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꽃피는 아침-양현근
무서리 가득한 언덕을 지나
푸른 이파리의 한 시절이
눅눅한 어둠 걷어내며 저리 뜨겁게 돋아나요
낭창낭창한 목소리로
무딘 뿌리들 다짐하듯 반짝이고 있어요
이제 우리, 서로를 감싸 안은 낮은 어깨동무로
한 생애의 현기증을 반듯하게 건너가요
서두르지 말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그저 넉넉한 차림새로 새벽 새들의 지저귐과
꽃피는 날들의 이유를 함께 생각해요
나를 열어 그대를 받고
밤새도록 우리를 품어 저 산처럼 펄럭이면
너른 들판의 빈자리에는 금세
새벽 강물의 뒤척이는 소리로 가득하겠지요
첫, 사랑 같은 지극함이 들어차겠지요
한 시절 꽃피고 싶은 풍경이
저리도 환하게 경배하듯 밝아 와요
두 날개 바스락거리며
우리들의 배경에 안녕, 안녕,
반짝이는 햇살을 부려놓아요
지금은 별들이 서둘러 귀가하는 둥근 새벽
참말로 기쁜 우리들의 너른 벌판이거든요
깊은 산 너른 강을 휘돌아
풀꽃 향기 터지는 푸른 아침이거든요
[시인] 양 현 근
1998년 『창조문학』 등단
시집 『수채화로 사는 날』 『안부가 그리운 날』
『길은 그리움 쪽으로 눕는다』 『기다림 근처』 등
2009년 『시선』작품상 수상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받음
[詩 감상] 양 현 근
늘 아침은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무엇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과 기대는
고달픈 일상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다.
서두르지 않는 넉넉함으로 함께 펄럭이노라면
깊은 산 너른 강을 지나
저만치서 우리들의 아침이 오리라는 것을 안다.
눅눅한 어둠 걷어내고 풀꽃 향기
팡팡 터지는 새 아침이다.
[낭송가] 선 혜 영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현재 미국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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