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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혁명시대’ 국제조세의 딜레마

해외과세장벽 야기하는 국내 과세권 강화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문제가 국제정치무대에서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그간 다국적 기업 과세에 대한 국제공조를 주도했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공조에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7월 구글세 1심 소송에서 패한 프랑스 국세청은 독일 등과 함께 매출에 바로 세율을 붙이는 평형세를 EU에 도입하려고 있다.


OECD는 제시한 수정된 고정사업장 개념을 내놓았지만,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논란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각에선 우리가 과세권을 강화하면, 역으로 우리 해외진출기업이 보복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는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프랑스 법원이 구글세 13억 달러를 기각하다(2017년 7월 12일 월스트리트 저널)’


현지시각 7월 12일 파리 행정법원은 전통적인 고정사업장의 개념에 대해 일종의 사형선고를 내렸다. 프랑스 국세청이 구글의 프랑스 파리 지사에 대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부과한 법인세 중 13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4700억원에 대해 부당과세 판정을 내린 것이다.


기업에 세금을 매기려면 사업을 수행하고, 생산물이나 용역을 만들어 제공하는 실체가 있어야 한다. 기존의 제조업에선 이것이 쉬웠는데, 간단히 말해 공장이 있는 곳에 과세하면 됐다. 과세의 주체가 되려면, 핵심적인 사업활동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엔 자본, 노동, 토지 등 전통적인 생산요소의 총합이 이뤄지는 주된 사업장, 고정사업장이 그 터전이 되었다. 정부는 이고정사업장을 갖춘 기업에 법적으로 인격(법인격)을 부여해 과세했다.


하지만, 국제조세와 디지털 경제 간 교집합은 이러한 법인 격의 개념을 뒤흔들어 버렸다. 페이퍼 컴퍼니는 종이서류에 법인격을 복사했고, 구글 등 디지털 경제는 사업의 주체이자 실체인 고정사업장의 존재를 어디에 존재하는지 불명확한 가상의 존재로 만들었다.


파리행정법원의 구글 1심 판결은 이러한 점을 잘 반영하고 있다. 쟁점은 형식적으로 아일랜드 더블린 구글 유럽본부의 지사인 프랑스 파리 지사가 과세대상이 되는 사업적 실체냐는 것이었다. 구글 파리 지사가 사업의 실체라면, 프랑스 세법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하지만, 아일랜드가 실체라면, 아일랜드 세법의 적용을 받아 저세율을 적용받는다. 프랑스 국세청의 예봉을 꺾은 것은 ‘정보산업’을 영위하는 구글의 사업적 특성이었다.


프랑스 국세청은 소득이 발생한 나라가 과세권을 가진다는 논리를 펼쳤지만, 구글 측은 파리 지사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구글 유럽본부의 보조역할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구글 측은 일반적인 유형재화와 달리 구글의 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으며, 각 지사는 그 기지국이나 중간 다리 역할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특성은 영업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프랑스 내 광고 모집 및 수행이 구글 파리 지사 단독 판단이 아니라 더블린 본부 책임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과거 OECD모델 조세조약 제5조 제4항 고정사업장의 예외 대상에 부합했다.


OECD는 창고, 전시장 등 사업의 ‘핵심이 아닌’ 보조적 역할을 하는 사업장은 고정사업장이 아니라고 권고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지원이나 사전준비적 활동은 고정사업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논란 들끓는 ‘수정 고정사업장’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 국세청과 재정당국에도 심각한 과제를 안겨주었다. 바꿔 말하면, 구글과 같은 디지털 경제의 거래(Digital transactions) 대한 과세가 향후 국제조세 전선에 있어 가장 어려운 난국이 될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구글 사례의 쟁점은 구글이 독립적인 사업수행주체인 고정 사업장을 의도적으로 설치하지 않고, 프랑스 파리지사처럼 최소한의 기능만 수행하는 대리회사를 통해 해당국가에서 거둬들인 이익을 저세율을 적용받는 본사에 보낸다는 것이다.


또한 무세율 또는 저세율 국가에 실체 역할을 할 회사를 세우고, 그 회사에 각국의 로열티나 이자배당을 몰아 담아 세금부담을 회피하는 수법도 사용하고 있다. 각국의 사업장이 명목상 본사에 보낸 수익은 비용이 되고, 명목상 본사는 저세율 또는 무세율 적용을 받는 식이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 구글은 플레이 스토어 내 모바일 게임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챙기지만, 이에 대한 세금은 내지 않는다. 수익이 귀속되는 실체가 싱가포르의 ‘구글아시아퍼시픽’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홍콩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OECD가 지정한 세금 방공호(Tax shelter, 해외 수익엔 무과세), 저세율 천국(Low tax heaven, 저세율 또는 배당무과세)다. 이에 대해선 학술적, 개념적으로도 해법마련이 간단치 않다. OECD는 벱(Base Erosion and Profit Sharing : 이전가격을 통한 세원잠식, 이하 BEPS) 프로젝트를 통해 수정된 고정사업장 개념을 세웠다. 벱스 프로젝트란 다국적 기업의 국제거래를 악용한 조세회피에 대한 국제공조 프로그램이다.


이에 따라 과거엔 고정사업장의 예외로 보았던 일부 보조적 활동이 고정사업장의 지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예를 들어 물류활동의 경우, 아마존과 이베이와 같은 전자소매업을 영위하려면 물류활동이 필수적인데, 이 필요 조건을 고정사업장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OECD는 모델조약 제5조 제4항에 파편화 방지규정(Anti Fregmention Rule)을 도입했는데, 디지털 용역의 생산과 운영, 판매와 출고 등 사업 각 단계에서의 가치사슬을 각국의 각 사업장에 분산시켜 고정사업장 지위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와 관련 OECD는 경제적 현존(Economic presence)을 바탕으로 새로운 과세연결점(Taxable nexus, 과세가 가능한 사업 내 단계적인 핵심역량)을 통해 이익을 간주할 수 있는 방법(The deemed profit method)에 대한 제안도 내놓았다.


일정규모의 매출과 매출을 이루는 거래빈도, 사용자 수가 있는 경우 경제적 현존이 있다고 보고, 매출 비중에 따라 소득 비중도 배분해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예를 들에 갑이란 회사가 A국에서 매출을 60%, B국에서 40%를 벌어들였다면, 각국의 소득도 A국의 경우 60%, B국의 경우 40%로 간주한다. 이 간주된 소득은 과세대상이 된다.


하지만 상기 나열된 방법은 다수의 학술적 비판을 받고 있다. 세금을 공평하게 매기려면 전통적인 영업할동과 주된 경제적 현존이 비교대상이 되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이는 경제적 현존에 대한 강력한 반론이 된다. 디지털 사업의 경우 손실이 나도 소득은 배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주된 경제적 현존에 대해 특정 인터넷 거래에만 한정되며, 물리적 현존과 디지털 현존 모두에 의존하는 사업에 대해선 취급이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기존 과세원리와 새로운 과세연결점 간 상호작용으로 실행 상 문제점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수정 고정사업장 개념도 모든 디지털 사업모델에 적용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소득분배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확보할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터 홍거(Peter Honger)나 파스칼 피스톤(Pasquale Pistone)과 같은 연구자들은 기존 이전가격세제나 배분법 모두 비물리적인 디지털 사업의 소득 배분에는 적당치 않기에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을 유지하는 디지털 사업체를 고정사 업장이 있다고 보고, 각 거래 단위로 이익을 분할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역시 과세당국과 납세자, 또 각국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과세권 전쟁에 돌입한 국제무대
디지털 기업 과세의 또 다른 쟁점은 국제조세의 무대가 공조에서 각 국가 간 과세전쟁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OECD 국제조세 공조 프로그램에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였던 미국은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하듯 OECD의 BEPS 방지 다자협약에 참가하지 않았다.


BEPS 방지 다자협약은 원래 미국 주도로 추진된 것으로 저세율국가로 떠나거나, 조세피난처로 세금을 회피하는 미국 내 기업들에 대한 대응에서 출발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은 수출은 장려하고 수입은 억제하는 보호 무역체제로 선회했다. 미국은 아마존 등 디지털 기업, 디지털 무체재산물을 압도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EU는 미국의 태도에 가장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파리 행정법원에서 1심 패소한 프랑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EU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재무장관의 요청으로 구글 등 디지털 기업에 평형세(Equalisation tax) 도입을 고려 중이다.


부가가치세처럼 매출에다가 곧바로 세율을 붙여 과세하자는 것인데, 부가세는 최종소비자가 내지만, 평형세는 공급자가 내는 세금이다. 원래 전통적인 세금은 매출에서 원가와 영업비용, 금융비용을 뺀 순이익에 붙이는 것이지만, 평형세는 매출에 바로 세율이 붙어 기존 세제와 완전히 다른 체계를 가진다.


OECD BEPS 프로젝트 최종권고에서도 평형세는 누락됐지만, EU 주요국들은 이익만 챙겨가고 세금은 내지 않는 디지털 기업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도와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도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도와 중국은 자국 내 진출한 해외기업에 대해 까다로운 세금제도를 강화하는 추세라서 디지털 기업에 대해서도 강력한 선제적 대응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EU나 중국의 뒤를 따르긴 어렵다. EU는 독자적 시장과 화폐를 가진 대형 경제공동체이고, 인도와 중국은 막대한 내수시장을 가졌다. 태국 등은 아직 자국기업의 해외진출보다 해외기업의 자국진출비중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너무 높다. 한국의 지난해 해외 직접투자 신고액은 전년대비 22.4% 증가한 492.4억 달러로 10여 년 전인 2005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직접투자 신고액은 최근으로 들어설수록 증가세가 가파르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다국적 기업의 국제거래를 통한 조세회피방지 측면에서 국내 진출한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권 확보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라며 “과세권 확보를 위한 논리가 우리 진출기업에 대한 해외 과세관청의 논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아직 국제조세 관련 제도나 고정사업장에 대한 OECD의 논의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유보조항도 있는 만큼 우리 당국도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 못하다”라며 “BEPS 방지 협약은 각국 의회의 입법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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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산분리 규제, 언제까지 고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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