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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 없는 사후검증, ‘법제화’ 피할 수 없다

쥐어짜기식 조세행정 실태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사서오경 예기(禮記)에선, 가혹한 세금을 피해 살다 삼대가 호랑이에게 죽은 한 일가의 비극적 이야기가 나온다. 호랑이가 나오는 첩첩산중에 살더라도 가혹한 세금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아낙네의 말은 세금의 폭정이야말로 모든 국민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폭정이라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200조원을 처음 넘긴 국세 세입이 올해 240조원을 넘어 2020년 270조원에 육박한다고 하지만, 마냥 손뼉치기 힘든 것은 호환보다 더 무서운 폭정이 전혀 없었노라고 자신할 수 없는 현실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조세금융신문에서는 신년을 맞아 사후검증에 대한 납세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봤다.


납세자 A씨는 올해 종합소득세 사후검증을 받으면서 완전히 진이 빠졌다. 세무서 측은 올해 A씨의 종합소득세 신고사항 중 일부 증빙이 부족하다며, 정규증빙 수취여부, 임직원 경비 등 계정과목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A씨가 해당 자료를 챙겨주자 세무서 측은 계정별 원장을 요구했고, 원장 제출 이후엔 이를 엑셀파일로 변환하거나, 3만원을 기준으로 각 거래를 분류해 달라고 요구했다.


계속된 자료제출 요구에 시달리던 A씨는 매출액의 1~3%는 내야 사후검증이 종결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A씨는 세무서가 겉으론 성실납세유도라고 하면서 뒤로는 사후검증으로 납세자를 쥐어짜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후검증은 국세청이 납세자 신고사항을 세법에 맞게 제대로 신고했는지 검증하는 것을 말한다. 사후검증은 전부조사가 원칙인 세무조사와 다르다. 세금 신고 사항 중 증빙이 부족하거나, 신고사항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추려 살피는 등 납세자에게 최대한 부담 주지 않기 위해 제한된 부분만 봐야 한다.


하지만 납세자들이 말하는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준 세무조사.’ 납세자들 사이에서 사후검증에 대한 원성이 자자한 첫 번째 이유는 과도한 자료 제출이다. 납세자들은 세무서 측이 처음엔 접대비, 소모품비, 잡비, 복리후생비 등 계정과목 관련 광범위한 증빙자료를 요구한다고 말한다.


무슨 사유인지, 어떤 거래가 문제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계정과목 전체 증빙을 주더라도 세무서 측의 요구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이어진다. 납세자들이 원장을 제출하면 영수증을, 영수증을 제출하면 계약서를, 계약서를 제출하면 거래 관련 통장사본을 달라는 식인데, 심지어 계정 원장을 달라는 경우도 있다. 원장은 장부를 쓰기 전개별 거래를 적어둔 가장 기초적 회계자료다.


납세자 B씨는 “세무서에서 처음부터 필요한 자료를 달라고 하면 될 텐데, 계속 자료요구를 하며 납세자를 힘들게 한다”며 “불명확한 부분만 딱 꼽아 보는 게 아니라 계약서, 통장사본 등 거래 전체를 통으로 달라고 한다. 납세자 입장에선 세무조사나 마찬가지다”고 토로했다.


세무서 측에선 “계정자료만 보면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해명한다. 세무서 측 관계자는 “자료를 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하는데, 엄중한 검증을 위해 추가 자료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엑셀 작업해서 주세요” 황당 요구
심지어 행정편의를 위해 세무서가 해야 하는 업무를 납세자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경우도 있다. 원장 내용을 엑셀로 정리하거나, 각 거래내용을 3만원 단위로 끊어서 분류하라는 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서에서 할 일을 납세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며 “그런 사안이 있다면, 관련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현령비현령’ 사후검증사례

상하수도 요금과 매출은 무슨 관계?
소명 요구도 납세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많다. 한 성형외과 의원은 세무서로부터 과세, 면세 비율이 동종 대비 낮은 데에 대한 사유 소명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해당 성형외과 측은 인천과 서울 강남의 환자가 같을 수가 없듯이 정해진 과세, 면세 비율의 기준이나 원칙이 없는데, 무조건 동종대비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억측이라고 하소연했다.


한 대중탕 사업자는 세무서로부터 상·하수도 사용량과 매출액을 비교하니 매출을 적게 신고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해당 사업자는 욕탕 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물을 갈고 청소를 하다 보면 손님이 많건 적건 꾸준히 물을 쓰기 마련인데, 물 사용량을 보고 과소신고했다고 덮어씌우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한 개인사업자는 휴일에 사용한 접대비 지출 경비에 대하여 소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업체 사정상 휴일에도 접대활동을 할 수 있는데, 접대비 지출시기를 문제 삼은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터뷰에 응한 피부과 의사는 보톡스 사용량 대비 과세 비율이 저조하다며 소명요구를 받았다 전했다. 그는 보톡스가 주름살 개선으로만 쓰이는 것은 아닌데, 보톡스만을 두고 이익을 따지는 건 과도하다고 전했다.


치과의사 C씨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는 종합소득세 사후검증을 받는 도중 세무서로부터 동종과 비교해 매출액 중 신용카드와 현금 매출 중 현금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른 치과의원에선 신용카드 매출이 현금 매출보다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사업자 D씨는 세무서로부터 계정별 정규증빙 수취여부를 소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소명을 위해선 손익계산서, 원가 명세서 전 계정과 계정별 원장을 제출해야 했다. 그것은 그가 가진 장부의 대부분이었다.


세무조사 들먹이며 추가 납세 강요
납세자들이 가장 큰 폐해로 지목하는 것이 바로 추가 납세 강요다. 납세자들은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수정신고하지 않으면, 자료제출과 소명요구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수정신고를 해도 매출 규모에 비해 수정 금액이 적다며 핀잔을 주거나 심지어 조사과로 넘긴다는 엄포마저 들었다는 말도 나온다.


납세자 E씨는 “그렇게 수정신고하면 세무조사는 안 받을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가 ‘수정신고에 문제가 있으면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는 답변 들었다”며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지나치게 불안감을 주며 추가 납세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하소연했다.


한 세무서 관계자는 “과거 시스템이 미비했던 때에는 그런 경우(추가 납세 강요)도 있었지만, 이후 TIS나 엔티스 등 전산시스템의 도입으로 세무공무원의 재량권이 크게 줄었다”며 “지금은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추가 납세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유명무실’한 비대면·비접촉 원칙
국세청 사후검증의 ‘비대면·비접촉’ 원칙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후검증은 신고검증이기에 납세자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국세청은 지난해 8월 전국 세무관 서장 회의를 통해 전국 세무서장들에게 해당 원칙을 주지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명자료 제출요청만 서면으로 하고, 해명이란 명목으로 세무서로 소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납세자 G씨는 최근 사후검증을 받다가 세무서로부터 출두 요청을 받았다. 소명자료를 접수 및 해명을 위해선 직접 세무서로 오는 것이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납세자 H씨는 아무리 소명해도 “수정신고할 것이 없느냐? 100% 성실하냐?”고 은근히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자료제출하고 소명해도, 추가로 전화해 다른 계정까지 증빙과 소명을 요구한다”며 “해명자료를 아무리 잘 준비해도 매번 문제점이 많다는 의심마저 받는다”고 전했다.


납세자 I씨는 중복 사후검증 의혹도 제기했다. 성실신고확인서에 따라서 정규증빙을 꼼꼼하게 검토해 제출했는데, 같은 내용에 대해 또 소명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담당자가 수정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착각해 재차 소명을 독촉한 것이었다.


한 세무서 관계자는 “1인당 맡는 업무가 많다 보니 간혹 착오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작은 착오라도 납세자 입장에선 큰 불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담당자들은 더욱 신중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세무서 관계자는 “수정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또 검증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감사원 감사 등에서 부실징수라고 지적을 받는다”라며 “납세자에게 지적을 받더라도 최대한 꼼꼼히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모호한 근거와 불분명한 규정…구멍 뚫린 사후검증
납세자에겐 준 세무조사로 다가오는 사후검증이지만, 실제로는 법률에 근거한 행정행위는 아니다.


행정행위는 후속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이 뒤따르는데, 사후검증은 각 세목에서 규정하고 있는 질문조사권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위를 보면 세무조사와 사후검증은 상당 부분 비슷하다.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에 대한 정의는 ‘세금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수정하기 위해 질문을 하거나 관련 장부와 서류, 물건을 검사·조사하거나 제출을 명하는 경우’로 돼 있다.


반면 사후검증의 기초가 되는 질문조사권은 ‘직무 수행상 필요한 경우 질문을 하거나 해당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을 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된다. 요약하자면, 세무조사와 사후검증 모두 납세자의 신고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과세당국이 질문조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세무조사는 수정할 사안에 대해 국세청에 강제로 결정, 수정 ‘권한’을 갖지만, 사후검증은 납세자가 자진해서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질문 조사권의 행사도 사후검증은 세무조사보다 행사범위가 좁다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론이다.


성실납세자 간주 원칙은 어디에?
사후검증 후 세무서의 수정신고 권고에 따를지는 전적으로 납세자 판단이지만, 국세청의 권고 무시는 세무조사 선정 사유가 되기에 마냥 무시할 수 없다.


법률전문가 갑씨는 “사후검증은 상대적으로 신고오류사항이 경미한 납세자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취하고 있다”며 “다만, 세무조사와 마찬가지로 자료제출을 명할 수 있기 때문에 납세자 입장에선 세무 조사처럼 느껴질 측면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법률전문가 을씨는 “우리가 납세자 신고과세주의를 채택한 것은 납세자가 기본적으로 선량하다는 것을 전제로 출발하는데, 사후검증은 납세자가 문제 있을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위법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명시된 법적근거도 없이 준 세무조사 역할을 하는 사후 검증은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사전성실신고 안내장에 납세자들에게 성실히 세금을 안 내면, 사후검증을 강화하겠다며 일종의 ‘경고문’을 통보했지만, 2016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자 올해부터 일반적인 납세절차 안내문을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30일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국세청이 세금신고 전 사전성실신고 안내장을 통해 납세자를 압박하는데 제동을 걸기도 했지만, 여전히 ‘성실신고하지 않으면 사후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문구를 넣고 있다.


을씨는 “납세자가 분명한 문제가 있을 경우엔 세무조사로 대응하고, 그 외의 오류는 납세자에게 최대한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수정유도를 하는 것이 맞다”며 “안내라는 명목으로 수정신고하지 않으면, 세무조사하겠다고 압박하는 것은 국세기본법상 납세자의 권리에 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고 전했다.


명목만 현장확인, 부상하는 중복세무조사 문제
이같은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후검증만이 아니다. 현장조사, 서면조사 등도 자료제출을 강제하는 질문조사권의 특성상 ‘유사 세무조사’의 성격을 갖는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이 ‘현장확인 후 착수한 세무조사는 중복세무조사’라고 내린 판결은 현장확인도 정도에 따라선 세무조사나 다름 없다는 점을 판시하고 있다(2014두8360, 2017.3.16.선고).


현장확인 후 세무조사가 무조건 중복세무조사가 아니지만, 담당 세무공무원이 세무조사 수준의 질문조사권을 행사할 경우엔 현장확인이 아니라 세무조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당 사례는 같은 세무공무원이 보더라도 과도한 부분이 있었다”라며 “공무 수행엔 항상 중립성이 중요한데 담당자가 일을 잘하려다 보니 과욕을 부린 것 같다”고 말했다.


모호한 법적 위치, 합리적 기준 제정 필요
전문가들은 납세자와 세무공무원 양측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등 주요선진국처럼 법에 유사 세무조사 행위에 대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위의 대법원 판결과 비슷한 유형의 다툼이 늘어나는 것은 사후검증 등 유사세무조사의 법적근거가 모호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서면조사, 세무관서로 찾아가는 ‘사무실 조사’, 현장조사를 모두 세무조사의 범주로 규정하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조세·재정정책 방향과 조세개혁 방안’ 연구를 통해 “중복조사로 인한 조사권 남용으로 납세자의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유사 세무조사’의 선정기준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서면조사·현장확인·사후검증 등도 ‘세무조사’ 운용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실적압박에 짓눌리는 세무서 직원들
일선 세무서에서도 사후검증의 문제점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상부에서 매년 사후검증 건수를 줄이면서 건당 실적은 더 높게 잡으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도 도입 첫해 사후검증건수는 2011년 10만5140건, 2012년 8만2526건, 2013년 10만5129건을 실시했으나, 2014년부터 7만1236건, 2015년 3만3735건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는 2만2000건 범위 내에서 수행될 예정이다.


과도한 사후검증 건수는 지나친 납세자 불편을 야기하고 행정소요만 일으킨다는 내부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이를 통해 사후검증 개별 건당 실적은 올라갔다. 2011년 건당 479만원이었던 추징실적은 2014년 1455만원으로 올랐고, 2015년엔 2947만원이 됐다. 국세행정 측면에서 사후검증 효과성이 올라간 것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있었다.


한 세무공무원은 “지방국세청 단위에서 검증건수를 엄격히 제한하다 보니 살펴야 할 납세자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의욕 있는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반면 납세자들은 “사후검증 강도가 비약적으로 올라가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세무공무원 실적에 사후검증 수정신고 금액이 반영되다 보니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 됐다는 목소리다.


세무대리업계에선 이같은 검증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이금주 중부세무사회장은 2017년 제2기 부가가치세 예정신고 간담회 자리에서 중부지방국세청 고위간부와 만나 “납세자들과 세무사들은 실적 위주 사후검증에 심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상급관청의 의도와는 다르게 일선 세무서 직원들이 납세자의 담세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실적 위주의 사후검증이 되지 않도록 과세관청의 세심한 배려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중부세무사회 김승렬 부회장은 “납세자가 사후검증을 통해 성실신고했지만, 간편 조사 등 후속 조치가 또 나오면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에게 큰 부담을 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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