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고령화와 가족붕괴로 독거노인이 급증하면서 일본에서는 홀로 남겨진 노인들을 위한 가족대행업이 성황을 누리고 있다.
전통적인 혈연과 지연관계가 끊어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고독한 개인, 특히 외로운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일본 사회는 몇 년 전부터 ‘고족(孤族)의 나라’로 불리며 가족을 대신해 각종 보살핌부터 장례절차까지 맡아주는 민간 비영리단체와 사설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씁쓸한 상황이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고령자가 홀로 사는 독거노인 가구는 2000년 3.7%(54만 4천 가구)에서 2013년 6.9%(125만 2천 가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중이며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35년에는 15.4%(343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독거노인의 빠른 증가추이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데, 특히 평균수명이 긴 여성들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형성에 미리 신경 쓰지 않으면 사별 등으로 홀로 되었을 때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에 놓이게 될 확률이 높게 된다.
실제 2011년 서울시 독거노인 전수조사결과 독거노인 21만여 명 중 15만 명이 여성으로 전체의 71%를 차지하였으며 상당수는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하지 않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였다.
혼자 사는 노인의 증가는 우리 사회에 ‘무연사회(無緣社會)’나 ‘고독사(孤獨死)’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가져다준다. 일본에서 시작된 ‘무연사회’라는 단어는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인간관계가 약해져가는 사회라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고독사’로 연결되고 사망 후 한참 지난 후에야 발견되는 일이 점점 많아지게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틀 이상 지나서 발견되는 고독사의 건수가 2011년 한 해에만 2만 6천 건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미리부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이웃 등 사회적 관계구축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노년기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관계는 정서적 안정을 통한 행복 뿐만 아니라 노인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년기를 함께하는 친구들은 공통의 가치, 흥미, 경험 등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고, 유사한 생활방식이나 관심사를 갖고 서로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어 삶의 행복을 느끼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별에 따라 친구관계망을 통해 느끼는 행복감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남성 예비노인(50~60대)은 친구관계망의 크기, 접촉빈도, 거리적 근접성보다 서로의 사고방식을 자극하고 자신을 성장하게 해주는 사회적 자극기능이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 예비노인은 친구가 한 명 늘어날 때 행복감이 약 5% 증가하고 거리적 근접성이 한 단위 높아질수록 행복감이 1.2배 증가했으며 친구가 많을수록, 특히 본인과 가까운 거리에 거주하는 친구가 많을수록 고민과 비밀을 나누고 서로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경험할수록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가족이나 친구, 이웃관계를 잘 형성하고 유지할수록 주관적 건강인식과 신체적 기능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노년층의 다양한 관계개선을 통해 우울증 등 사회적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결과에서도 객관적 경제수준이 아무리 좋더라고 은퇴노인의 우울감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가족관계 및 친구나 이웃관계가 좋을수록 우울감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관계형성은 100세시대에 있어 매우 중요한 노후준비 사항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관계형성에 있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개인적인 노력이 따라야 하겠지만 빠르게 장수시대가 되어가는 현상을 고려할 때 젊은 층과의 교류확대 등 다양한 정책과 지원프로그램들을 통해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노년의 관계형성이 잘 지원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