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검찰이 최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에 대해 늦장 수사란 지적이 제기된다.
희성전자에서 수백억대 탈세가 발생했다는 국세청 고발을 접수 받은 후 거의 2년이 다 돼서야 주요 피의자인 구 희성그룹 회장을 소환조사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 2016년 희성전자 세무조사를 통해 법인 등을 수백억대 탈세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지난 7일 저녁 SBS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6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탈세 등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지난해 LG상사 지분을 LG그룹에 파는 과정에서 수억원대의 세금을 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은 주식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지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지분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국세청은 지난 4월 LG사주 일가 10여명을 100억원대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로 고발하고, 서울지검도 지난 5월 LG그룹 본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와 관련, 어떠한 답변도 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일감몰아주기 승계 고발은 2016년
당국에서 이상기류를 감지한 것은 지난 2016년의 일이었다.
국세청은 2016년 5월 12일 서울국세청 조사4국 요원 100여명을 불시에 희성전자 본사 등에 파견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심각한 일감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구광모 LG 회장의 친부로 2004년 LG일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회장을 아들이 없었던 고 구본무 LG 회장에 양자로 보냈다.
이 무렵, 희성전자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희성전자는 1957년 설립된 회사로 2000년 이전에는 매출이 277억원인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구광모 회장을 고 구본무 회장에 입적시키기 5년 전인 1999년 희성전자 진례공장을 준공하고, LCD패널에 사용되는 백라이트 유닛을 생산했다. 생산된 제품은 LG디스플레이가 사들였다.
그 결과, 2005년 매출이 1조원을 넘겼고, 2015년에는 2조7878억원까지 솟구쳤다.
세무당국은 LG그룹이 희성전자에 지원성 일감몰아주기를 했다고 보고, 2016년 희성전자에 법인세 등 수백억원대 세금을 추징하고, 관련 내용을 검찰에 고발했다.
세무조사 후 희성전자는 급속도로 체질개선에 나섰다. 2016년 LG 측 일감을 줄이면서 매출이 2조원 미만으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에도 매출이 2조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지분구조 역시 2015년 말 구본능, 구본식 등 구씨 일가가 85%, 허정수, 허광수 등 허씨 일가가 15%를 갖고 있던 구조에서, 회사를 동원해 구씨 일가 지분 26.2% 사들이게 함으로써 구씨 58.8%, 자사주 26.2%, 허씨 15%로 변동시켰다.
하지만 희성그룹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검찰은 거의 1년 반 동안 고발된 사건을 묵혀두고 있다가 최근 세무당국이 LG일가 상속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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