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초_ 박정원
어머니 가슴에 맺힌 종양을
병원에서 덮어버린 그날부터
아버지는 곡기를 끊으셨다
아버지,
어머니 가시던 날 아침
어머니보다 먼저 꽃잎처럼 지셨는데
사막이란 사막은 죄다 우리 집으로 몰려와
웅성거렸다
꽃 두 송이가 같은 날 같은 시각
사막 한가운데 이슬처럼 맺혔다고
그런데 그 꽃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고
詩 감상 _양현근 시인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이고~”로 시작하는 가곡 동심초는
학창시절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노랫말이나 곡조가 애틋하고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는 그런 곡이다.
그러나 사실 동심초(同心草)는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꽃의 이름이 아니다.
당나라 여류 시인 설도薛濤의 한시 <春望詞> 일부를 시인 김억이 번역한 것이라 하는데,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상징하는 마음속의 꽃이라 할 수 있다.
평생을 함께 해 온 반려자를 먼저 보내는 일처럼 슬픈 일이 또 있을까.
먼 길 혼자 떠나보내는 게 싫어
한 날 한 시에 꽃잎처럼 홀연히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의 모습이 곧 동심초가 아닐는지
황량한 사막 가운데 이슬처럼 맺힌 꽃 두 송이의 모습이 숙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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