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곶_배홍배
모두들 말이 없었다.
이따금 무거운 침묵위로 고깃배가 미끄러져 들어올 때마다 나는
출렁이는 작은 배들의 이마를 다독일 뿐
그 흔들림이 내게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저녁 해가 조심스럽게 비켜 가는 몸속
허물어질 것들을
소금 창고의 물새가 외로움에 가늘어진 말간 다리로
받쳐줄 때도
갯바람은 황폐한 그리움 밖으로만 불었다
돌아오지 않은 배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하나 둘
그리운 눈빛을 바다에 던지고
뒤늦게
귀항하는 배들이 물위에 뜨는 그 많은 흔적들을
어디까지 지울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
할 때도 나는 깨닫지 못했다, 아직 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시인] 배 홍 배
1953년 전남 장흥 출생
2000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단단한 새』『바람의 색깔』, 산문집『추억으로 가는 간이역』 등
[詩 감상] 양 현 근
삶이란 고깃배가 말없이 궤적을 남기듯
뒷사람에게 발자국을 남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사람으로
누군가에게는 아픈 눈빛으로 추억되는 일일 것이다.
물새 떼의 가느다란 다리 사이로 바람이 분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빛도 가느다랗게 흔들리고 있다.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나뭇잎이나 물결이 아니라
내 안의 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낭송가] 정 나 래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계룡전국시낭송대회 = 대상
천상병 시낭송대회 = 대상 등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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