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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받는 ‘자본시장의 파수꾼’ 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장

"부익부에 쏠린 감사인 배정 방정식…회계감사 품질로 평가해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회계감사가 공멸의 기로에 섰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큰 경제적 결단을 내렸다. 상장회사의 회계감사 지정방식을 기업이 마음대로 고르는 자유수임제에서, 정부에서 지정해주는 지정제로 바꿨다. 기업과 회계법인 간 유착과 갑을관계 종식은 회계업계의 염원이었다.


하지만 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회계업계의 공멸을 경고한다. 금융위기 당시 영국 금융당국은 ‘빅4’ 회계법인의 독점을 우려했지만, 우리는 지금 대형 회계법인에 회계감사시장을 몰아주고 있다. 남 회장은 회계법인간 상호견제·품질경쟁이 회계투명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회계는 자본시장의 근간인 신뢰를 보장하는 만국 공통어다. 투자자는 기업이 공개하고, 공인회계사가 정직성을 인증한 회계장부를 기초로 투자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1982년 이후 평가를 받는 시험응시생(기업)이 감독관(회계법인)을 마음대로 선정할 수 있는 자유선임제 체계가 30년 넘게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정직성은 땅에 떨어졌다.


그동안 기업들은 회계법인에 아예 컨닝, 장부조작을 도와주는 소위 ‘마사지’를 요구했다. 회계법인들은 가격도 싸고, ‘맛사지’ 솜씨도 뛰어나야 일감을 딸 수 있었다.


정직한 회계 법인들은 다른 일을 알아봐야 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개발 경영연구원(IMD)의 회계투명성 관련 국가별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주요국 61개국 중 61위에 머무른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자 정부와 국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9월 말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이 개정됐다. 한계 기업에 대해서 부분적으로만 시행하던 지정제를 모든 상장사로 전면 확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대기업 다니냐? 규모로 차등대우 받는 회계업계
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정부의 감사인 지정제 도입을 ‘매우 큰 진일보’라고 평가하면서도 회계업계를 공멸케 하는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감사인 지정 방식은 회계법인을 규모기준으로 줄세우고, 피감 기업도 규모기준으로 줄 세워서 큰 곳은 큰 곳끼리 작은 곳은 작은 곳끼리 묶어 주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정부의 감사인 배정공식은 간단하다. 회계법인의 역량 평가기준은 감사인 점수로 평가한다. 여러 가지 잣대가 있지만, 대부분 회계법인이 보유한 감사인의 수와 비례한다. 예를 들어, 회계사가 1000명 있는 회계법인은 1000점, 100명 있는 회계법인은 100점하는 식이다. 일감 배정도 점수와 비례하는데 1000점을 받은 회계법인은 100곳, 100점 받은 곳은 10곳을 배정해주는 식으로 이뤄진다.


다만, 여기엔 ‘비례의 함정’이 숨어 있다. 일감 숫자만 동등하게 나눠줄 뿐 큰 일감은 대형법인에 우선적으로 주기 때문이다.


감사인 1인의 역량이 서로 같다면, 일감배정은 개수의 비례보다 규모의 비례가 돼야 합당하다. 그러나 대형회계법인이 배정받는 1기업당 평균 회계감사보수는 거의 3배 차이가 난다. 4대 회계법인과 비교하면, 격차는 3.2배로 더 벌어진다.


전형적인 빈익빈 부익부 구조다.


“현재는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를 따져 차등적으로 일감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회계법인의 소속원들 역시 대형 회계법인의 소속원처럼 국가에서 공인한 회계사들입니다.
그들도 여건만 되면, 동등하게 대기업 회계감사를 맡을 자격이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지정제 시행이 본격화한다고 가정 해보죠. 대형 회계법인은 더 커지고, 중소 회계법인은 상대적으로 더 작아질 겁니다. 그렇습니다. 과점의 심화입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떠올려 보자.
당시 뉴욕 맨해튼에는 베어스턴스, 리만브라더스 등 굴지의 투자은행 바로 옆에는 70만 회계사를 보유한 프라이스워터 하우스쿠퍼스, 딜로이트, 언스트앤드영, KPMG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빅4’조차 투자은행들의 붕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빅4는 포화상태가 된 회계시장보다는 이익률이 큰 컨설팅 시장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다.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대우조선, STX 사태, 동양, 대한전선, LS네트웍스, 신일산업, 포휴먼, SK글로벌 등…. 초대형 분식 회계 기업들을 담당한 회계법인은 이른바 ‘빅4’ 들이었다.


정부의 검토 테이블 위엔 대형회계법인만 독식하는 현 배정 방식을 중소회계법인에게도 열어주는 배정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남 회장은 “일감 규모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규모의 비례를 추구한다면, 숫자의 비례의 함정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겁니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대중소가 함께 하는 회계투명성 시대
남 회장은 “중소회계법인의 입장을 대변하고는 있지만, 중소회계법인에 대한 특혜나 우대를 구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협의회의 목표는 대형·중소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들이 함께 자본시장의 파수꾼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생과 공존이 필요하다.


남 회장은 그렇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일감 배정 기준이 규모가 아닌 회계감사 품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품질은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법인 규모가 아니라 회계감사 결과로서 판단해야 하며, 배정에 있어 품질에 가중치를 주는 방식으로 바뀌면, 각 회계법인들은 품질관리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 출발선에 선의의 경쟁자가 다수 있어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회계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남 회장은 외감법 개정에 대해선 반반의 평가를 내렸다. 6년간 자유선임을 허용한 후 3년 지정제를 시행하는 부분적 지정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동시에 사회분위기가 회계투명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정부와 국회가 회계업계와 기업 양쪽의 입장에서 적당한 절충점을 찾아냈다고 봅니다. 우리 입장에선 전면지정제로 이행하는 것이 옳다고 보지만, 핵심감사제,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은 정부가 회계투명성을 중시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핵심감사제는 지금까지 회계감사업무가 기업의 장부 정직하게 이익과 손실을 반영했는지만을 보았다면, 앞으로는 기업의 경영리스크까지 평가하게 된다. 회계감사품질을 판단하는 척도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표준감사시간제는 기업이 회계감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단 기간에 몰아치는 회계감사를 요구했던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규모와 업종 특성에 따라 최소 감사시간을 보장한다. 금융위원회는 11월 23일 이 두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희망의 회계학
남 회장은 앞으론 중소회계법인들이 주도적으로 회계품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장회사 감사업무는 기본적으로 금융위원회가 허가하는 업체만 가능하다. 그 기준은 충분한 인력, 예산, 그 밖의 물적 설비 등 회사 규모에 따른다. 아직은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다.


중소회계법인협의회는 중소회계법인간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단 합병은 각자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다.


협의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중소회계법인들 중 92%는 상장사 회계감사를 위해 금융위에 등록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79%는 합병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동업자의 반대다. 회계법인은 다수의 개인사업자인 회계사들이 동일한 법인이름으로 활동하는 합명회사로 운영된다. 주식회사의 경우 분할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지만, 합명회사는 현행법상 인적분할이 되지 않는다.


남 회장은 회계사들의 활동이 기업이나 투자자 간 계약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할이 아니라 계약을 넘겨주는 승계방식으로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동심리제도와 심리전담회계법인 설립은 회계감사의 품질을 보장하는 수단이다. 중소회계법인이 대형회계법인보다 약한 부분은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감사인의 역량보다는 심리부분이 크다.


심리는 회계사가 수행한 회계감사업무의 정확성, 회계감사의 품질을 판단하는 일종의 감사업무다. 중소회계법인은 대부분의 감사시간을 회계감사에 보내기 때문에 사전·사후관리를 위한 심리시간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주로 문서누락 같은 단순실수를 지적받게 되고, 이러한 실수는 정부로부터 일감을 배정받을 때 지장이 생긴다. 대형 회계법인은 내부에 자체 심리실을 두고 운영하는데 1개실당 연간 수억원 이상 들어가는 업무다.


하지만 중소회계법인이 외부 심리전담회계법인에 수수료를 주고 심리를 위탁하면, 심리의 품질과 독립성도 유지되고, 비용부담도 절감하게 된다. 실제로 식약처의 경우 품질관리실 공동이용을 통해 중소업체의 품질유지를 지원하고 있다.


남 회장은 “심리전담회계법인 설립이 갖는 가장 큰 뜻은 독립성 확보입니다. 회사 내부에 속하면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죠. 금융감독원도 회계감사 결과에 대해 일일이 회계법인을 찾아다니며 감리할 필요 없이 심리전담회계법인만 살펴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심리전담회계법인으로선 감사업무는 못하겠지만, 심리만 전담해도 충분히 활로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전했다.


남 회장은 심리전담법인에 공동으로 심리를 맡기는 사항에 대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비교적 긍정적이란 말도 덧붙였다.


그간 우리나라에선 경제적 재난인 회계분식이 너무 가볍게 다뤄진 경향이 있다. 인명 피해만 제외하면, 분식회계는 자연 재해보다 더 막대한 손실을 끼친다. 특별재해재난지역 선포 피해 기준액이 90억원이다. 포항지진 피해액이 11월 19일 기준 500억원을 넘겼다.


2000년 대우그룹 분식회계는 41조원이었다. 대우건설 3800억원, STX조선 2조3000억원, 대우조선 5조7000억원 등 후속작들도 천문학적 분식규모를 기록했다.


협력업체의 도산과 구조조정, 그로 인한 상권피폐화는 후속타가 되어 우리 경제를 후려쳤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혈세로 막았다. 분식회계의 세상에선 90억원은커녕, 500억원으로는 ‘네임드’에 들지 못한다.


남 회장은 회계감사가 품질로 경쟁하는 시대로 오면, 우리 경제에 희망이 생긴다고 굳게 믿고 있다. 어느 시대든 신뢰는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정직한 기업, 공정한 회계감사는 우리 경제의 신뢰를 담보한다.


“어떤 제도든 결국은 사람이 운영합니다. 지정제가 되어도 회계사가 기업눈치만 보면, 옛날로 돌아가겠지요. 사회가 더 이상 부패를 용인하지 않고, 공정함을 추구한다면 저는 머지않아 희망의 시대가 올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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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칼럼]‘갑질’은 영혼의 홀로코스트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갑질’의 무분별한 횡포로 사회 전반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갑질이란 권력 관계에서 우위의 ‘갑’이 권리 관계의 하위에 있는 ‘을’에게 하는 비정상적, 부당, 압박행위를 통칭한다. 대기업의 협력회사에 대한 갑질,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에 대한 본사의 갑질, 교수가 학생에게 하는 갑질, 군대, 경찰, 기업 등 조직 내에서의 갑질은 사회 전반적으로 광범위하고 잔인하게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구조란 게 어쩔 수 없는 수직적 관계의 연결고리라면 갑과 을의 위치가 필연적 존재사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연결고리라 함은 직무상 야기되는 위치의 함수관계이기 때문에 직무를 넘어서는 비정상적, 부당, 압박은 ‘갑을’의 관계를 빙자한 또 다른 범죄임이 틀림없다. 을이 느낀 그 피해 후유증은 정신적 살인행위에 버금가는 만큼 크다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염두에 둬야하겠다. 갑질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른바 출세를 한 소수층이고 갑질을 당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 소수층의 하위구조에 있는 대다수의 국민에 해당한다. 소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갑질권력’ 이라는 칼로 대다수의 영혼을 기분대로 입맛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