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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외이사 ‘관피아’ 비중 그대로

정권 바뀌어도 ‘40%’…시스템으로 벽 허물어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관피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의 대상으로 꼽혔다. 지난 정부도 관피아 철폐를 강조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대기업 사외이사의 약 절반이 권력기관의 전직 고위직들이었다. 이들은 주주의 입장을 대변하고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의무에 소홀했다. 하지만 개선의 조짐도 보인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그것이다.

 

“사외이사의 경영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액주주 등 비지배주주들이 독립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경제민주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습니다. 저는 모두가 함께 공존하고 시장질서가 바르게 잡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기억도 희미한 2012년 11월 16일. 당시 대선후보 박근혜는 소리 높여 경제민주화와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를 외쳤다.


사외이사는 말 그대로 회사 밖의 이사란 뜻이다. 회사 이사회의 일원이지만, 대주주와 경영진의 독단적 경영을 막고,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고, 소액주주들을 보호하는 일을 맡는다.

 

우리나라의 사외이사 도입은 외환위기 당시 IMF 권고에 따른 것이다. IMF는 한국의 금융위기 원인 중 하나가 지분보다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재벌지배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의 사외이사는 경영진이나 대주주에 예속된 권력기관의 전관(前官), 관피아를 모시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대국민담화를 통해 안전불감증에 기생하는 관피아를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관피아 불변의 법칙 ‘40%’
전직 관료들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 모두 기업들로부터 꾸준히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코스피 상장사 중 시가총액 100위권 기업들이 지난 3월 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사업보고서를 자체 전수 조사한 결과,

 

2017년 말 기준 이들 기업이 선임한 사외이사 392명 중 160명(40.8%)이 정관계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160명의 정·관 출신 사외이사 중 단연 1등은 검찰 출신들이었다. 검찰 출신 사외이사는 38명(23.8%)으로 가장 많았으며, 기재부 29명(18.1%), 국세청 25명(15.6%). 법원 16명(10.0%), 공정위 11명(6.9%) 순이었다.

 

이 밖에 산업부 6명, 금감원 4명, 군인·국회의원·노동부·외교부·환경부가 각 3명, 청와대·경찰·국토부·국무조정실 각 2명, 관세청·감사원·농식품부·식약처·수출입은행·서울시·정계인사 등이 각 1명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과거의 유사 통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매년 하반기에 공개하는 ‘30대 그룹 계열사 사외이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30대 그룹 내 사외이사를 선임한 199개 계열사가 임명한 사외이사 657명 중 관료출신은 284명에 달했다.

 

연도별 비중으로는 2013년 41.1%, 2014년 40.5%, 2015년 39.2%, 2016년 40.6%로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5년 소폭 감소했다가 2016년 다시 40%를 회복했다. 이는 2017년 시총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 구성과 거의 동일한 수치다.

 

두 통계의 모집단은 재벌과 재벌이 아닌 대기업으로 구성된 시가총액 100위 기업과 30대 재벌 계열사로 서로 다르다. 다만, 재벌이든 아니든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고르는 성향은 서로 쌍둥이처럼 비슷했던 셈이다.

 

경영진에 예속된 사외이사
재계는 사외이사 시장 자리에서 전직 고위관료가 유독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서 ‘전문성’을 이유로 들어왔다. 실제 정부 고위직은 정부에서 전문성을 인증한 인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관피아 출신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에 대해 견제를 했다는 근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경영진이 내놓은 이사회 안건에 줄줄이 찬성표만을 던져왔기 때문이다. 시총 100위권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예외가 있었다면, 지난해 8월 29일 SK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권한 일부를 거버넌스 위원회로 넘기는 안건을 부결시킨 건 정도다.


거버넌스 위원회는 그룹 지배구조 투명성을 논의하는 조직으로 SK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사외이사 중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하금열 SBS미디어홀딩스 대표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경영진 견제 측면의 의결은 아니었다. SK 측 설명에 따르면, 지배구조 투명성 작업 관련 거버넌스위원회와 이사회와 의결이 중복되는 사안을 거버넌스위원회 전담으로 돌리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모두 좀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하자며 만장일치로 부결시킨 건이기 때문이다. 관련 안건은 올해 3월 5일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가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고 싶어도 현행 주주총회 의결구조로는 기업 경영진들에게서 독립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경영진을 감시할 파수꾼인 사외이사를 선임할 권리가 바로 그 경영진에게 있기 때문이다.

 

현행 사외이사 선임 방식은 매회 사외이사 후보 투표건 당 지분율에 비례해 표를 행사하는 방식(단순투표제)이다. 따라서 사외이사 투표건마다 다수의 의결권만 확보할 수 있다면 사외이사 선임권한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이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다.

 

예를 들어 대주주 갑이 지분율 51%에 맞춰 51개의 표를 받은 상태에서, 사외이사 A, B를 뽑는 투표에 참여한다고 할 경우 현행 단순투표제도에서는 A선임건과 B선임건 각각 51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반대 측이 이길 가능성은 ‘제로’다.

 

그러나 집중투표제가 되면, 51표를 받되 사외이사 A선임건에서 30표를 썼다면, B선임건에서는 21표밖에 쓸 수밖에 없다. 반대 측이 연합하면, 대주주를 이길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사외이사 선임 관련 투표를 할 때 현재는 주주총회 현장에 참여한 사람만 투표참가가 가능하지만, 전자투표제는 모바일 투표가 가능해져 장소 제약 없이 투표가 가능하다.

 

생업 때문에 주주총회에 참석 못 하는 소액주주들도 주총 의결이 가능한 셈이다.
집중투표제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의 반대 끝에 법안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으며, 전자투표제는 법제화를 통해 도입은 됐지만, 기업 자율에 맡기면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지난해 국감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0대 기업 중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15개뿐이다.

 

김경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현재 사외이사제도는 경영진이 파수꾼을 뽑는 모순점이 있었다”라며 “경영진과 대주주들의 회사 전체보다는 자신들의 편익 차원에서 조세·행정 등 전직 고위공무원들을 중심으로 관피아를 정착시켰다”고 지적했다. 허물어지는 관피아의 벽하지만 깨질 거 같지 않은 경영진-관피아 사외이사 구도에도 서서히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최근 한진그룹 갑질로 재벌의 ‘황제경영’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의 움직임이 여러 장면에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 4월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집중투표제를 의무도입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에 대한 법안 검토의견 보고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안했다.

 

법무부는 그간 집중투표제 도입 등 상법 개정 관련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최근 상법 개정 관련 주무과인 상사법무과 과장에 검사 출신인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다. 집중투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연내 상법 개정을 통과시키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태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이와 연계해 재벌 산하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14일 취임사에서 전직 공정위 고위직 등 관피아 접촉 자제령을 내린 바 있다.


국민연금은 기업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는 등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목적에서 지분을 소유한 기관투자자가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 역시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노조 역시 경영 참여를 위한 물밑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의 경우 우리사주조합과 소액주주 연계를 통해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등기이사 재선임안을 부결시키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KB금융노조도 사외이사 선임 관련 재도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3월 23일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안이 찬성률 4.23%로 부결됐지만,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게 될 경우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재벌은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사외이사 등 총수일가의 독주에 대한 마땅한 견제수단이 없다”며 “집중투표제나 스튜어트십은 관피아나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전했다.

 

김경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과거에는 기업과 사회 간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지만,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사회와 기업 간 관계가 매우 밀접해졌다”며 “기업의 생존과 운영이 사회와 떨어질 수 없는 만큼 관피아나 독단적 의사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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