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시영 객원기자) 전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로맹 가리(Romain Gary)의 대표작 '자기 앞의 생'이 연극으로 선보인다.
원작 '자기 앞의 생'은 에밀 아자르(Emile Ajar)란 저자의 이름으로 출간됐고 1975년 콩쿠르(Goncourt)상을 받았다. 후에 자살한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의 유서에서 그가 에밀 아자르란 필명을 사용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는 프랑스 문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바로 연극 '자기 앞의 생'이다.
원제목 La vie devant soi가 앞으로의 생을 말하듯 연극은 현재를 지나 그 너머 희망으로 곱게 물든다.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소년 모모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보모 로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은 유대인, 아랍인, 매춘부, 이주 노동자 등 각자 다른 사람들이지만 배척이 아닌 화합을 이룬다.
각자의 아픔, 관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슬픔을 어둡지만은 않도록 보듬으며 인정으로 가득 찬 이야기 속에서, 점차 개인화·파편화되어 가는 시대를 견뎌내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힘을 갖는다.
극은 이러한 인간애의 회복을 로자와 모모의 관계에 집중하여 강조한다. 혈육이 아니며 인종, 종교, 세대가 다름에도 서로 아끼는 두 인물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깊이 다가간 것. 박혜선 연출가는 “관객의 몰입을 높이기 위해 무대를 사실적으로 구현하고, 세트를 객석에 가깝게 배치했다”고 말했다.
지난 세월을 뒤로하고 내려온 회색의 차가운 지하는 로자와 모모의 포옹으로 차츰 온기가 스며들며, 꽃 같은 시간이 먹먹히 흘러간다. 로자와의 만남과 헤어짐 모두 인생이 준 날들이기에 모모는 삶을 감사히 받아들이게 되는 듯하다.
둘만의 시간이 지나 소년 홀로 남겨진 무대 위, 우산 아르튀르와 나누는 마음은 더 넓은 사랑의 의미를 싣고, 시작으로 향하는 푸른 의지를 남긴다.
2019년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 첫 번째 작품 <자기 앞의 생>은 3월 23일(토)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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