고액체납자 은닉재산을 추적하는 법이 국회의 '촌수 공방' 속에 늦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법 적용 범위를 줄여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가운데, 국회는 금융계좌 추적이 가능한 범위를 체납자의 ‘친척 6촌·인척 4촌’ 또는 ‘친척 4촌·인척 4촌’으로 두고 3년째 갑론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시급성을 절감하고 있는 국세청은 일단 ‘최소안’만이라도 수용하겠다며 법통과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쪽 팔 묶인 체납자 징수 권한

 

김태영 킴스이십일 대표는 2016년부터 298억원의 세금을 체납해 고액체납자로 이름을 올렸다. 킴스아이앤디 200억원, 킴스이십일 39억원, 킴스에셋 18억원, 킴스개발산업 7억원 등과 이밖에 지방세 체납까지 합치면 총 체납액은 총 600억원에 달한다.

 

그는 업계에서는 성공한 사업가로 유명했다.  부동산업을 하는 그는 2011년 서울 중구 파인 에비뉴를 완공해 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2016년 고액체납자 명단 공개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그가 특수관계법인 명의의 강남 일대 고가 주택에 거주하면서,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포착되면서 재산은닉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김 대표가 재산을 은닉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국세청은 2016년 9월 당시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했지만, 2018년 11월 1일 기준 체납된 세금을 거의 거두지 못했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한쪽 팔 묶인 체납자 징수 권한을 이유로 들고 있다. 

 

기본적으로 세법에서는 체납자 은닉재산 추적을 허용하고 있다.

 

국세징수법 시행령 제27조에서는 체납자, 체납자의 가족, 체납자와 거래나 이해관계에 있는 인물 전체에 대해 질문하거나, 관련 장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은닉재산 추적 권한'을 국세청에 주고 있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부동산 등 현물거래는 추적조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유독, 금융거래만큼은 추적조사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금융실명제법상 비밀보호 규정 때문이다.

 

금융실명제법에서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명확한 근거없이는 금융사가 금융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

 

다만, 이것도 사황에 따라 다르다. 세무조사 단계에서는 당사자와 주변인 계좌까지 추적이 가능하지만, 세금이 확정된 후에는 체납자 개인의 계좌만을 조회할 수 있을 뿐 주변인 계좌추적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체납자가 친인척, 지인에게 돈을 계좌이체로 보내는 것을 포착해도. 돈 받은 상대방을 확인할 수 없다. 체납자가 재산을 친인척에게 팔고 받은 대금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다. 

 

국세청이 체납자 재산추적을 하고 하고 싶으면, 법원의 영장을 받아야 한다. 영장을 발부받으려면 혐의자료가 필요한데, 혐의자료를 확보하려면 계좌추적 정보가 필요하다. 

 

정리해보자면, 세법에서는 체납자 은닉재산 추적을 허용하는데, 금융실명제법에서는 세무조사에서는 추적조사를 허용하지만, 체납자에 대해서는 추적조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 모순점은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지 국내외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금융추적없이는 체납자 은닉재산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 1월 29일 민간전문위원들로 구성된 국세행정 개혁TF 역시 개혁과제로 체납자의 금융추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심의마다 권한 줄어드는 은닉재산 추적법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물꼬는 지난 2016년 11월 11일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발의한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하 은닉재산 추적법)이었다.

 

이 법은 1000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는 세법에서 허용하는 범위까지 금융추적을 할 수 있는 법으로 추적범위에는 체납자와 체납자의 6촌 이내 친척, 4촌 이내 인척, 그리고 회사 임직원, 거래당사자, 이해관계자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 법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3년째 국회에 머무르고 있다.

 

국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고액체납자라도 과도한 금융사찰을 해서 되겠느냐고 손사래를 쳤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는 5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 계좌추적 범위는 고액 체납자의 배우자와 부모, 자녀 등 직계존비속 정도였다. 핵가족화 시대를 감안해 더 이상의 확대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2017년 12월 19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체납자 금융계좌추적에 '전득자' 개념을 적용하는 제2의 은닉재산 추적법을 발의하면서 논의에 불똥이 튀겼다.

 

전득자는 민법에서 채권자 보호를 위한 기초적 수단이다.

 

전득자는 채무자가 악의적으로 빚을 안 갚기 위해 재산을 넘겨주는 제3자를 말한다.

 

채권자는 전득자에게 넘겨준 재산에 대해 양도계약(사해행위) 취소소송, 재산반환청구를 제기해 채무자의 악의적인 채무회피를 무력화할 수 있다.

 

국세청은 친척 4촌, 인척 4촌 이내로 금융추적 범위를 축소하면서까지 법 안에 전득자 개념을 넣으려 노력했다.

 

2017년 12월 21일 국회 정무소위에서는 전득자 개념을 두고 첨예한 논쟁을 벌였다.

 

찬성 측에서는 금융추적 범위를 설정해두면, 범법자들에게 법망을 회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측에서는 박명재 의원안 만으로도 과잉 입법 우려가 제기되는데, 전득자까지 도입하면 무소불위의 권한을 국세청에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날 소위는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중재안을 따르게 됐는데, 체납자 금융추적 범위를 5000만원 이상 체납자의 6촌 이내 친척, 4촌 이내 인척으로 하고, 대신 전득자는 제외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2017년 12월 22일 중재안은 다소 차가운 분위기 속에 엎어졌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자유한국당, 3선)이 이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정무소위가 제출한 친척 6촌·인척 4촌안을 엎고, 친척 4촌·인척 4촌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무소위원장인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2선)은 ‘저와 우리 법안소위 위원들이 전혀 모르는 가운데서 이렇게 수정안이 불쑥 제출되고 보니까 굉장히 당황스럽다’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했고, 같은 당 김성원 의원(초선)도 되도록 소위안을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진복 위원장은 “저는 6촌까지 하는 것은 굉장히 과도한 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4촌이 어디 있습니까?”라며 금융위와 국세청이 합의한 수정안이라고 다그쳤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의 설득으로 다시 법안은 정부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재차 계류됐다.

 

이후 은닉재산 추적법은 1년 동안 논의에 오르지 못하다가 지난 3월 29일에서야 다시 정무소위에 올랐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촌수 따지지 말고, 제3자 추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같은 확대파인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법안이 통과하려면, 친척 6촌·인척 4촌으로 물러서야 한다고 설득했다. 

 

국세청은 친척 6촌·인척 4촌이든 친척 4촌·인척 4촌이든 법만 통과해달라는 입장이었고, 일부 의원으로부터 의지가 약하다는 핀잔마저 들었다.

 

국세청 내부 관계자는 "국세청이 속한 기획재정위원회 외 상임위 소관 법률은 아무래도 국세청의 발언권이 많지 않다"라며 "소극적으로 보이더라도 최대한 법 통과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결국, 이날의 정무소위는 6·4안으로 결론 내렸다.

 

‘미국, 일본’은 금융추적 허용

 

한국 국회가 촌수 논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해외에서는 강력한 은닉재산 금융추적법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내국세법 7602조에 따라 미국 국세청은 체납자 외에 관련인 금융기관을 소환하고, 금융거래조회권과 자료제출권을 주고 있다.

 

일본 세무당국은 직접적인 제출권한을 갖고 있지 않지만, 우리의 국세징수법상 권한을 금융정보까지 행사할 수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악질 체납자는 수십, 수백억원대 체납에도 금융거래를 통해 재산은닉을 하고, 호화생활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금융당국이 아무 정보도 국세청에 제공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금융정보분석원을 통해 의심거래정보와 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정보를 국세청에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은닉재산 추적은 체납자의 계좌정보와 일치하는 경우 자체가 많지 않다.

 

박명재 안에 대한 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국세청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요청한 체납자 정보 11만8000건 중 체납자와 일치하는 정보는 3만2607건에 불과했다.

 

전달하는 정보에도 허점이 있다. 의심거래를 신고하는 사람은 금융사 직원인데 이들이 포착하지 못한다면, 추적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체납자가 본인 계좌에서 배우자 계좌로, 배우자 계좌에서 친인척 계좌로 이체하는 등 일반적인 계좌이체 거래로 금융거래를 진행했을 때는 알아차리기 어렵고, 체납자가 친인척에게 바로 보내지 않고, 임직원 등 제3자 계좌를 거쳐 일정 기간 뜸을 들였다 보내면 금융사 직원이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받은 정보는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예보가 보유한 금융채권에 대해서는 전득자를 인정하는 데, 국가의 국세채권에 대해서는 전득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가 사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명재 의원 측은 단기간 개선이 어려운 만큼 단계적으로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명재 의원실 관계자는 “촌수 논쟁으로 입법이 지연됐지만, 개인정보보호도 중요한 법익”이라며 “처음에는 6·4안으로 시작한 후 시행 추이를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전득자까지 법안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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