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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한국경제 비화 ⑰] 이상한 한국은행 독립 1950~1998년(Ⅹ)

파리 목숨 은행장 ④

(조세금융신문=이국영 前 은행감독원 검사역) 절대 권력 행장 자리
전신용(全信鎔) 같은 사람은 1960년 이후 정치권 인사와 친분관계로 서울, 상업, 한일은행 등에서 행장을 지냈으며 이보형(李寶衡)도 서울은행장은 잠시, 제일은행장만 7년이나 지냈다. 또 부총리를 역임한 뒤 은행연합회장을 거친 김준성(金埈成)의 경우 대구은행장과 제일, 외환은행장, 산은총재와 한은총재를 잇따라 지내 금융계 인사들에게는 보기 드물게 인사 행운을 누린 측이다.


김용운(金龍雲)은 국민, 조흥, 서울신탁은행에서, 김진흥(金振興)은 한일, 주택, 한국신탁은행에서 각각 세 번씩 은행장을 지냈으며, 하진수(河震壽), 문종건(文鍾健), 임석춘(林錫春), 윤승두(尹承斗), 심원택(沈遠澤), 이석주(李 錫珠) 행장도 두 번씩 은행장을 역임했다.


과거 행장 전성기 때의 얘기다. ‘하늘이 내려준다’는 행장 자리. 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상당한 운이 따라야 겨우 오를 수 있는 ‘금융계의 왕좌’ 같은 자리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금융계에서 40여 년을 무사히 지내고 아무탈 없이 행장에 오르는 사람은 축복받은 존재라고 할 만하다.


‘친위 점포 지점장’ 경쟁이 치열했던 이유
행장이 되는 길은 험하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일단 행장에 오르면 대접이 완전히 달라진다. 은행 안에서는 절대 권력자로 자리 잡으며, 의전이나 만나는 사람의 격이 달라진다. 전무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가장 큰 변화는 인사에 대한 절대적 권한과 기업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쥔다는 것. 은행에는 300~400명의 자신의 분신 격인 지점장이 있고, 이들을 총지휘하는 행장이 있다. 행장은 자신의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연간 두차례 인사권을 행사한다. 가장 먼저 착수하는 일은 30여 개의 특급 점포에 자기 사람을 박아 놓아 친위부대로 만들어 놓는 일이다. 이들 친위부대는 행장의 고충이나 애로, 청탁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


정계, 재계와의 연결고리도 이들 주요 점포장들이 해낸다. 5~6공 때만 해도 친위 점포의 지점장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고, 이는 출세를 보장받는 코스였다. 인사철만 되면 거액의 돈이 물밑으로 오가는 줄 대기가 성행했다. 특급지 또는 1급지로 옮기려면 1000~2000만원의 자리 이동값이 붙었으며, 지방에서 서울에 진출하려면 일정액을 바치는 것이 관행이었다. 특급 점포장이 되면 특수 임무를 띠는 것은 당연한 일.


바로 행장의 특별자금 조성이다. 자금조성은 꺾기, 대출 커미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담보가 부족한 기업들은 커미션을 주지 않고는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특별자금조성의 먹이가 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조성된 적잖은 돈이 행장 손에 쥐어지고, 행장은 이 돈을 다용도로 사용한다. 이 특별자금 중 상당액은 정계의 몇몇 실력자에게 돌아가고, 그들은 다시 웃어른에게 상납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정권의 돈줄을 관리하는 사람과 연결되지 않고는 행장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다. 때문에 주총 때만 되면 행장과 임원선출과정에서 정치실세들의 대리전이 펼쳐진다. 금융계 후견인 역할을 하는 정치실세 중 누구의 줄을 잡느냐에 따라 행장의 연임이 결정됐고 신임행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연’과 ‘줄’이 행장이나 임원들에게 필수조건이었다. 이렇게 권력핵심을 등에 업고 어렵게 대권을 차지하니 행장의 힘은 막강할 수밖에 없었다. 행장의 파워는 기업의 생사까지 좌우한다.


신규대출의 모든 권한을 행장이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출금액이 50~100억원이 넘으면 행장이 직접 챙긴다. 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은행차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실정에서 행장의 한마디가 큰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은행의 건전화 위해 행장에 의한 결정 견제 필요
극단적인 표현을 빌려 금융범죄사고의 규모에 있어서 외부인에 의한 절도, 강도의 경우 피해액이 1억원 정도라면 내부직원의 횡령, 배임 등 범죄 피해액은 10억원 정도가 되며, 은행장의 무리한 의사결정에 의한 부당업무취급, 정치권 등의 개입 또는 압력과 경영층의 맹종에 의한 사건의 피해액은 1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같이 행장 또는 행장이 의장으로 되어 있는 이사회에 의한 금융사고금액은 가공스러운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범죄사고를 억지하고 은행경영의 건전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행장의 자의에 의한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로 외국의 은행장 의사결정 견제제도를 보면, 독일의 경우 ‘네 개의 눈의 원칙(Vieraugenprinzip)’을 적용하여 복수의 은행장을 선임하게 되어 있다. 한 사람의 자의에 의한 결정과 집행을 방지하는 내부통제 수단이다. 이 원칙은 1974년 헤르슈타트은행(Herstatt Bank)의 파산 등을 통해 한 사람의 경영이 갖는 폐단이 인식됨에 따라 1976년 은행법 개정 시 도입하였으며, 이 원칙은 은행법 전반에 걸친 기본이념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은행에서 대출금실행의 결정은 대출심사역(Loan Officer)이 한다. 이 제도는 대출금결정의 전문성을 강조한 면도 있으나 동 대출금 사후관리에 있어서 대출 파일(file)을 관리하여야 하기 때문에 대출심사역에게 대출금 결정과 사후관리를 일임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은행장의 자의에 의한 결정이 차단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9년 은행감독원에서 대출심사역 제도를 도입하고 대출심사조직과 장표를 개선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 제도로 금융기관의 기구만 확대시켰을 뿐 기대했던 효과는 얻지 못하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 문제는 제도 도입도 중요하겠지만 금융기관의 경영환경이 조성되고 그 다음에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이사회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기 위해 이사전원으로 구성되는 주식회사에 있어 필요상설회의체 형식의 기관이다. 일반은행과 상법의 적용을 받는 금융기관에서는 이사회에서 상법과 당해 기관 정관에 규정된 사항을 결의하고 이에 따라 집행하게 된다. 문제는 이사회가 결의하는 내용이 행장의 의사결정을 합법화하려는 기능 밖에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된 까닭은 이사선임에 있어 일차적으로 은행장에게 권한이 있으며 재임을 위하여 이사 각자의 의견을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회의체의 결의사항이란 책임의 분산이란 특수성 때문도 있다.


[프로필] 이 국 영
• 효도실버신문 편집국장·시니어라이프 연구소 소장

• 전) 한은 은행감독원 은행검사역

• 전) 한은 사정과장과 심의실장

• 저서 「금융기관 자점감사론(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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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칼럼]‘갑질’은 영혼의 홀로코스트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갑질’의 무분별한 횡포로 사회 전반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갑질이란 권력 관계에서 우위의 ‘갑’이 권리 관계의 하위에 있는 ‘을’에게 하는 비정상적, 부당, 압박행위를 통칭한다. 대기업의 협력회사에 대한 갑질,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에 대한 본사의 갑질, 교수가 학생에게 하는 갑질, 군대, 경찰, 기업 등 조직 내에서의 갑질은 사회 전반적으로 광범위하고 잔인하게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구조란 게 어쩔 수 없는 수직적 관계의 연결고리라면 갑과 을의 위치가 필연적 존재사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연결고리라 함은 직무상 야기되는 위치의 함수관계이기 때문에 직무를 넘어서는 비정상적, 부당, 압박은 ‘갑을’의 관계를 빙자한 또 다른 범죄임이 틀림없다. 을이 느낀 그 피해 후유증은 정신적 살인행위에 버금가는 만큼 크다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염두에 둬야하겠다. 갑질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른바 출세를 한 소수층이고 갑질을 당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 소수층의 하위구조에 있는 대다수의 국민에 해당한다. 소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갑질권력’ 이라는 칼로 대다수의 영혼을 기분대로 입맛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