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감사인 지정제 예외를 극히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인 지정제란 정부가 회사에 직접 감사인을 지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열린 회계사회 세미나에서 “일부에서 거론하는 복수 지정제는 사실상 자유선임제와 같다”며 “재지정 요청제도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폐해를 낳을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인은 회사가 적법하게 회계처리 했는지 검증하는 시험감독관 역할을 맡는다. 투자자나 신용기관들은 이 회계를 믿고 투자 및 대출을 해준다.
그러나 현재 감독관을 고르는 권한은 회사가 갖고 있었다. 회사들은 단가후려치기로 감사인을 압박했고, 회계부정을 눈감아 줘야만 감사 일감을 따낼 수 있었다. 이는 조 단위 경제손실을 야기한 STX, 대우조선, 모뉴엘 회계부정의 단초가 됐다.
우리 기업회계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최악으로 떨어졌다. 2017년 스위스 국제개발경영연구원(IMD)에서 발표한 회계감사의 적절성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평가대상 63개국 중 꼴찌인 63위에 머물렀다.
이에 정부는 2020년부터 상장사에 한해 역량있는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정부가 직접 지정해주는 감사인 지정제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지난달 23일 기업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예외적으로 복수 지정제 및 재지정 요청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수 지정제는 정부가 감사인 후보군을 제시하고, 이중 하나를 기업이 선택하는 것이며, 재지정 요청권은 기업이 감사비용이 싼 회계법인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다.
회계업계는 이같은 예외조항이 감사인 지정제 취지를 근본부터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복수 지정제와 재지정 요청권은 다시 기업에 감사인 선택권을 부여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국회입법심사 과정에서 배제된 예외조항을 설치하는 것은 위법행위와 다름없다”며 “주기적 지정제 예외사항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외사항을 두더라도 ‘정밀 감리’의 경우에만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회사의 회계가 불투명하게 운영되면, 분식회계로 국가와 투자자에 막대한 피해가 야기되며, 투자자들도 등을 돌리게 된다며 회계감사가 깨끗해지면 대외신인도 상승 등 잠재적 경제성장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회계 감시인들 역시 거짓감사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윤리 수칙을 만들어 회계감사의 전문성 외에도 윤리성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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