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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명품 싸게 사는 '세관공매'

1회 유찰 시 10%씩 가격↓…'반값' 가격으로 살 수 있어
개인, 되팔기 주의…사업자, 전안법 등 공매조건 잘 확인해야

(조세금융신문=박가람 기자) 세관의 통관 기준을 초과하거나 불법으로 들여온 물품, 기내에서 주운 습득물 등은 어떻게 처리될까?

 

세관에서는 이러한 물품 중 보관 기간이 1개월 이상이 지나거나 반입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도 수입 통관이 되지 않으면 ‘세관공매’로 올려놓는다.

 

이러한 세관공매로 명품을 싸게 사고 심지어는 재테크까지 이어져 수입이 쏠쏠하다는 뉴스가 전파를 타기도 했다.

 

사업자도 아닌 일반인도 참가할 수 있다는데, 공매라고 하니 지레 겁부터 먹고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세관공매'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름하여 세관공매, 무작정 따라하기!!

 

1단계. 세관공매 공고 확인하기

 

관세청 홈페이지 내 '공매공고' 게시판 글 중 제목에 '공매공고'가 적힌 글을 확인하면 되는데, 전국 세관에서 일정 기간 보관이 지난 물품을 기간별로 나눠 올리기 때문에 수시로 확인을 해봐야 한다.

 

글에는 안내문 파일과 물품 리스트가 적힌 엑셀 파일이 첨부돼 있는데, 세관마다 안내문 내용이 조금씩 다르므로 꼼꼼히 읽어보는 것이 좋다.

 

공매입찰 참가방법은 크게 두 가지. 일반공매 입찰과 전자입찰인데 쉽게 말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차이이다.

 

전자입찰은 관세청의 전자통관 시스템인 ‘유니패스’에서 사진으로 물품을 확인하고 보증금 납부 등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반공매 입찰로만 나온 경우가 더 많으며 일반공매 입찰은 현장에서 직접 물품을 확인하고 지정된 은행에서 보증금을 납부해야한다.

 

이번에 인천세관이 올린 공매 품목 리스트에는 수입화물로 고급 청소기, TV, 향수 등이 있었고 휴대품에는 핸드크림을 비롯한 쥬얼리, 시계, 핸드백 등이 있었다.

 

명품도 싸게 사는 세관공매라고 했지만 직접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기대반 의심반이라 목돈이 들어가지 않는 프랑스 L사의 핸드크림과 풋크림을 사보기로 했다. 나름 핸드크림계의 명품이라 불린다.

 

물건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 유치장치장에 보관돼 있다고 적혀있었는데, 아마 누군가 기내에서 흘린 것을 주워서 세관에 가져다 준 모양이다.

 

아무튼 일반공매로 진행되고 정확한 물품 설명 없이 달랑 'L사 크림 2개'라고만 쓰여 있어, 어떤 향의 핸드크림인지도 알 수 없었다. 확인할 방법은 전화를 해서 물품을 직접 확인하러 가는 것 뿐이었다.

 

2단계. 물품 직접 확인하기

 

공매 전에 미리 담당자에게 연락 하고 체화창고에 가면 물품을 확인할 수 있다.

 

안내문에 적힌 내선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담당자는 아직 창고에서 나간 물품은 없으며 공매 가능한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그 시간에 맞춰서 물건을 직접 확인하러 오라고 했다.

 

하필 구매하기로 마음먹은 물건이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보관돼 있어서 서울에서 이동시간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쭈뼛쭈뼛 휴대품통관과에 들어선 후 “세관공매 물품 확인하러 왔는데요…”라고 말하자 담당자가 뒷문을 열고 '으슥한' 체화창고로 안내했다.

 

체화창고를 둘러보기 전에 방명록처럼 공람대장에 개인 신상을 작성하고 들어가야 했다. 오늘 이 곳에 들른 사람은 아직 없었다.

 

 

들어가보니 말 그대로 ‘창고’였는데, 철제 선반에 물품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물품들로 일정 기간이 지날때까지도 이 곳 창고를 나가지 못하면 폐기되는 수밖에 없다.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구매할 물품이 있는 칸으로 가서 물품 상태를 살펴보고 나왔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창고 한켠에는 폐기예정인 물품 꾸러미들이 있었는데, 양이 어마어마했다. 멀쩡해보이고 좋은 물품들 같았는데 폐기라니, 너무 아까웠다.

 

특히 중국산 담배와 건강기능식품이 눈에 띄게 많았다. 담배는 한 보루까지 면세 되는데 이후 붙는 관세가 너무 부담스러워 여행객들이 사왔다가 가져가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건강기능식품은 최대 6병까지만 국내 반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6병을 초과하면 어쩔 수 없이 세관에 묶이게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세관공매로 살 물품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예정대로 다음날 진행될 입찰에 참가하면 된다.

 

3단계. 세관공매 참가하기

 

이번 공매는 일주일 전 열린 1회 공매 때 유찰된 뒤 열리는 제2회 공매이다.

 

입찰을 진행하는 세관 직원은 “보통 입찰자들은 4~5회 때, 빠르면 3회 때 오시는데 2회 때 오셨네요.”라며 의아해했다.

 

처음 1회 때는 세관이 공매예정가로 올린 가격으로 입찰이 진행되고 1회 유찰될 때마다 10%씩 가격이 내려간다. 잘하면 처음 입찰예정가보다 50% 할인된 가격으로 원하는 물품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먼저 공매에 참가하기 전에 반드시 지정 은행으로 가서 입찰금액의 10% 이상을 입찰보증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그렇게 납부 후 영수증을 챙겨 공매 장소에 도착했다. 당일 공매에 참가한 사람은 기자 외 1명, 총 2명이었다. 상대방이 어떤 물건을 사러 왔는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

 

정해진 공매 시작 시간이 되자 세관 직원이 입찰서를 나눠줬다. 경쟁자는 단 한 명뿐이지만 왠지 긴장이 됐다.

 

‘만약 저 사람이 내가 사고 싶은 핸드크림과 풋크림을 내가 쓴 가격보다 더 낮게 썼으면 어떡하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입찰금액을 적어냈다. 참가자 모두 작성을 마친 후 세관 직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서 바로 결과를 알려줬다.

 

써낸 금액으로 프랑스 L사의 핸드크림과 풋크림을 낙찰 받았고, 세관 직원이 서약서를 나눠줬다.

 

‘낙찰된 하기의 공매건에 대하여 자가 사용할 것임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서약서에 서명을 했다.

 

4단계. 물품 받아가기

 

다시 입찰보증금을 납부했던 은행으로 찾아갔다. 이제 낙찰이 됐으니 미리 납부했던 입찰금액의 10% 외에 나머지 금액을 모두 입금 완료했다는 영수증을 받았다.

 

입찰이 진행됐던 곳으로 돌아가서 드디어 세관직원에게 ‘공매물품 반출 승인서’를 받아들고 처음 물품을 확인했던 인천공항 제2터미널 체화창고로 가야했다.

 

이제 슬슬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싸게 사려다가 오며가며 교통비가 더 드는구나!'

 

택배로도 받을 수 있지만 휴대품의 경우 택배 이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직접 가서 찾아와야 했다. 그렇게 원하던 물건이 내 손으로 들어왔다.

 

 

교통비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물건만 보면 온라인 최저가격보다 저렴하게 샀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6차까지 기다렸다면 1만원대로 살 수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입찰참가에만 의의를 두기로 했다.

 

 

지정된 은행에서만 업무를 봐야하는 점, 물품 보관 장소와 입찰 진행되는 장소가 달랐다는 점이 불편했을 뿐 전체적인 세관공매 과정은 의외로 단순명료했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세관공매 공고를 꼼꼼히 확인할 수 있는 부지런함과 눈치작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배짱만 있다면 개인도 충분히 참가해볼 만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세관공매에 참가했다가는 낭패보기 일쑤.

 

입찰이 끝난 후 체화·공매를 담당하는 인천세관 수출입통관국 수출입통관총괄과 이성은 관세행정관과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다.

 

INTERVIEW / 이성은 관세행정관

 

박가람 기자(이하 박) : 세관공매, 유의해야할 사항은?

 

이성은 관세행정관(이하 이) : 먼저 개인으로 낙찰 받았을 경우 되팔아서는 안 된다. 서약서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자가사용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사업자는 공매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사업자등록증만 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물품별로 추가 자격요건이 있다.

 

조건 미비로 낙찰이 취소되고 잔금을 환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예를 들면 청소기나 TV 등의 사업자 구매를 위한 요건에는 전파법과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등이 있는데, 물품구매 비용보다 수수료, 인증비용이 더 많이 들기도 한다. 결국 처음 공고문을 잘 확인하고 참여해야 한다.

 

박 : 세관공매는 주로 어떤 분들이 관심을 갖나?

 

이 : 세관공매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이 있는데, 그곳 수강생들이 많이 오고 일반인은 개인보다는 사업자가 주로 참가하고 있다. 전문적으로 세관공매를 하시는 분들이 찾아온다.

 

박 : 세관공매로 얻은 수익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이 : 공매낙찰이 되면 제세총액, 그러니까 휴대품의 경우 대부분 관세와 부과세, 주류는 교육세와 개별소비세 등, 국세 체납자 물품은 체납세 충당 후 창고 보관료로 준다. 그 후 남으면 화주에게 주는데, 사실 창고료가 제일 많이 들기 때문에 사실상 세관이 운용할 수 있는 금액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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