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다국적제약사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삼성 측은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를 전제로 회계처리를 했던 만큼 향후 감리위 결정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다만, 금감원의 분식회계 판정으로 관련 심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갑자기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밝히고 나선 것과 관련, 삼성 측의 종용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8일 전자공시를 통해 17일 미국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서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바이오젠은 대상 주식 매매거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할 것을 제안했으며, 행사기한인 다음 달 29일까지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정확한 콜옵션 행사시기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바이오젠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17일 오전이었지만, 해당 서신을 공시해도 되는지 여부를 협의하느냐 하루 늦게 공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이번 행사가 감리위의 분식회계 판정에 영향을 미치느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했다. 설립 당시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6.4%, 바이오젠이 5.4% 지만, 바이오젠 측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부여했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하면서 기업가치를 장부가액(2905억원)에서 공정가액(4조8806억원)으로 바꾸었다. 그러면서 일본 노무라증권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를 22조6000억원이라고 평가했다.
예컨대, 처음 살 때 3000억원짜리 땅이 시세가 올라 5조원짜리 땅이 됐으니 장부에도 그간 3000억원이라고 적던 것을 5조원이라고 적었고, 토지감정사가 이후 그 땅을 22.6조원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첫 장부가 대비 증가폭은 무려 약 7780%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허가권에 진입하는 등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이유를 붙였다.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사가 콜옵션을 행사한다는 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직접 지분 투자를 한다는 뜻이고, 그것은 전망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감원은 이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실제 일어나지 않은 상태인데도 콜옵션 행사를 할 것이라는 전망만 가지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 회사로 변경,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적법한 국제 회계기준을 따랐다고 반박했다.
감리위원회는 삼성과 금감원 측 주장을 두고 어느 쪽이 맞는지 보고 있다.
현재 쟁점은 회계처리의 적법성을 두고 발생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란 회사의 가치가 삼성 측이 판정한 시가에 걸맞은 회사냐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긍정요인이긴 하지만, 삼성 측이 콜옵션 행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이를 반영한 공정가액을 발표했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그 공정가액에 걸맞은 회사인지 여부가 핵심인 것이다.
일각에선 1차 감리위가 열린 당일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종용한 게 아니냐는 의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바이오젠은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준비사항 착수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주당 5만원씩 투자원금으로 약 4613억원, 이자금액으로 250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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