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올 1분기 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이 소폭 개선됐다. 총 대출규모는 늘었지만, 부실채권규모는 늘지 않았기 때문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영업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상대적으로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정체되면서 실물경제 성장을 위한 여신의 역할이 저조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말 국내 은행 부실채권비율은 1.18%로 지난해 4분기 말보다 0.01%포인트, 지난해 1분기 보다 0.20%포인트 하락했다.
부실채권은 21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같았지만, 은행들이 빌려준 돈(여신)이 7조8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부실채권의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부실채권비율은 통상 연말에 하락하고, 연초에 오르는 계절적 경향이 있다. 연말에는 은행들이 실적평가를 위해 부실채권을 정리하다가 연초가 되면 대출을 늘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연초에도 부실채권비율이 떨어졌다.
원인은 은행들의 보수적 영업으로 꼽힌다.
은행은 기업이 필요한 돈을 대출을 통해 적기에 공급해 실물경제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지난 4월 22일 은행권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총 829조4620억원으로 이중 가계대출 잔액은 438조6340억원, 기업대출 잔액은 388조231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3분기까지만 해도 17조원이었던 가계와 기업간 대출 잔액 차이는 올해 들어 50조원까지 벌어진 것이다.
은행들이 안정적인 수익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위험도 높은 기업대출보다는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 1분기 건전성이 '고정 이하'로 분류되는 부문별 부실채규모는 기업여신이 19조3000억원, 가계여신 1조6000억원, 신용카드채권 2000억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이 강화된 측면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기업여신규모가 정체되면서 실물경제 성장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 다소 미비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1분기 중 신규 부실채권은 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말보다 1조9000억원 정도 줄었다. 2013~2017년 분기별 평균 부실채권 규모보다 2조4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기업여신 신규 부실이 3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조원 감소했으며, 가계여신 신규 부실은 전 분기와 같은 6000억원으로 드러났다.
1분기에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3조9000억원으로 담보 처분 회수가 1조8000억원, 대손상각 9000억원, 매각 6000억원, 여신 정상화와 기타(출자전환·유동화 등)가 각각 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1.75%로 전 분기보다 0.01%포인트 감소했으며,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01%포인트 상승한 0.25%, 신용카드채권 부실채권비율은 0.11%포인트 올랐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