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내 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영역에 안주하면서 성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의 자산운용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08년 이후 국내 은행의 연평균 가계대출 증가율은 6.2%로 기업대출(5.4%)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금 내 기업대출 비중은 54.2%(817조3000억원)로 아직 가계대출 비중(43.8%·660조4000억원)보다 높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추가 투자를 축소하고, 저금리 기조와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풀리면서 가계대출 비중이 줄곧 상승한 것이다.
은행들은 신용대출보다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70.2%(463조7000억원)로, 기타 신용대출(29.8%, 196조7000억원)의 두 배 이상을 차지했다.
수익률, 자산건전성 측면에서도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더 나았다.
지난해 말 기준 위험조정수익률(이자수익률-대손율)은 가계대출이 2.96%, 기업대출이 2.61%였다.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반영하는 위험가중치의 경우 가계대출(25.6%)이 기업대출(66.3%)보다 낮다.
기업대출의 경우 개인사업자 대출이 증가세가 가팔랐다.
기업대출에서 대기업대출 비중은 19.8%(161조8000억원), 중소기업대출은 80.2%(655조5000억원)로 2015년부터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하면서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늘어났다.
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은 2008년 말 25.7%에서 지난해 말에는 35.3%까지 올랐다.
개인사업자 대출 중에서는 부동산임대업 비중은 2013년 30.2%에서 지난해 말 39.2%로 올랐다.
은행들이 담보대출을 늘리는 가운데 저금리·은퇴자 노후대비 수요 등으로 부동산임대업 대출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은행들이 담보대출에 치중하면서 중소기업대출 중 담보대출 비중은 2008년 말 43.3%에서 지난해 말 58.1%까지 올랐다. 중소기업 담보대출 중 담보물이 부동산인 경우는 93.8%에 달했다.
은행들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에 열을 올리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의 연평균 총자산 성장률은 3.6%로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5.1%)보다 낮았다. 2007년 11.7%, 2008년 21.8%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이는 은행의 자금공급능력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GDP에는 부동산 가격변동이 반영되지 않는다.
더불어 금융위기 이후 자본규제 강화로 은행의 주식보유가 줄고, 기업 신용위험 상승으로 회사채 보유가 감소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가계대출을 선호하는 행태는 소비자 수요, 다양한 경제적 유인에 기인하므로 시장 자율적으로 교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서는 지속해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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