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제기되고 있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에 대해 “외국 자본유출이 미국과의 금리차만을 이유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자금유출에 주 요인이 되는 것은 기준 금리 차이보다 각 국의 경제 펀드멘탈(경제 기초요건)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있는 일부 신흥국들을 보면 국내 금리가 오히려 높은 편이다”며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대외건전성을 높이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4일 오전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기존 1.50%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내달 예정돼있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다음 금통위가 개최되는 7월까지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0.5%p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국의 금융불안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아르헨티나, 터키 등 금융불안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경우 기초경제여건이 취약하고 정치적, 지정학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외 건전성이 매우 양호하고 경상수지도 흑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보유액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흥국의 불안이 국내 경제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총재는 “가능성은 항상 염두에 두고 동향을 철저히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상승 중인 국제유가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국제유가가 점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물가를 높이는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실물경제에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세계 경제 흐름이 양호하기 때문에 유가가 향후 경제 미칠 영향은 다음 금통위(7월)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다행히 국내경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스테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국회를 통과한 추경과 관련해서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 총재는 “추경이 정부 계획대로 집행될 경우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구체적인 수치는 집행율, 경제 주체들의 반응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이며 효과를 지켜본 후 다음 금통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추경이 일자리 창출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운신 폭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관측했다.
이외에도 이 총재는 고용시장 부진의 원인으로 일부 업종 구조조정, 지난해 대비 기저효과 등 복합적 요인을 꼽았으며 가계부채 관련해서는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금리 대출 동향을 지속 관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금통위는 현재 세계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국내 경제의 경우 설비투자가 다소 둔화됐지만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국내경제 성장 흐름은 지난달 전망 경로와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1%대 중반 수준으로 오름세가 확대됐고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1%대 중반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1%대 중반 수준을 보이다가 하반기 이후 오름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