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정부가 4일 발표한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안’은 일종의 고육지책이라는 평이다. 올해 국내 편의점 수가 4만개를 넘는 등 과다 출점 부작용이 커지자 공정경쟁을 저하할 요인이 있는 ‘편의점 출점 거리 제한’을 18년 만에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전날 당정협의회에서 “가맹본부의 과잉 출점은 가맹점주의 수익성 악화와 함께 제살깎아먹기 식의 무모한 경쟁으로 편의점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며 자율규약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새로 마련된 편의점 자율규약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 제한’ 기준을 따라 편의점 신규출점에 거리제한 규정을 뒀다.
이에 따라 기존 편의점 100m 안에서는 사실상 새로운 편의점이 문을 열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편의점 업계는 같은 브랜드에서만 250m 이내에 편의점을 새롭게 내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는 같은 브랜드는 250m, 다른 브랜드 간에는 담배 판매 거리 제한인 100m 이내에는 신규출점이 불가능해지게 된다.
앞서 편의점 업계는 지난 1994년 80m 이내에서 출점을 제한하는 근접출점 자율규약을 제정해 시행했으나 공정위로부터 ‘부당한 공동행위금지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고 2000년 폐기한 바 있다.
이번 자율규약에는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위약금 때문에 편의점 폐점을 못 하는 일을 줄이도록 위약금도 면제하거나 줄여주는 내용도 담겼다. 점주 책임이 아닌 경우에 한해서는 폐점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위약금 부담을 면제해주거나 대폭 감경해주는 방안을 반영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이번 자율규약안이 편의점 과밀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편의점 간 거리가 50m나 다름없는데 최소한 두 배인 100m를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로운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규 편의점 출점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시장 참여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사가 잘 되는 시내 요지의 편의점 옆에 새 편의점을 내기 어렵게 돼 기존 점주의 기득권은 보호받지만 공정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이번 자율규약안에는 CU(씨유),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한국편의점산업협회 5개 회원사에 더해 비회원사인 이마트24도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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