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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응 실패, 절벽 끝에 선 김효준 BMW 회장

‘늑장 대응’ 도마 위…“판매는 번개, 수습은 굼벵이” 비판
브랜드 신뢰도 ‘급락’…520d 7월 판매량, 전월比 ‘반토막’
성공한 CEO 이미지 ‘흔들’…CEO 승계 계획 ‘차질’ 전망

 

(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리콜 대상 모델 이후 제작된 차라 문제없다는 말만 믿고 있지만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내 차를 걱정해주니 대단히 불쾌하다. 이런 와중에 매일 언론에 나오는 BMW의 대응을 보면 이처럼 고객을 형편없이 여기는 회사가 또 있나 싶다”

 

지난달 만난 신 모씨(44세, 직장인)는 BMW의 화재사건 대응방식에 울화통을 터뜨렸다.

 

지난 6월 BMW 520d를 구입한 신 씨는 “판매할 때는 각종 서비스를 약속하며 번개처럼 일이 진행되지만 막상 차에 문제가 생기니 굼벵이처럼 대응이 늦다”며 “520d 소유자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나 동호회 게시판을 보고 있자면 BMW도 몇 년 전 미국에서 차의 결함을 은폐하려다 들통났던 도요타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BMW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역시 부임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김 회장은 지난 1995년 BMW코리아에 몸을 담은 이후 2000년 BMW그룹 최초의 ‘현지인 CEO’로서 지금까지 18년 동안 BMW의 국내시장 성공 신화를 써왔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가 주최하는 조찬 세미나의 단골 강연자로 나설 정도로 실적과 이미지, 그리고 인기까지 겸비한 CEO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러한 실적 덕분에 김 회장은 지난해 2월 정년을 맞았지만 BMW코리아를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한 본사가 연장 근무를 요청해 오는 2020년 2월 정년 퇴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BMW 차량의 잇따른 화재사고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김 회장의 입지는 그야말로 천길 낭떠러지 위에 선 모양새다.

 

임기를 잘 마무리하고 한상윤 BMW코리아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겠다는 CEO 승계 구상에도 빨간 불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에서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만 30여대에 달한다. 이에 BMW코리아는 지난달 말부터 화재 발생에 대한 결함을 인정하고 42개 차종, 10만6317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 조치에 들어갔다.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제작결함으로 실시한 리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김효준 회장으로선 부임 이후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지난해 회사 차량 인증서류 조작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올해와 같은 대규모 참사는 유례없는 악재다.

 

문제는 리콜 기간 중에도 화재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주차장에서는 BMW 차량에 대한 주차 금지를 실시하는 등 화재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BMW가 발표한 화재 원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는 집단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정부도 차량 화재사고에 대한 BMW의 내용 부실을 질타하며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리콜 대상 차주들에게 ‘운행자제’ 권고에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까지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업계에선 김 회장이 위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다수다. 실제로 김 회장의 대응은 느슨했다. 주행 중 화재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빨리 리콜을 결정해야 했으나 제품결함을 인정하는 리콜 결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어 정비 불량이나 중고차 매입에 대한 성의 없는 해명, 렌트카 제공을 둘러싼 현장과의 괴리 등 소비자들의 심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일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

 

경영자들이 항상 언급하는 ‘사건 초기에’, ‘정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등의 위기 대응 매뉴얼의 실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 형식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여론의 반응이 싸늘하기만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암초에 직면하면서 BMW 차량 판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지난달 판매량에도 타격이 왔다. BMW의 간판 모델인 520d의 지난달 판매량이 전월 대비 45.7% 감소했다. 주력 제품 판매량이 반토막난 것이다.

 

BMW는 올해 메르세데스-벤츠에 뺏긴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힘을 쏟아왔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3만4568대로 벤츠(4만1069대)를 바짝 추격했지만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현 상황에서는 미래가 불투명할 뿐이다. 더군다나 남은 하반기에는 리콜 문제로 판매 계획이 삐걱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업계 관계자는 “BMW는 꾸준히 지켜온 국내 수입차 1위 자리를 2년 전부터 벤츠에 내주는 등 이미 위상이 예전만 못한 상태”라며 “주행 중 차량 화재라는 초유의 사태로 BMW의 국내 시장 존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김 회장의 위기 대응 능력이 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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