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맥주 세금 기준을 ‘양’으로 바꾸는 법개정을 추진하면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 역차별 논란이 끝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기재부에 술의 과세기준을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내용의 주세법 개정안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맥주는 가격에 세율을 붙인다. 국산맥주의 경우 출고가, 수입맥주의 경우 수입신고가가 기준이 된다.
국산맥주 출고가는 제조원가 외에 판매관리비와 이윤까지 붙지만, 수입맥주에는 판매관리비와 이윤이 빠져 있다.
국산맥주로는 가격경쟁을 하기 쉽지 않다.
수입맥주의 경우 자체적으로 협의를 통해 자유로이 이윤을 낮출 수 있지만, 국산맥주의 경우 출고가 이하로 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미, 한·EU FTA 이전에는 관세로 인해 어느 정도 가격 격차가 좁아졌지만, FTA로 인해 미국산과 EU국가 맥주는 관세율을 0%로 적용받으면서 국산과 수입산 맥주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국내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국산 수제맥주가 발전할 수 없는 족쇄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소형 맥주업체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장비·원재료를 쓰면 바로 원가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 많이 만들면 만들수록 원가가 떨어지지만, 자본과 판로 등의 한계로 쉽사리 생산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맥주 한 캔당 대기업과 소규모 맥주제조사간 원가부담이 최대 10배까지 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산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는 “세금 때문에 맥주의 품질을 낮추는 것을 불가피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품질을 높이자니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판로가 줄어들고, 품질을 낮추자니 판로는 넓어지더라도 품질 경쟁력이 낮아 매출은 기대할 수 없는, 불합리한 이지선다를 강요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에서도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선 2015년 국정감사 당시 “국내 맥주 제조사들이 새로운 국산맥주를 개발하기보다 손쉬운 외국맥주 수입을 선택하는 등 국내 주류산업에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산 대기업 맥주 한캔 당 주세는 395원인 반면 수입맥주는 212~381원에 불과했다. 2012~2014년 사이 맥주 수출은 3.9% 증가한 반면 수입은 23.2%나 늘었다.
그러나 기재부는 통상마찰을 이유로 이같은 요구를 거절해왔다.
기재부 측은 “국세청이 건의한 맥주 세금 제도에 대해 검토 중인 것은 맞다”라며 “법개정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의 주세법 검토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이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류제조업체 관계자는 “가격에 부과하던 세금을 양으로 기준을 바꾸는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좋다, 나쁘다고 말하기 보다는 지켜만 보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맥주 세금 기준은 반드시 ‘양’이 돼야 하지만, 잘못 고하면 이제 막 피어난 국산 수제맥주업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소규모 수제맥주회사들은 대기업보다 낮은 세금기준을 적용받아 높은 원가부담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었다”라며 “수량으로 세금기준이 바뀌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세금기준이 똑같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수량으로 기준을 바꾸면, 지금보다 세금경감 폭을 더 늘려야 한다”며 “세금을 더 깎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현재의 수준정을 유지하게 해달라는 요구”라고 전했다.
윤호중 의원실 관계자는 “FTA로 미국산 유럽산 맥주에 대한 관셰가 철폐되면서 국산과 외국산 맥주간 세금 역차별은 더 커졌다”며 “국내 맥주산업이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 불합리한 세금체계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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