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 흔히 과거에는 ‘정년퇴직’을 하면 주변사람들에게 ‘은퇴했다’고 말했다. 65세 즈음에 은퇴해 10여 년 정도 손주 재롱 보며 여생을 즐기면 됐다.
그런데 100세시대에는 이러한 삶이 통하질 않는다. 정년퇴직은 누구나 하는 것이 아닌 직장에서 잘 살아남은 ‘선택 받은 자’만이 누리는 혜택이 됐다. 법적으로 정년의 시기를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현실에서의 체감시기는 점점 당겨지는 추세다 보니 ‘은퇴와 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요구되고 있다.
인생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듯, 일을 대할 때도 제1의 직업과 2의 직업으로 나누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상당수의 은퇴자가 생계유지를 위해 고령의 나이에도 일을 지속하지만, 사실 인생 후반기에 ‘일’은 경제적 기여를 뛰어넘는 가치가 있다.
노년기의 일은 가계 수입에 도움되는 경제적 효과를 얻는 것은 물론, ‘심리적’, ‘사회 관계적’, ‘건강증진’ 등의 비재무적 효과도 동반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고령자는 심리적으로 ‘자아효능감’ 및 ‘삶의 질’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고령자가 그렇지 않은 고령자에 비해 친구나 이웃관계에 있어 긍정적인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생활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일을 지속하는 고령자는 건강도 좋았다.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고령자는 그렇지 않은 참가자에 비해 주관적 건강수준이 높게 나타났으며, 지속적으로 몸을 움직임으로써 건강이 좋아지고, 그에 따른 효과로 의료비가 감소하는 효과까지 거두었다.
특히, 은퇴 전에 일에만 매달렸던 남성들은 노년기에 일을 함으로써 사회적 역할 상실에 따른 우울증, 자신감 결여 등 감정적 위축을 쉽게 극복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인생 후반기에 지속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일자리의 수가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은퇴자들이 원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선택하는데 있어 낯설어 하는 측면도 있다.
인생 후반기에도 일을 지속하고자 한다면, 퇴직 전부터 체계적인 노후설계를 통해 제2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평생 교육 및 전직프로그램을 통해 인적 개발을 지속하고, 다양한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재능이나 경력을 활용해 상담, 컨설팅, 강의 등의 일을 하거나, 기발한 창업 아이템이 있다면 저비용으로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다.
때로는 그동안 해왔던 직업과 상관없는 문화, 예술분야에 뛰어들어 적은 보수지만 새 일을 배우는데 의미를 둘 수도 있다. 혹은 아동지원, 아동보호, 대북지원, 지역개발, 보건의료, 농축산개발, 교육, 긴급구호, 국내외 자원봉사, 국제교류협력, 권리옹호, 환경개선, 동물보호 등의 분야에서 NPO(비영리법인)나 NGO(비정부기구) 활동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특별한 경력이 없다면 지역 내 고용센터에 방문해 일자리 상담을 받거나, 지역 내 공공근로나 도우미 등 단순한 파트타임 업무를 시작해도 된다. 인생 후반기에 할일 없이 방안에만 누워 지내다 보면 무료함과 외로움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사람은 일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며, 여러 사람과의 관계 지속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보람과 가치를 느낀다.
그동안 자신보다는 사회와 가족구성원으로서 ‘주어진’ 일을 했다면 인생 후반기는 좀더 수월하게 자아가 원하는, 보다 즐겁고 보람된, 이기적이기보다 이타적인 일을 선택해 수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보다 가치있는 삶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가슴이 시키는 일이 무엇인지 떠올려보고, 실천에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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