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현재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 중구난방으로 운영되는 조세불복절차를 단순화하고, 그간 상대적으로 기능이 약했던 과세전적부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2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8국세행정포럼’에서 “과세전적부심을 제기할 수 있는 한도를 폐지하고, 청구·결정기간을 90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세전적부심은 세금을 부과받기 전(과세 전) 국세청에 세금이 적합하게 매겼는지 여부(적부심)를 물어보는 제도로 유일한 사전적 권리구제제도다.
하지만 100만원을 넘는 세금에 대해서만 제기할 수 있으며, 청구·결정기간이 각각 30일로 되어 있어 소액과세건은 홀대받고, 고액과세건은 보다 신중하게 들여다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박 교수는 “심리품질이 높아지고, 일관적으로 되려면, 세무서 과세전적부심을 폐지하고 지방청 국세심사위원회에서 전담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구난방식 조세불복제도 개선해야
박 교수는 세금을 부과받은 후 제기하는 조세불복절차도 단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납세자는 세금을 부과받은 후 이의신청을 하거나 행정심(조세불복절차)을 제기할 수 있으며, 행정심은 국세청 심사청구·조세심판원 심판청구·감사원 심사청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심 결정이 3개 기관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오히려 시간이 늘어나고, 결정을 담당하는 관청 간 판단이 달라 오히려 납세자에게 혼란을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박 교수는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는 서로 중복돼 있고, 납세자의 재결기관 선택에 따른 공평성 저해 문제가 있다”며 “일관성 있는 행정심 결정을 위해 심사·심판 청구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은 전문성과 신속성 차원에서 국세청이나 별도 독립적인 심판소 한 곳에 맡겨두고 있다.
단, 국세청 과세전적부심과 심사청구의 중복이 해소되고, 국세청 내부 심사청구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경우에는 국세청 심사청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돼 온 현재 필수적 전치주의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조세불복은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 필수적으로 행정심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변호사 업계 일각에서는 행정심이 납세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국세청 심사청구가 제 식구 감싸기식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며, 행정심을 필수에서 선택으로 돌리자고 주장해 왔다.
박 교수는 행정심이 사법심의 부담을 덜어준 점, 특허심판 등 다른 전문영역에서의 사례, 다수의 선진국이 필수적 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 필요적 전치주의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조세심판원, 법원 수준 전문성 갖춰야
박 교수는 이를 위해 행정심인 조세심판원을 조세법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조세심판원은 6명의 상임심판관, 14명의 비상임심판관으로 운영된다. 동수의 상임심판관과 비상임심판관이 모여 합동회의를 거쳐 결정을 내린다.
심판관은 서기관 이상에서 3년 이상 조세부문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나 기타 법률전문가 등이 선임된다.
박 교수는 “현행 비상임심판관을 상임심판관으로 전면 전환하고, 심판관의 자격요건을 법관에 준하는 정도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소액 과세건 등은 상임심판관 혼자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1인 단독심제를 도입해 심의결정의 신속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과세하기 전 국세청과 납세자간 협상을 통해 세금을 결정하는 조정제도 도입은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입장이다.
현재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선례가 없는 사안으로 법원 판례가 필요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과세조정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는 법적근거가 없기에 조정제도의 도입은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다만, 중장기적으로 미국·독일 등 외국처럼 제한적으로 협의과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세행정포럼은 국세청 자문기구인 국세행정개혁위원회와 조세부문 정부 정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다. 도입 필요성이 높고, 실현 가능한 개선방안들을 다루기 때문에 국세행정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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