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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해외여행객 ‘꼼짝 마’…세관의 4단계 감시망

세관, 비행기 도착 전 ‘숨은 물품 찾기’ 돌입…세관요원 동태감찰에 ‘덜미’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 “가방 열어주세요. 소지품 검사합니다.” 세관직원이 던진 한마디에 A씨는 심장이 철렁했다. ‘설마 내가 걸리겠어?’ 하는 마음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고가의 루이비통 지갑을 홍콩에서 구입했지만 세관신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가방에 넣어서 들고 가, 절대 안 걸려’라고 확신해주던 지인이 한없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 여름휴가를 맞아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 B씨는 처음 맛본 망고스틴의 매력에 푹 빠졌다. 가족들 생각에 망고스틴 10여개를 구입한 B씨는 귀국 후 수하물 컨테이너에서 가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거대한 ‘녹색 자물쇠’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망고스틴 외에 어떤 물품도 구입하지 않았다. 검역관은 동식물 검역 검사대에서 B씨의 가방을 개장한 후 “과일은 국내 반입이 불가능합니다”라고 안내했다. B씨는 항의했지만 압수되는 망고스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세관공무원은 입국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여행객들을 어떻게 선별해 검사할까. 사실 여행객들의 가방 속에 있는 ‘숨은 물품 찾기’는 비행기가 도착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세관은 승객예약정보(PNR, Passenger Name Record)와 승객사전확인시스템(APIS, Advance Passenger Information System)을 통해 사전에 여행객들의 정보를 분석한다.


세관은 항공사(이하 선박회사 포함) 예약정보시스템에 있는 승객예약정보(PNR)를 열람 및 보존할 수 있다. 여기에는 국적, 성명, 여권번호, 주소 및 전화번호, 여행경로, 수하물 내역 등 각종 개인정보들과 여행객이 항공사 회원으로 가입한 경우 그 회원번호와 등급까지 모든 정보가 망라돼있다.


승객사전확인시스템(APIS)은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더불어 관세청에서 처음 도입한 이후 법무부 등 여러 관계기관이 이용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APIS의 정의에 대해 “총체적인 국경관리시스템의 일종으로 모든 출입국 승객에 대한 정보를 항공사로부터 사전에 입수해 국제테러혐의자·밀수용의자 등 우범여행객을 사전에 파악해 대비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세관은 우범여행객에 대한 자체 DB와 국정원·법무부·경찰 등의 자료를 활용해 APIS에 자료를 누적시켜 여행객을 선별한다. 이를 통해 세관은 여행객이 어느 지역을 방문했고 어디를 경유했는지, 어느 항공사를 이용하는지, 관련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는지 등의 내역을 분석해 활용한다.


PNR과 APIS는 밀수의 1차 방어선인 것이다.



세관, 촘촘한 4중 그물망 감시체계 구축…여행가방 ‘실(Seal)' 검색 대상


2013년 1270만 명에 불과했던 해외 출국자 수는 지난해 2230만 명으로 껑충 뛰었다. 추석 황금연휴 첫날인 지난 9월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발한 여객 수가 11만4746명으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관이 이렇게 많은 여행자를 모두 검색할 수는 없다.


세관은 4단계의 감시체계를 운용해 우범여행객을 찾아낸다. 1단계는 앞서 설명한 PNR과 APIS를 통해 검색 대상자를 지정한다. 2단계는 마셜(Marshal)이라고 불리는 검사지정관이다. 3단계는 수하물 전량을 ‘X-ray 검색대’와 탐지견을 이용해 검사가 필요한 물품인 경우 ‘실(seal)’을 부착한다. 4단계는 로버(세관요원)가 암행감찰관처럼 여행객으로 위장해 주변 여행객들의 행동을 감시한다.


세관신고서를 받아본 마셜은 신고할 것이 없더라도 여행객의 전반적인 물품과 동태를 훑어보고 의심 가는 부분이 있으면 여행객에게 짧은 질문을 던진다. 대답을 듣고 표정을 살피며 검색 여부를 불과 몇 초 안에 판단한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검색대로 데려간다. 세관의 2차 방어선이다.


수하물 컨테이너를 보면 입국장에 색색의 자물쇠가 달린 여행 가방이 여럿 발견된다. 세관이 부착한 실(Seal)이다. 공항으로 들어오는 모든 위탁수하물은 X-ray를 통해 1차 검색이 이뤄진다. 고가의 물품에는 노란색, 과일이나 농산물은 녹색, 소시지·육포 등 축산물은 주황색이 부착된다. 여행자가 컨테이너 앞으로 갔을 때 가방에 실이 달려 있으면 자신이 검색대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X-ray 뿐만 아니다. 세관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각각 ‘마약탐지견’과 ‘검역탐지견’을 운용한다. 이들 탐지견은 비행기에서 내린 짐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올 때 짐 속에 마약·식품 등이 들어 있는지 추가로 조사한다. 대부분의 우범여행객은 X-ray와 탐지견으로 이뤄진 3차 방어선에서 걸러진다.


과일이 바이러스 매개체?…검역본부 “농·축산물 국내 반입 금지”


여행객들은 면세범위 이내라면 육가공품·과일·식품 등을 반입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잘 포장이 된 데다 현지에서도 팔리는 식품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다.


왜 육가공품 등의 반입이 금지될까. 인천공항 검역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고변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발생으로 농가 피해액이 약 4000억원에 달했다”며 “원인 중 하나는 여행객이 무심코 들고 들어온 육가공품”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무심코 유입된 휴대 농·축산물로 해외병해충·구제역 등의 악성 동식물 전염병이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미국농림부(USDA)는 1870년부터 1993년까지 발생한 구제역 627건의 원인을 분석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구제역의 66%가 소시지, 햄 등 육가공품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검역본부는 “포장이 완벽하다고 결코 안전한 것이 아니다. 과일·채소·햄·소시지 등의 대부분의 농·축산물은 반입이 금지돼 있다”며 여행객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제품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각종 병원균·바이러스 등이 묻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용물의 멸균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할 수도 없어 검역본부는 적발 시 모두 압수해 폐기처분한다.


공항으로 들어오는 동식물은 세관과 별도로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담당한다. 세관에서 검사를 하던 중 동식물 검역관련 물품이 발견되면 검역본부에 인계한다. 검역본부 또한 동식물 검역과정 중 마약이나 도검, 총기류 등 위험물을 발견하면 즉시 세관에 넘긴다. 세관의 3차 방어선은 세관과 검역본부의 상호 긴밀한 협력관계로 유지된다.



쉿, 비밀이야!…공항의 암행감찰관 ‘로버(세관요원)’


로버(세관요원)는 밀수의 최후 방어선이다. 일부 여행객은 로버에게 지목받아 검색대에서 검사를 받는다. 로버는 입국장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걸으며 여행객으로 위장해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직접 골라낸다.


관세청은 로버의 감시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길 피한다. 공항세관 관계자는 “로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해 줄 수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로버의 존재를 여행객들이 알면 그만큼 운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국민을 상대로 암행감찰을 한다는 비난여론이 들끓을 수 있다는 우려 탓으로 보인다.


미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 또한 관세청의 로버와 유사한 제도를 운용중이다. 이들의 우범 여행객 적발률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세관은 우범국가를 왕래한 항공편에 대해서 하루 12편 가량을 지정해 탑승객 전원을 검사하기도 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전수검사 항공편은 구매빈도·국제테러·전염병 등 국내외 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세관 검사는 복불복?…관세청 “자진신고가 최선”


일각에서는 세관 검사가 ‘복불복(福不福)’이라고 지적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세관의 감시인력 한계로 블랙리스트와 각종 감시기법을 활용해 우범여행객에 대한 타깃팅 검사를 진행한다”며 “세관 검사는 절대 ‘복불복’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분기당 신용카드 해외 결제 금액의 합계가 560만원이 넘으면 관세청에 자동 통보된다. 국내의 시내면세점과 출국장의 공항면세점 등에서 구매한 내역도 모조리 관세청에 전송된다.


이 때문에 세관의 ‘4중 그물망 감시’와 ‘통보 내역’ 등을 피하고 밀수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세관 직원들은 “면세한도 초과 물품을 사온 경우 자진신고 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입을 모은다. 여행자가 자신 신고를 하면 15만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해당물품에 부과될 관세의 30%를 경감 받을 수 있고, 관세 등의 사후납부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진신고를 하지 않으면 세액의 40%를 가산세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


앞으로 세관의 방어선은 더욱 촘촘해질 전망이다. 관세청은 감시 인력 확충을 통해 여행객 휴대품 검사비율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여행객 휴대품 검사비율은 1.6%였다.


국회 또한 우범여행객 감시단속 강화를 위한 인력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선량한 여행자는 신속하게 통과 시키되, 정보 분석 등을 통해 선별된 우범여행자에 대한 검사는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의원은 이어 “급증하는 해외여행자 통관수요에 대응해 관세청의 휴대품 통관인력 확충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세청 감시부서는 마약·총기 단속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를 수행하지만 상대적으로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우범여행자 검사 강화를 위한 관세청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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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받는 ‘자본시장의 파수꾼’ 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장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회계감사가 공멸의 기로에 섰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큰 경제적 결단을 내렸다. 상장회사의 회계감사 지정방식을 기업이 마음대로 고르는 자유수임제에서, 정부에서 지정해주는 지정제로 바꿨다. 기업과 회계법인 간 유착과 갑을관계 종식은 회계업계의 염원이었다. 하지만 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회계업계의 공멸을 경고한다. 금융위기 당시 영국 금융당국은 ‘빅4’ 회계법인의 독점을 우려했지만, 우리는 지금 대형 회계법인에 회계감사시장을 몰아주고 있다. 남 회장은 회계법인간 상호견제·품질경쟁이 회계투명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회계는 자본시장의 근간인 신뢰를 보장하는 만국 공통어다. 투자자는 기업이 공개하고, 공인회계사가 정직성을 인증한 회계장부를 기초로 투자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1982년 이후 평가를 받는 시험응시생(기업)이 감독관(회계법인)을 마음대로 선정할 수 있는 자유선임제 체계가 30년 넘게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정직성은 땅에 떨어졌다. 그동안 기업들은 회계법인에 아예 컨닝, 장부조작을 도와주는 소위 ‘마사지’를 요구했다. 회계법인들은 가격도 싸고, ‘마사지’ 솜씨도 뛰어나야 일감을 딸 수 있었다. 정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