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은행 내 남녀차별 문제가 업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임금격차 원인에 대한 은행과 노동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의 여성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남성직원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각 시중은행들은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 등 사회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현재 발생하고 있는 임금격차는 남녀격차가 아닌 직군 간의 격차”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권 노동조합 측은 이와는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은행권 남녀 임금격차의 핵심 요인은 ‘2등 정규직’으로 불리는 저임금직군이다.
최우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여성위원장은 “경력 단절 등 사회적 요인을 임금격차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핵심은 대부분이 여성직원들로만 채워져 있는 2등 정규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반 직군에서 남녀 비율을 설정해 채용한다는 것이 밝혀진 현재 저임금 직군의 압도적인 여성 비율은 명백한 남녀차별이다”고 비판했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하나은행 채용 특별검사’ 결과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2013년 하반기 일반직 채용당시 남녀 합격자 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설정해놓고 커트라인 점수 조작 등을 실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 위원장은 “은행이 전체 남녀 직원 비율을 맞추다 보니 일반직군이 아닌 저임금직군의 여성 직원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며 “일반직 성비에 따라 저임금직군 성비를 맞춘 것인지 그 반대인지 선후관계를 따질 수는 없지만 저임금직군에 의도적으로 여성 직원을 많이 채용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박덕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 여성위원장 역시 “일반 직군에서 남녀간의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경우는 없다”며 “2등 정규직을 여성으로만 채우는 고용행태가 임금격차의 주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능력만으로 일반직군을 뽑고 2등 정규직 성비를 임의로 조정하지 않는다면 은행권의 남녀 임금격차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은행권 전체의 기업문화를 임금격차의 한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남성위주의 문화로 인해 부서장 및 임원 승진에 차별이 생기고 그로 인해 임금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총 임원(사외이사 제외) 수는 88명이다. 이 중 여성 임원의 수는 2명(국민은행 1명, 우리은행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의 0.02%에 불과한 수치다.
한 노조 관계자는 “은행 업무는 특성 상 성별 차이가 성과 차이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은행 내에는 남성 직원들을 은행 내 핵심부서에 많이 배치시켜 경력 개발에 유리하게 하는 등의 행태가 일부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러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성과 차이, 승진 차이, 임금 차이로 이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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