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앞으로 4년간 다시 통화정책의 방향키를 잡게 됐다. 이 총재는 미국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압박 속에 안정적인 통화흐름을 구축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청와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주열 현 한국은행 총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이 총재는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하여 현재까지 39년간 한국은행을 이끈 ‘통화신용정책’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며 “재임기간 동안 한·중, 한·캐나다, 한·스위스 통화스왑 체결 등 국제금융 분야의 감각과 역량을 갖추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고 인선배경을 밝혔다.
이 총재의 연임은 문재인 정부 동안 최대한 안정적인 통화흐름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20일 정책금리를 연 1.25~1.50%에서 연 1.50~1.75%로 인상할 전망이다. 이 경우 한은 기준금리는 연 1.50%를 뛰어넘게 된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으면, 원화 가치가 올라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 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간 미국 금리보다 약간 더 높게 금리를 조정해온 한은으로서는 미-한국간 금리 역전이 발생할 경우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미국 물가 상승세 지속으로 연내 최대 4차례나 미국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은 145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더러, 국내 시중부동자금이 이자수익을 찾아 예적금으로 이동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난해 시중부동자금 규모는 1072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
그런만큼 기획재정부와 협의 하에 통화흐름을 관리하고, 각국간 통화 스왑을 통해 환율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등 매우 정교한 통화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기재부 측에서는 이 총재의 연임 결정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새 정부 들어 김동연 부총리와 환율문제 등을 관리하면서 이심전심의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부총리는 앞서 2008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재정경제비서관과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한은 부총재보였던 이 총재와 발을 맞췄던 경험도 있다.
김 부총리는 취임 직후 이 총재와 오찬회동을 가지는 등 주기적으로 만나 경제 상황에 대해 논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와 이 총재간 공조가 지난해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 연장을 이끄는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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