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우체국 _허영숙
바람이 햇살 소인을 찍어 편지를 띄웁니다
어떤 사연은 무거워서 강물에 내려놓고
또 어떤 사연은 두근거려 산비탈을 넘지 못합니다
그대가 꽃의 마음을 물어물어 편지 한 장 원한다면
어머니에게 보내는 안부는 장독대 근처에 놓아두겠습니다
아버지의 삽자루가 꽂혀 있는 논둑에도 내려놓겠습니다
먼데서 가끔 달을 볼지도 모를 누이의 뒤란도 노랗게 밝혀야겠지요
사랑은 마른 논에 논물 들 듯 천천히 적시는 것이라고 쓴 편지는
더 오래 더 먼 기슭까지 보냅니다
차마 전하지 못한 편지들은 누군가의 안부를 기다리는 이의
간절한 담벼락에 내려놓겠습니다
봄이 끝나기 전에 어느 눈 밝은 이가 꺼내보겠지요
누가 펴 봐도 노랗게 웃을 얼굴을 기억하며 홀씨 하나하나의 안부를 섬깁니다
[詩 감상] 허 영 숙 시인
사람들에게는 가끔씩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이 있다.
누이여도 좋고 어머니여도 좋고 때로는 말로는 차마 꺼낼 수 없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리움이라고도 한다. 민들레는 바람의 소인을 찍어 씨앗을 곳곳마다 날려보내니
안부를 전하고자 하는 화자의 심정에 나의 그리움도 얹어 보낸다.
그 곳에 닿기를, 그리하여 눈 밝은 그가 한번쯤은 나를 떠올려주기를..
[시인] 허 영 숙
· 2006년 《시안》으로 등단
· 2018년 <전북도민일보> 소설부문 신춘문예 당선
· 시집 『바코드』 『뭉클한 구름』 등
· 2016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낭송가] 남 기 선
·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장
· 《아침의 문학》 전국시낭송대회 대상
· 산업체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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