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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비록㉞]내가 보아온 국세청, 국세청사람들<Ⅲ>

 

(조세금융신문=김종규 논설고문 겸 대기자) 태초의 업보이련가. 그간 세무비리는 청렴을 넘어서기를 밥 먹듯 끊이지 않고 자행되어 왔다. 이 와중에도 자의든 타의든 간에 세정개혁이 필수가 됐다. 역대 국세청장들은 대대로 청렴세정을 외쳤다.

 

그러나 촉구나 당부만으로는 세정개혁에 한계가 있었다. 세정개혁은 국세청장 혼자해서도 안 되지만, 혼자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과업이다. 조직 구성원들의 호응이 절대 강자의 파워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개혁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인사쇄신이나 인적개혁이 불가피하게 작동됐던 국세청이다. 설정된 기준으로 내몰았던 인사방침 탓에 선의의 피해자(?)가 없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조직을 위해 용퇴해 줘야겠다는 칼날 같은 개혁 인사 비상지침이 명분이다 보니 “용퇴 권유를 받으면 불가항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구동성 대세였다. 그러나 당사자가 한 치라도 납득이 안 간다면 성공작품이라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겠다. 개혁이라는 대의명분만으로 후진을 위한 용퇴라는 ‘신진대사 인사’가 누구에게나 합당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직급을 떠나서 보아도 나름 공직자로서 정열을 다한 세월이 얼마인데…. 그 누구인들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용퇴를 받아드리기는 쉽지 않은 단어이다. 국세청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1년에 두 번 연령명퇴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세청장의 눈물, 중도하차에 대한 사퇴배경 ‘분분’
이주성 전 청장, 청와대 인책설, 내부 파워게임설 등 사연도 갖가지

 

2019년인 올해는 1961년생이 연령명퇴하게 된다. 생일을 기준으로 6월까지는 상반기에, 7월 이후면 하반기에 옷을 벗는다. 정년퇴직 2~3년을 먼저 명예롭게 자리를 내어주게 되는데 따른 은전으로 1계급 특진 등이 뒤따른다. 꼭 따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수준으로 어디 공복으로서의 ‘사(私)를 버리고 공(公)’만을 취하여왔던 그간의 공과에 감히 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는 얘기다.

 

이즈음 연고주의적 인사관례를 탈피하고 연령명퇴제 폐지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 마침내 제17대 한상률 국세청장은 성과와 역량 중심의 인사문화를 도입하게 된다. 이로써 연령명퇴제가 폐지되는 듯싶더니만, 인사적체로 병목현상이 갈수록 심화되자 다시 되살아난 명퇴 풍속도가 그려진다. 국세청 인사전통 문화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만다.

 

지금까지의 관례로 보면, 고위공무원단은 물론 지방국세청장, 서기관급 세무서장 등은 한 자리 1년 근무기간이 재임기간이다. 승진이 돼서 자리를 옮겨 앉든지 아니면 당연 전보대상이 된다. 서울시내 세무서장의 경우는 세 번까지는 서장 자리를 주지 않는 ‘연타석 서장 전보인사 제한’에 걸린다.

 

연령명퇴대상자들에게 희망전보 자리 배려는 명퇴를 앞둔 서기관급 세무서장에게 주는 ‘재임 공과’에 대한 선물 같은 인사상 우대다. 평균 30~40년 봉직한 공과를 따지면 너무나 합당한 인사 조치다.

 

대부분 명퇴와 함께 고민하는 게 세무사로서의 길을 갈 것인지, 말 것인지이다. 다시 말해서, 2~3년을 앞당겨 퇴직해서 개업을 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참아야 할지 도통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는 고민거리가 ‘퇴직시점’이다. 퇴직 타이밍이 ‘호불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세무대리인이 숫자적으로 포화상태이고, 덩달아 수임시장도 수임료 후려치기 탓에 혼탁해 있는 현실 때문에 옷 벗는 일이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M세무서 모모 서장의 푸념이 새삼 되새겨진다. 어쨌거나, 불문율로 관행처럼 지켜져 내려오고 있는 연령명퇴제는 모래성이 아니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게 쌓여가고 있다.

 

국세청 차장에서 청장 승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용퇴의 잔’을 마신 역대 차장들의 면면이다. 1대 김재덕, 2대 배숙, 3대 장재식, 4대 배도, 5대 권영로, 6대 지창수, 9대 박경상, 10대 이석회, 12대 황수웅, 13대 곽진업, 17대 정병춘, 18대 허병익, 20대 김문수, 21대 박윤준, 22대 이전환, 23대 김봉래 차장이 그들이다.

 

‘강원국세청’세우고 싶다는 소망은 ‘물거품’
승진적체 해소시킨 전 전군표 청장, 취임축하 선물일 뿐 조사 무마혐의 부인

 

이은항 24대 현 차장은 청장승진 확률은 아직까지 50대50 반반이다.

참고로 청장으로 내부승진 발탁된 역대 차장은 7대 추경석, 8대 임채주, 11대 안정남, 14대 이주성, 15대 전군표, 16대 한상률, 19대 이현동 등 7명이고, 차장 자리를 뛰어 넘어 청장 자리에 곧장 앉은 인물은 11대 이건춘, 13대 손영래, 20대 김덕중, 21대 임환수, 22대 현 한승희 청장 등 5명이다.

 

대통령 임명제인 국세청장의 재임기간은 임기가 따로 없다. 고재일 전 국세청장처럼 5년 9개월 동안 재임, 보상 없는 최장수 국세청장의 기록을 세웠는가 하면 10개월도 채 안 돼 낙마한 제6대 성용욱 단명 청장도 있다. 속된 말로 ‘자기 할 탓’이다.

 

제15대 이주성 국세청장(2005.3.15.~2006.6.29. 재임)은 부임 1년 3개월 만에 중도사퇴하게 된다. 당연히 그 배경에 시선이 집중됐다. 내부 암 투병설, 청와대 갈등설, 건강 악화설, 개인비리 포착설 등 별별 추측성 뒷담화가 쏟아져 나왔다.

 

지방국세청장 인선을 놓고 내부에서는 청와대 인사항명설 또는 인책설 등이 떠돌았으나 국세청 내부 파워게임설까지 겹쳐, ‘밀렸다’는 아리송한 정설 아닌 정설도 나돌았다.

 

이임식 날, 이주성 전 청장은 눈물까지 흘렸다. “후진 양성을 위해 사퇴했다”는 관례적인 사퇴배경을 술회했다. 이 전 청장은 프라임그룹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감옥행을 감내해야 했다. 국세청장이 흘린 눈물의 진짜 사연을 알만하다.

 

강원도 출신 국세청장으로는 제1호로 뽑힌 전군표 제16대 국세청장은 능력에 따른 과감한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하위직에서도 세무서장 이상의 직위까지 승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활기찬 직장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국세청에서만 볼 수 있는 고질적 인사(승진)적체 현상을 말끔히 해소하려는 의지가 대단했다.

 

또 EITC 소득파악과 종합부동산세 집행을 위해 대규모의 인력과 조직을 확충시켜 나갔다. 이를 통해 승진 적체해소와 하위직의 업무과다 문제를 풀어나간 인사방침은 2006년 7월 18일부터 2007년 11월 7일까지 재임 기간 동안 일군 가장 보람된 공적으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전군표 전 청장의 열정은 여기까지였다.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전격 소환, 조사를 받게 된다. CJ측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또는 세무조사시 부적절한 개입의혹을 검찰로부터 받았다.

 

전 전 청장은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을 통해 청장 취임 축하금으로 미화 30만 달러와 고가의 명품시계를 전달 받은 혐의도 받게 된다. 또 2007년 11월 정 전 부산국세청장으로부터 미화 1만달러와 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하던 중 2010년 7월 가석방된다.

 

그러나 CJ그룹으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두 번째로 구속당한다. 검찰은 2006년 당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CJ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이동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뒤 3500여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 전 전 청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전 전 청장은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장 취임 축하 선물로 알았을 뿐, 세무조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대가성을 부인한 것으로 탐문됐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원국세청을 세우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소망했던 전 전 청장의 꿈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 한상률 제17대 국세청장(2007.11.30.~2009.11.9. 재임)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학동마을 그림로비, 성탄절 골프회동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하게 된다. 그러나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다.

 

한 전 청장의 퇴임을 계기로 퇴임 전에 ‘청장 집무실’ 이전이 새삼스럽게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14층 청장집무실을 12층으로 이전하면서 유리벽 설치공사를 하게 된다. 투명세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자는 한상률 전 청장의 아이디어다. 투명세정 전파의도와 7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는 국세청의 공식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15억원의 예산소요설과 함께 불거져 나온 것이 ‘풍수지리설’이다.

 

이주성, 전군표 전 청장들의 불명예 퇴진을 바라보면서 이를 막기 위한 마음에서 풍수지리 전문가까지 동원해 청장실을 이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전 청장이 불명예 퇴진하게 되자 ‘풍수가 운명을 바꾸지 못 한다’는 운명론이 급부상했다는 후일담이 애처롭기만 하다. 3대 청장이 줄줄이 비리와 연루되거나 구속되는 질곡의 세정사 탓에 오죽했으면 풍수지리설까지 동원했겠는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는다.

 

외부와의 접촉보다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넓히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은둔형 국세청장’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제19대 이현동 국세청장(2010.8.30.~2013.3.26. 재임)을 두고 하는 말인데, 국회 인사청문회 진행 중에 갑자기 화장실을 다녀와야겠다고 해서 주위를 긴장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부탁을 받고 김대중 전 대통령 ‘흠집 내기’에 동참한 정황이 포착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혐의로 구속됐으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는 무죄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이 전청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과 뇌물 혐의를 적용, 징역 8년에 벌금 2억 4000만원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국고손실을 알았거나 그런 내부적 정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것이다.

 

“청렴하지 못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합니다. 청렴은 어떠 한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핵심가치임을 가슴에 품고 행동으로 실천합시다.” -한승희 22대 (현) 국세청장 메시지-

 

혐의를 받아 수사선상에 올랐거나, 구속수감됐거나 또는 무죄선고를 받았거나 간에 죄질 강약을 따지지 않아도 일단 혐의만으로도 신뢰추락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청렴하지 못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 합니다”, “청렴은 어떠한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핵심가치임을 가슴에 품고 행동으로 실천합시다”라는 한승희 22대 현 국세청장은 신년 메시지에서 이같이 천명한바 있다.

 

공정한 과세, 혁신과 소통으로 국민체감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국세청 구성원들의 결의처럼 ‘맑고 청렴한 세정’은 반드시 자리매김해야 할 과제다. 아니, 일부 역대 국세청장들이 저지른 굴절된 세정사를 바로 잡아 나가야할 의무까지도 떠안게 됐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격언에 따른다면, 일부 윗분들의 작태가 질곡이었으니, 그대로 후배 세무공무원이 답습하면 된다고 가정할 때, 구습에 따른 의식과 행태가 그대로 잔존하게 된다.

 

국세청은 백년하청 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대못을 치는 거나 진배없게 된다. ‘정통 국세청의 파워’를 이쯤해서 그 진가를 보여줄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공유하려는 힘을 모으는 지략을 으뜸으로 삼고 있는 국세청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IMF 외환위기를 맞은 채로 출범한 DJP연합정부의 첫 국세청장이 된 제11대 이건춘 국세청장(1998년 3월 8일부터 1999년 5월 23일까지 재임·훗날 건교부장관 역임)은 일부 전직 국세청장들의 굴곡진 행태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어느 역대 국세청장 못지 않게 청렴에 대한 자기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기에 더욱 가슴에 와 닿는 멘트다.

 

조세의 날을 ‘납세자의 날’로 명칭을 바꾸고 일대 개혁바람을 불러 일으켰고 ‘열린 세정’을 위한 개혁의 바람을 휘몰아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전 청장은 취임하자마자 국세행정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키고 학계 경제계 사회단체 등 외부인사를 대거 참여시켜 개혁과제발굴에 힘 쏟았다. 본청 중심으로 추진해오던 개혁을 일선세무관서까지 미치도록 한층 더 조여 맸다.

 

김 아무개 전직 세무서장(서기관)은 “자기 신상발언을 했었으나 받아드려지지 않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아쉬워했다. 이 전 청장과는 행시 10회 동기라서 더욱 서운한 감정이 아직도 남아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개혁의 물줄기는 하나여야 한다. 때문에 친불친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길 뿐인 것이 답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 청장의 단호함에 나는 동의한다.

 

이 전 청장은 개혁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용퇴를 촉구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직자는 하나만 택해야 한다. 배부르고 등까지 따뜻할 수는 없다”는 ‘청렴 당부’를 빼놓지 않고 있다.

 

 

[프로필] 김 종 규

• 조세금융신문 논설고문 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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