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회에서 통과된 ‘분식회계 방지법’ 세부안을 마련하면서 법안취지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는 지난 9월 본회의에서 기업의 분식회계 방지를 위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 전면개정안을 의결하고,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청년회계사회는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금융위는 법에서 위임한 범위 내에서만 시행령을 만들어야 하지만, 법 취지(감사인 지정제)를 무력화 하는 내용만 논의하고 있다”며 “현재 회계부실에 큰 책임이 있는 금융위가 또 한 번 시행령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현재 금융위는 외감법 전면개정에 대한 시행령 등 세부법률안을 만들면서 기업에 지정신청권 허용, 복수지정 허용, 재지정신청 사유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모두 기업에 부분적으로 감사인 선택권을 주는 방안들이다.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기업의 회계부정이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외부 회계사(이하 외부 감사인)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간 정부는 기업에 회계사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기업의 회계부정을 밝혀야 할 회계사는 생계를 위해 기업의 회계부정을 눈감을 수밖에 없었다.
안전핀 없는 회계감사로 인해 대우조선해양, 모뉴엘 등 초대형 분식회계가 연이어 터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지난 6월 ‘2017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통해 62개국 중 우리나라가 최악의 분식회계 국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국회는 지난 2013년 기업의 감사인 선택권을 빼앗고, 대신 정부가 공정하게 감사인을 지정해주는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당시 금융위는 기업부담을 이유로 감사인 지정제 적용범위를 크게 축소한 바 있다.
청년회계사회는 “금융위는 지난 2013년에 이어, 이번에도 외감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금융위는 지속적으로 재계의 부담 증가를 이야기하지만, 재계의 부실한 회계처리로 국가경제가 진 엄청난 부담을 무시하는 것은 국민의 봉사자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세부방안을 만들고 있는) 회계개혁TF부터 재계에 편향적으로 구성돼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문제의 주된 책임자인 금융위가 정책 개악을 시도한다면, 향후 발생하는 회계부정에 대해서도 직접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계개혁 TF는 금융위 부위원장, 민간전문가 4인,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상공회의소, 공인회계사회,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 이렇게 10인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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