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쉰 넘은 엄마가 딸의 ‘배낭여행’에 따라나섰다.
요즘같이 편한 세상에 패키지여행이나 자유여행이 아닌 배낭여행이라니. 자식들 다 키워놓고 여생을 즐겨도 모자랄 판에 고생을 사서 한 이 엄마는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의 주인공 현자 씨다.
엄마 현자 씨는 어느 날 배낭여행 가겠다는 딸을 막아선다. 딸은 요즘 세상이 좋아서 혼자 해외 나가도 위험하지 않다, 실시간 연락은 일도 아니다, 엄마 걱정 안 되게 자주 연락하겠다, 갖은 말로 엄마를 설득하지만 엄마는 안 된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결국 지친 딸이 도대체 왜 안 되는 거냐고 묻자 돌아온 이유가 황당하다. “부러우니까.” 딸의 해외여행에 질투가 났던 엄마는 부러우니까 가고 싶으면 ‘나도 데려가’라면서 훼방을 놓는다.
딸은 기로에 섰다. 엄마를 여행에 데려갈 것이냐 말 것이냐. 생각해 보면 쉰 넘어 해외여행 한번 못가본 엄마 인생이 짠하기만 하다. 그래도 엄마를 데려가기는 싫다. 보나마나 자신의 고생길이 훤하다. 엄마의 보호자 노릇을 감당할 자신도 없다. 딸은 이번에는 엄마가 해외에 갈 수 없는 온갖 이유를 들어 엄마를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엄마 결심이 꺾일 줄 모른다. 딸은 하는 수 없이 비장의 무기를 꺼내든다. 짠순이 엄마가 무슨 돈이 있어 배낭여행을 가느냐는 말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면 엄마가 결심을 굽힐 줄 알았다.
그런데 이마저도 실패다. 엄마가 쌈짓돈 200만 원을 내민 것이다. 자린고비 같던 엄마가 여행비는 각자 부담하자는 식으로 나오자 결국 딸이 결심을 꺾었다. 둘은 함께 동남아로 한 달간의 배낭여행을 떠난다. 둘의 파란만장한 동남아 배낭여행기가 첫눈 출판사의 신간 에세이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에 담겼다. 이 책은 딸의 시선에서 쓰였다. 책 제목처럼 배낭을 단디 멘 엄마는 무사했을까. 여행의 끝에서 모녀가 나눈 대화를 보면 조금은 짐작이 간다.
“누가 엄마랑 또 온대? 난 한 달도 충분했네요.”
“엄마도 너처럼 구박하고 성질 더러운 사람이랑 안 가.”
그렇게 시작된 엄마와 딸의 ‘나도 너랑 여행 안 가’ 배틀은 말레이시아 공항에서부터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 본문 ‘여행의 끝’ 중에서
여행이 쉬워진 시대다. 해외로 떠나는 것도 흔하다. 그렇지만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난 엄마 이야기는 흔치 않다. 이 책의 매력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독자는 고생스러운 엄마와 딸의 여행기를 보며 미뤄두었던 무언가를 다시 시작해볼 용기를 낼지도 모르겠다. 쉰 넘은 이 엄마가 배낭여행에 도전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뭐든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쉴 새 없이 웃다 보면 그 끝엔 진한 감동과 여운이 남는 모녀 이야기로, 당신의 일상에 쉼표 하나 찍으면 어떨는지.
저자 : 키만소리
정가 : 14,000원
출판 : 첫눈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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