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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관세청 '보복인사' 논란. 진실은?

관세청 “환급결정, 인사 문제 없어” vs 당사자 “졸속 환급 결정, 귀양인사”
'품목분류의 오류 가능성' '담당 공무원과의 소통' 등 근원적 질문은 여전

 

(조세금융신문=박가람 기자) 관세청이 때아닌 보복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6일 청와대에 수출입업체 관세환급 업무를 담당하는 관세청 공무원 박 모 과장이 일명 ‘귀양인사’를 당했다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언론의 관심이 커지자 관세청은 해당 관세환급 결정과 인사 모두 정상적이었다는 보도해명자료를 냈다.

 

사건은 2012년부터 반도체 관련 물품을 수입하는 A기업이 2016년 말, 관세평가분류원에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이전까지는 관세율 8%로 자진 신고해 세금을 납부해왔지만, 다른 품목번호를 받으면 관세율이 0%로 낮아져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

 

관세청은 관세평가분류원의 품목분류 결정에 따라 이뤄진 적법한 환급신청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인 박 과장은 위원회가 심사 한 자료자체가 허위이므로 환급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양자 주장은 오랜시간 대립하며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박 과장은 상사의 적법한 직무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5월 속초세관 고성비즈니스 센터로 인사 조치 됐다. 일종의 업무배제 조치였다.

 

이미 관세청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다 알려진 사안. 1년 6개월간 관세청과 담당 공무원 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관세율의 비밀

 

A기업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해당품목을 8% 관세율 품목으로 자진신고해오다가 2016년 말,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통해 0%의 관세율 물품으로 품목분류 사전심사 결정을 받았다.

 

품목분류 사전심사제도는 수출입업체가 수출입 될 물품 품목에 대해 관세청 관세평가분류원에 신청해 품목번호를 회신 받을 수 있는 민원제도다. 품목분류 번호에 따라 관세율 등이 정해지기 때문에 수출입업체들에게는 중요한 사항일 수밖에 없다.

 

A기업은 관세평가분류원의 결정 후 절차에 따라 관할 세관인 서울세관으로 환급 신청을 했다. 환급금은 1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환급 업무를 담당하던 박 모 과장은 A기업이 제출한 사전심사의 서류가 잘못됐다며 환급을 거부했다.

 

박 모 과장은 “품목분류 변경에 의한 과오납환급은 최근 3년간 연 평균 1000억원 정도다. 과다 환급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관계 확인 없이 업체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이뤄지는 품목분류 사전심사는 분명히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황이 이러니 일부 관세사의 경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비즈니스로 활용하기까지도 한다는 사실을 상부에 보고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청의 입장은 다르다.

 

윤인채 서울세관 심사국장은 이에 대해 “A 기업의 경우 처음에는 8% 물품으로 자진신고 해오다가 자사 제품이 0% 품목에 해당하는 것을 알게 돼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신청하게 됐다”며 “이는 지난 1월에 열린 위원회에서도 전문가들이 이상 없음으로 확인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윤 심사국장은 “위원회는 사실상 논리 싸움으로, 주기능이 무엇이냐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며 “처음에는 박 과장의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주기능을 8% 물품으로 주장했지만, 품목분류위원회에 있는 전문가들이 0% 물품으로 보는 게 맞다고 결정했으니 이를 따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윤 국장은 이어 “이 날 위원회 회의에는 박 과장도 참석했으나, 전문가들의 질문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면서 “연 평균 환급액 1000억도 알아보니 잘못된 자료이고, 관세사와의 유착은 더 근거 없고 말도 안 된다”며 박 과장이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 품목분류위원회의 최종 결정에는 문제가 없나

 

관세평가분류원의 품목분류 결정이 있은 후 박 과장이 문제를 제기하자, 올해 1월 관세품목분류위원회 심의가 열렸다.

 

관세품목분류위원회는 품목분류에 대해 종국적인 심사를 하는 기관으로, 이날 위원회는 서울세관 심사국장을 포함한 내부위원 5명과 외부위원 8명(전기·전자분야 3명) 참석해 A기업의 물품을 0% 품목으로 최종 결정했다.

 

박 과장은 “A기업 안건 관련 위원회가 열리기로 한 날은 원래 2월 말인데, 1월 말에 사실 확인도 안 된 서류를 긴급안건으로 상정해 위원들에게 배포했다”며 “위원들에게 사전에 안건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지 않은 졸속 개최이며, 위원들이 무슨 자료를 받았는지 또 제대로 자료가 전달된 건지 확인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위원회 내부위원으로 참석했던 윤 국장은 “A기업의 민원 처리가 계속 지연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전문가 위원들이 이전의 사전심사 내용도 알고 있는 상태로 그 날 위원회에서 처리해도 문제없다고 해 상정한 것”이라며 정당하게 이뤄진 위원회라고 설명했다.

 

그 날 품목분류위원회에서는 어떤 내용이 논의됐던 것일까.

 

관세청 세원심사과 관계자는 “관세품목분류위원회의 구체적인 회의 내용은 비공개 사항이며, 외부 전문가 위원들의 명단은 다른 기업이 악용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확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참석한 외부위원 전문가들은 업체가 제출한 자료와 물품 설명에는 아무 이상이 없으며, 오히려 박 과장이 비전문가적 시각에서 의견을 진술하고 있다며 지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상적인 절차라면 품목분류위원회의 관세율 0% 품목 결정에 따라 A기업은 서울세관 박 과장의 환급 결정 승인을 통해 그동안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박 과장은 A기업이 낸 자료가 허위임이 틀림없다며 이후에도 환급 승인을 미뤄왔고, 관세청에서는 박 과장이 절차를 따르지 않자 결국 지난 5월 고성으로 업무 배제를 하고 현재 박 과장에 대한 감찰조사 진행 중이다.

 

◆A기업의 입장은?

 

그렇다면 A기업은 관세환급이 늦춰지는 1년 6개월동안 어떤 조치를 취한걸까? 

 

환급심사 거부 처분을 받은 기업이라면, 그것도 자그마치 15억원에 달하는 돈을 환급 받지 못했다면 민원제기나 환급거부처분 소송을 통해 환급을 받는 과정을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도체 관련 물품 수입을 하는 A기업은 관세청으로부터 AEO(수출입안전관리 우수업체 공인제도) 최고등급인 AAA 등급을 받았다. 얼마 전 김영문 관세청장과 AEO 임원 간 간담회 자리에도 참석했으며, 과거 관세청장이 직접 업체를 방문했을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A기업은 민원제기도, 소송 제기도 하지 않은 채 1년 반을 기다렸다.

 

A기업에서 관세업무를 담당하는 김 수석은 “우리는 AAA 인증업체이고, 수입 업무를 진행하며 관세청과 부딪힐 일이 많은데 그렇게(기자 주 : 민원이나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는 일) 하는 것은 좋지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우리가 1년 반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알려졌는데, 사실 담당자인 박 과장에게 여러 차례 자료도 제출하고 품목분류위원회에도 참석해 충분히 설명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품목분류위원회의 전문가 교수들이 '이렇게 당연한 것을 가지고 왜 환급을 못 받고 있느냐'며 우리 기업을 나무라더라"고 덧붙였다.

 

실제 관세청은 기업이 수차례에 걸쳐 박 과장에게 1000페이지가 넘는 자료제출과 설명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박 과장도 이와 관련한 자신의 보고서를 서울세관, 본청, 품목분류원 등에 제출했다.

 

관세청 세원심사과의 Y 사무관은 “박 과장이 품목분류위원회가 있기 전 기업의 허위자료 제출을 주장하며 낸 보고서와 위원회의 결정 후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 똑같다”며 “자꾸 같은 주장만 하고 제대로 된 근거도 없어, 박 과장이 왜 그렇게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윤 국장도 “박 과장의 보고를 여러 번 받은 것은 사실이나, 매번 똑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들고오더라”며 세원심사과 관계자와 비슷한 의견이다.

 

이에 대해 박 과장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수차례 보고서를 작성해 본청에, 품목분류원에 직접 가서 설명했다.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니, 보고서를 제대로 봤다면 절대 그런 말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관세청에서는 왜 자꾸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귀양 논란, 박 과장의 미래는?

 

박 과장은 지난 5월 말, 속초세관 고성비즈니스 센터로 인사 조치 됐다. 이유는 공무원 직권 남용과 상사의 적법한 직무명령 거부 등으로 인한 업무 배제. 현재는 박 과장에 대한 관세청 감찰이 진행되고 있다.

 

윤 국장은 “자꾸 (A기업의)민원 처리가 늦어지는 와중에 본청에서 서울세관으로 중앙감사를 나왔다. 당시 박 과장에 대한 감사를 의뢰했으나, 본 건은 감찰하는 것이 맞다고 해 감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 인사팀 관계자는 “박 과장에 대한 감찰이 결정된 상황에서, 직원들 의견도 참고해야하고 무엇보다 민원인(A기업)이 1년 반 동안 불편을 겪어 왔기 때문에 업무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무관 승진 후 1~2년간은 수도권이 아닌 외곽으로 인사발령을 하는 것은 관세청 인사의 특징”이라며 강원도 고성으로 인사는 ‘귀양’이 아니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과장이라는 직위와 심사 업무도 가능한 적임자들로 몇 몇 후보를 물색한 후 청장님께 보고해 결정된 인사라는 설명이다. 

 

박 과장은 이에 대해 “관세환급은 국민의 세금을 다루는 중요한 일인데, 당연히 정확히 알아보고 신중히 결정해야하는 것 아니겠냐”며 “담당 공무원으로서 기업이 낸 서류가 허위라고 판단해 환급거부를 주장해왔는데 그 결과가 명령 불복종으로 고성으로 오게 된 것”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사실 인사조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환급 거부건과 관련한 품목분류 사전심사의 문제”라며 이 점에 주목해달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품목분류위원회가 수많은 결정을 내릴텐데 1%의 오류가능성도 없다고 자신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소통하고 설득하는 대신 위에서 결정했으니 따르라는 식으로 업무가 진행되면 공무원들에게 능동적인 판단과 업무처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외국계 경영컨설팅사의 임원은 이번 논란에 대해 "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를 추구하는 조직이라면 업무 담당자의 소신에 오류가 있을 때 이를 논리적으로 설득해 바로잡을 수 있는 힘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라며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비아냥이 왜 생겨났는지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관세청은 “박 과장의 감찰 결과는 조만간 나올 예정으로, 감찰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 여부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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