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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보편요금제,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 되나

지방선거에 매몰된 정치권…“연말 되서야 논의 가능할 것”
이통사 ‘사실상 보편요금제’ 출시…“제도 유명무실화 우려”

(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간신히 규제개혁위원회의 문턱을 넘은 보편요금제가 국회의 뜸들이기로인해 뜨거운 논쟁과 달리 정책적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통사들이 사실상 보편요금제 수준까지 가격을 낮춘 요금제를 내놓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면서 향후 보편요금제 도입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11일 국회 규제개혁위원회는 월 통신요금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이달 중 국회에 제출될 계획이다.

 

이 법안에 대해 이통업계는 실적감소 및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 우려로, 알뜰폰업계는 생존 문제로 각각 반대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는 찬성을 외치고 있다. 특히 이통업계 일각에서는 국회 결정에 따라 행정소송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보편요금제 도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대립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이다. 우선 오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실이 선거 모드로 돌입한 상황이어서 논의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지방선거 이후 과방위 위원석이 개편되는 만큼 보편요금제 국회 심사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법안심사 소위원회도 수개월째 열지 못하고 있어 올 상반기에는 보편요금제 심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10월에는 국정감사로 인해 빠르면 올해 말쯤이 되서야 심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보편요금제에 대해 정치권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여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인 만큼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체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야당에선 이통사의 자율경쟁 의지가 꺾일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인위적인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시장경제를 왜곡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이다.

 

여기에 정부가 의욕적으로 키운 알뜰폰 시장도 생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비판도 이어진다.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알뜰폰 가입자들이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이통사로 대규모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편요금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입장이 갈리는 안이기 때문에 향후 과방위 위원들이 새롭게 구성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논쟁이 있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 국회에서 보편요금제가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만큼 올 하반기쯤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렇듯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보편요금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이통사들의 관련 요금 출시로 정책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 2월 속도 제한을 없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데 이어 KT도 지난달 30일 데이터 이용행태에 맞춘 ‘데이터온(ON)’ 요금제와 ‘LTE 베이직’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중 LTE 베이직 요금제는 월 3만3000원 요금에 데이터 1GB와 음성·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선택약정할인 25%를 받을 경우 월 2만475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도입하려는 보편요금제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처럼 KT가 요금제 전면개편을 통해 사실상 보편요금제 수준까지 가격을 낮추면서 정부가 보편요금제를 강제할 필요성도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때 이통사가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요금제를 출시한다면 이를 강제할 입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통사가 자발적으로 경쟁에 나서지 않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게 보편요금제 도입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김도훈 경희대 교수는 “이번에 KT가 출시한 요금제는 사실상 보편요금제와 똑같다”며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니까 이통사가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쟁사들도 이에 맞춰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할 것”이라며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법안이 상정돼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보편요금제 도입은 결국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보편요금제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만큼 정치적으로 소모적 논쟁이 번질 수는 있지만 여당 내에서도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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