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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 동정

안택순 조세심판원장 “조세심판원, 억울한 납세자 위한 포청천 되겠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조세팀장, 박가람 기자) 조세심판원은 행정재판 전 억울한 납세자를 구제하는 기관이다. 동시에 과세관청이 정당하게 과세권을 행사하는지도 살핀다. 심판관은 법관처럼 검은 법복을 입지 않는다. 그러나 법관 못지않은 공정함과 법에 대한 헌신으로 사건의 단어 하나하나를 짚어낸다. 안택순 원장은 지난 4월 2일 조세심판원의 일곱 번째 원장으로 취임했다. 억울한 납세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안 된다는 그는 공정한 심판을 위해 경청과 겸손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숨결마저 텁텁한 푹 찌는 한 여름날, 서류 더미 속에서 작은 틈 하나 없는지 꼼꼼히 살피던 안택순 조세심판원장을 만났다.


기자를 보자 금방 따뜻한 표정을 맞으며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에선 세월의 단단함이 묻어났다. 국가 대표 공무원이란 자부심 탓인지 머리 매무새부터 옷차림까지 일목요연하다 싶을 정도로 단정했다.


그는 행시 32회로 공무원이 된 후 정부에서 업무가 가장 많기로 유명한 기획재정부에서 반평생을 보냈다. 맡는 일이 엄중하다 보니 빈틈 하나 허용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을 소개하는 그의 어조는 평온하면서도 이웃처럼 친근했다.

 

“조세심판원은 부당한 과세조치로부터 억울한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하는 기관입니다. 신속, 공정, 정확한 판단을 해야만 납세자와 과세관청 모두에게 신뢰를 얻고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원장으로서 저의 책무입니다.”

 

 

억울한 세금은 법원에서도 구제할 수 있다. 그러나 1심부터 3심까지 소송이 거듭되면, 비용·시간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지고, 심리적으로 내몰린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에서 납세자의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과세관청은 즉각 수용해야 하고, 신속한 구제가 이뤄진다. 그런 만큼 조세심판원의 무게는 무겁다.

 

안 원장은 ‘앞으로 그 무게는 더욱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 불복청구가 나날이 전문화, 복잡화, 대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그럴수록 겸손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화는 낮은 데서부터
안 원장은 취임 후 유독 소액·영세납세자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구제와 업무처리 프로세스 개선을 강조했다. 지난 2012년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으로 3년간 근무하면서 계속 마음에 걸리던 부분이다.

 

“지난 5월 24일 첫 워크숍에서 조세심판원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했었습니다. 신속·공정한 심판결정을 위해 납세자와 과세관청에 적극적인 심판 참여 기회를 넓히고, 소액·영세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해 더욱 특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품질의 심판결정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업무프로세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상임심판관을 하면서 느낀 점은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사건조사와 심리를 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적정수준 이하의 투입을 한 경우에 심판청구인이나 처분청이 납득할만한 좋은 결정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고품질의 심판결정은 심판조사관실의 많은 시간투입과 고민의 과실이며, 허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사건조사와 심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이 필요합니다.”

 

안 원장은 납세자의 말에 귀 기울이듯 워크숍에서 직원들의 자유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조세심판관회의 개최일자를 현재보다 1주 전 먼저 알려줘 추가 항변이나 의견진술 준비를 할 수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자는 방안, 조세심판관에게 양 당사자가 제출한 최종요약서면을 원문 그대로 전달해 사건조사서의 미진함을 보충하자는 방안, 장기미결에 대한 특별관리방안, 심판청구서와 각종 제출자료를 이메일로 접수하자는 방안 등이 접수됐다. 그는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거 같다”며 해맑게 웃었다.

 

조세심판원을 둘러싼 논란
안 원장 취임 전, 조세심판원을 두고 몇 가지 논란이 나왔다.
‘기재부의 유권해석이나 대법원 판결과 반대되는 결정이 나온다’, ‘1년 이상 장기미결 사건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 ‘처리기한이 짧아야 납세자 부담이 줄어드는 데 국세만 빨라지고, 관세는 늘어난다’ 등이다.

급기야 상임·비상임심판관의 자질문제가 거론되고, 조세심판원을 국세청 심사에 편입시키자는 주장마저 나왔다.

 

안 원장은 사안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답이 있다고 귀띔했다.

“조세심판원 결정이 대법원 판결, 기재부 유권해석과 달라 납세자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기재부 유권해석은 추상적인 법해석이므로 사건에 적용하면 다양한 결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라고 안 원장은 말했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사건이라도 사실관계가 같을 수 없다. 비슷한 유형의 사건마다 결론이 다른 것은 이러한 이유다. 장기미결 사건에 대해선 “납세자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공정한 심판을 위해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납세자와 처분청이 치열한 다툼 있는 사건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려면, 양 당사자에게 충분한 공격방어의 기회를 주고 사실관계나 법리가 정리될 수 있도록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사건 중에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또 민·형사가 함께 얽혀 있어 속단을 내릴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증거 보강 등을 이유로 청구인과 처분청이 모두 심리유예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우리 심판원 사건 중에는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 많이 있습니다. 사건이 장기화하면 납세자분들께서 힘들어하신다는 사실을 저희도 깊이 유념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급하게 처리해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사건처리가 지연되면 안 됩니다. 장기미결사건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제가 직접 챙겨보겠습니다.“


국세만 처리기간이 줄고 관세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관세부문이 국세에 비해 규모가 작다 보니 다소 투입되는 자원도 적었다고 인정했다.

 

국세나 지방세 심판부에는 전담조사실이 있지만, 관세는 없다. 관세는 청구건수가 많지 않고, 규모도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FTA 체결 등으로 사건수가 많이 늘어나고, 새로운 유형의 사건이 대거 터져 나오면서 관세에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 관세전담조사관실 신설을 목표로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뛰고 있으니 내년쯤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 체제 포기하면 독립성 훼손
한결같이 부드러운 어조로 대화를 이어가던 안 원장이지만, 그도 조세심판원을 국세청 산하에 두자는 주장에 대해선 다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안 원장은 “조세심판원의 전신인 국세심판소가 발족하기 전인 70년대 중반으로 회귀하자는 시대착오적 주장”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 6월 국세행정포럼에서 조세행정의 일관성을 위해 조세심판원을 국세청 심사청구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세심판원은 1975년 설립된 국세심판소에 기원을 두고 있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처럼, 국세청이 행정심판까지 맡으면 과세관청의 손만 들어줄 것이란 우려에서 국세심판소는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밑에 설치됐다.

 

한발 더 나아가 독립성 확보를 위해 2008년 국무총리실 소속 조세심판원을 출범하게 된 것이다. 안 원장은 조세불복제도는 권리구제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 사람이 선수와 심판을 겸하면, 공정한 경기를 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집행기관과 권리구제기관은 분리하는 것이 맞고, 오늘날 조세심판원이 국무총리실 소속기관으로 납세자 권리구제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심판원의 심판결정에 대해 과세관청에게 소제기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조세심판을 통한 납세자 권리구제를 사실상 포기하자는 것과 마찬가지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 주장 역시 지난 6월 국세행정포럼을 통해 제기된 의견이다. 현재 조세심판원 심판결정에 대해 과세관청은 따라야 한다. 납세자만이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걸 수 있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학계에선 재판의 확정은 대법원의 고유 권한인데, 법률상 이해관계자로 볼 수 있는 과세관청의 행정소송 제기를 막는 것은 과도하다는 근거에서다.

 


“조세심판 결정에 과세관청이 제소할 수 있게 되면, 아마 과세관청은 조세심판원이 납세자 손을 들어준 사건 대부분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겁니다. 아무리 작은 사건도 최소 2∼3년이 걸리는 소송을 통해서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행정부 단계에서 저렴하고 신속하게 권리구제 받을 수 있는 길은 막히고 납세자로서는 지금보다 권리구제받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입니다.”

 

안 원장은 조세심판의 본질을 들여다볼 것을 제안했다. 행정심판은 사법부를 통하지 않고 행정부 자체적으로 위법·부당한 처분을 시정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과세관청과 조세심판원이 기관이 분리돼 있어도 같은 행정부에 속해있다.

 

안 원장은 “행정부가 행정심판결정에 대해 다시 소를 제기하도록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고,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행정심판에 대해 처분청의 제소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심판은 다양한 사람이 만드는 천리경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은 3년 이상 조세부문 경력을 갖추고 있는 고위공무원이 맡는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공무원은 행정가이지 법률전문가가 아니란 이유로 법관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인물을 상임심판관으로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외부 전문가를 두어 보완하는 비상임심판관제도 전원 상임심판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원장은 조세심판은 세법, 세무실무, 기업회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조세심판관회의 구성의 이원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현재 상임심판관은 주로 오랫동안 조세를 다룬 현직공무원이 맡지만, 비상임심판관 제도를 통해 다양한 법률, 세무, 회계 전문가를 영입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아무리 훌륭한 상임심판관을 모셔와도 법률, 세무, 회계, 행정, 재판실무 모두에 만능일 수 없습니다”며 “조세가 살아 있는 경제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 만큼 민간실정을 잘 아는 분이 참여하면 경직되기 쉬운 공무원 중심 결정체제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신뢰는 자기 자신부터
물을 담으려면 그릇을 비워야 하듯 여가를 통해 마음의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한참 이야기를 이어가다 문득 여가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안 원장은 일터가 세종시에 있다 보니 평일에는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다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주말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든다고 말했다.

 

“주말이면 되도록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뒷산 산책하며 소소한 여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전국의 둘레길을 돌아보는 것이 최근의 낙입니다.”

 

그는 심판원 직원들에게도 여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심판청구를 한 후 결정을 받을 때까지 애타게 기다리는 납세자들이 있다 보니 시간이 쫓기는 게 사실입니다. 납세자 권리구제와 직원의 근무여건 개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유연근무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심판결정의 품질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엔 사무실을 개조해 심판결정을 찾는 납세자들에게도 쉼터를 제공하려 한다.
“여기 오시는 납세자분들은 멀리 세종시까지 수시간을 들여 담당자에게 사건을 설명하거나 심판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시는 분들입니다. 현재는 민원실이나 심판관회의 대기실이 부족했는데, 민원실과 심판관회의 대기실을 확대 이전하여 우리원에 오시는 분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환경 개선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와 여러 이야기를 하다 보니 30분이 넘는 긴 인터뷰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훌쩍 지났다.


세금제도를 만들고, 조세심판을 처리하는 딱딱한 공무원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그는 옆집 이웃처럼 푸근했고, 말 마디마디가 명료하면서도 여유가 넘쳤다. 균형과 겸손을 잃지 않겠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의 조세심판원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조세불복사건의 80%가 우리 심판원에 오고 있다는 건 그만큼 납세자분들께서 심판원을 신뢰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는 아직 미흡합니다. 심판결정의 권위와 신뢰는 원장인 저를 포함한 심판원 전 조직원의 힘으로 쌓는 것입니다. 청구인과 처분청이 납득할 수 있는 심판 결정을 위해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려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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