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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전문가칼럼] 핀테크, 이미 현실이 된 금융의 미래


오늘날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당연한 듯 돈을 사용하고, 돈을 빌리거나 맡길 때 은행을 이용한다. 직접 주식 투자에 나서거나 펀드에 가입해서 재산을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다수는 건강 보험을 이용하고 있으며, 노후 대비를 위한 국민연금 가입률도 70%에 육박하고 있다.


화폐, 은행, 증권, 보험, 연금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금융은 언제나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까? 금융과 기술의 결합을 의미하는 핀테크는 우리가 당연한 듯 이용하고 있었던 금융의 모습을 완전히 새롭게 바꿀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 당연한 것이 되는 시대
핀테크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어떻게 우리 일상을 바꿨는지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많은 것들은 과거 어떤 순간에는 당연하지 않았다. 2000년은 전 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필름 카메라 시장의 규모를 추월한 해이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굳이 ‘디지털’이라는 수식어를 카메라에 쓰지 않을 만큼 카메라라고 하면 당연히 디지털 카메라를 연상한다. 한편, 평판 TV는 2006년에 처음으로 CRT TV를 추월했다. 지금은 굳이 평판이라는 용어를 쓰기보다는 LCD, OLED 등의 평판 디스 플레이 기술이 소비자에게 더 익숙한 용어가 되어 버렸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아이폰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이전까지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가 순식간에 몰락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인터넷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기술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이전까지 데스크톱이나 랩탑 컴퓨터로 이용할 수 있었던 인터넷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 인터넷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다.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물리적 제약이 크게 완화됨에 따라 우리의 일상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소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촬영 즉시 SNS를 통해서 공유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던 미디어 기기였던 TV 대신 스마트폰을 통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전까지 빠르게 성장했었던 디지털 카메라, TV 등의 디지털 가전 시장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광고와 같은 연관 시장도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기 시작했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를 상징하는 기업들의 등장도 스마트폰이 핵심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됨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서비스를 거래하는 방식에도 크나큰 변화가 나타났다. 온라인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플랫폼이 오프라인까지 확장되면서 상품, 서비스뿐만 아니라 인력, 공간, 돈 등 거의 모든 것이 플랫폼을 통해서 거래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공지능’이 기술 혁신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늘어나고, 자연스레 인터넷을 통해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방대하게 축적됨에 따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의 지능을 구현하는 ‘머신 러닝’이 인공지능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는 프로바둑 기사를 압도적으로 물리치면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렸으며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점점 더 상용화가 앞당겨지고 있다.


핀테크 시대, 사라지고 있는 금융의 3가지
이렇듯 기술의 발전은 이전에는 당연하지 않았던 것을 어느 순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일각에서 논쟁 중인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기술이 세상을 더 빠르게 바꿀 것이라는 전망에는 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새로운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례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발전의 파고 속에서 금융도 예외일 수 없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는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해야 그 진가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오랜 세월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금융의 모습을 기술로 말미암아 완전히 새롭게 바꿀 가능성이 대두한 것이 핀테크가 던지는 중요한 화두라고 할 수 있다.


핀테크 시대의 금융의 변화는 크게 ‘3無’로 요약할 수 있다. 금융에 있어서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사람’이 없어지고, ‘은행’이 없어지며, 나아가 ‘돈’이 없어지는 것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사람, 은행, 화폐의 역할과 모습이 오늘과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라진다
먼저, 핀테크는 금융에서 ‘사람’을 사라지게 만든다. 금융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이미 현재 진행 중인 변화이기도 하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어서 금융산업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표적이다.


많은 금융 인력이 근무하는 오프라인 지점이 없이도 충분히 은행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터넷전문은행이 보여주면서, 기존 은행들도 앞다투어 대응에 나서도록 만들고 있다. 핀테크가 우리나라에 상륙하기 이전부터 시작했던 펀드 슈퍼마켓, 다이렉트 보험 등은 금융상품의 유통 과정에서 사람이 했었던 역할을 인터넷 플랫폼이 대신하도록 했다면 P2P 금융, 크라우드 펀딩 등은 금융 서비스의 시작과 끝이 모두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고급 금융 인력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변화의 바람은 금융의 최첨단을 선도하고 있는 월가에서부터 불어닥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600명에 달하던 주식 매매 트레이더의 수를 최근 2명까지 줄였다. 자동화 매매 프로그램을 만드는 컴퓨터 엔지니어가 기존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가 투자한 켄쇼(Kensho)는 금융시장과 언론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보고서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이다. 켄쇼는 애널리스트 15명이 4주에 걸쳐할 수 있는 분석 작업을 불과 5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 트레이더, 애널리스트 등은 고연봉을 받는 금융 직종의 대명사였지만, 컴퓨터 알고리즘이 이들의 업무를 대신하면서 해고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은행이 사라진다
다음으로 은행으로 상징되는 금융기관도 사라진다. 핀테크로 인해서 전통적인 의미의 ‘금융전문가’가 ‘IT 전문가’로 대체되고 있듯이, 이들이 구성하는 조직도 전통적인 금융 회사보다는 IT 기업에 가깝게 변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CEO는 2015년 “골드만삭스는 IT회사”라고 선언했다.


금융산업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하여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의 본질도 과감히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금융회사의 후방에서 머물러 있던 IT 부서는 이제 금융회사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부서로 거듭나고 있다.


금융 산업의 경쟁환경도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전통적 금융회사의 경쟁우위가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비대면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것이 점차 일반화되면서 금융회사의 고객 접점은 지점이나 ATM(자동화기기), 영업사원의 숫자보다 스마트폰의 앱으로 급속하게 옮겨가고 있다. 얼마나 이용하기 편리한 앱을 디자인 했느냐가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이 되었고, 소비자는 터치 몇 번으로 금융회사를 옮겨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고객 기반을 확보한 IT 회사뿐만 아니라 스타벅스와 같은 비금융회사도 간편결제 등을 중심으로 금융업에 하나둘 진출하고 있다. 규제, 지점 네트워크 등 금융업 고유의 진입장벽은 크게 낮아지고 있고, 경쟁 강도는 예전보다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돈이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핀테크로 인해서 사라지는 것으로 ‘돈’을 꼽을수 있다. 사실 이미 지폐나 동전은 오늘날 점점 더 일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오늘날 금전적 가치의 대부분은 예금의 형태로 은행 장부에 기록되어 있고,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 대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의 도래가 예견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최근 한국은행에서 잔돈을 교통카드에 적립할 수 있게 하는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핀테크 시대에 ‘돈’이 사라진다는 것은 화폐의 형태가 동전이나 지폐에서 플라스틱 카드나 스마트폰의 전자 지갑으로 바뀐다는 것을 넘어선다. 화폐가 ‘프로그램이 가능한 화폐(Programmable Money)’로 한 단계 더 진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가상화폐의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기반하고 있는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기술 덕분이다.


블록체인은 중앙 관리자 없이 인터넷상에서 모든 사용자가 공유하는 데이터 베이스이다. 동시간대 거래 내역이 묶인 블록이 시간 순으로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어 블록체인이라고 불린다. 블록체인은 인터넷 상의 디지털 데이터를 제3의 신뢰기관 없이도 믿을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탈중앙화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블록체인을 금융에 응용하면 별도의 중앙기관을 거치지 않고서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


거래참가자들이 공동으로 장부를 관리하고 검증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첫 사례인 비트코인은 은행이나 증권거래소와 같은 제3자의 도움 없이도 인터넷을 통해서 이메일을 주고받듯이 ' 금융직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며 가상화폐의 시작을 알렸다.


블록체인, 화폐를 한 단계 더 격상시키다
비트코인에 영감을 받아 등장한 가상화폐는 현재 수백 가지에 이르고 있지만,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은 단순히 가치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서 제3자의 도움 없이도 믿을 수 있는 계약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반적인 계약은 서면으로 작성하고, 법의 강제력을 동원하여 계약의 이행을 담보하였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디지털 명령어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작성하여 블록체인에 등록함으로써 법의 강제력이 없이도 계약 내용이 자동적으로 실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현대의 경제활동은 수많은 계약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마트 계약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가 그만큼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교환의 매개체로 존재했던 화폐가 가상 화폐의 등장과 함께 계약의 매개체로 한 단계 더 올라설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미 스마트 계약은 현실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가상화폐로 자금을 조달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가 대표적인 예이다. ICO로 조달한 자금 규모는 올해 8월 말까지 15억 7000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전통적인 벤처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는 이미 와있다
핀테크는 금융에 불어닥친 디지털 혁명의 바람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터넷의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금융에도 거스르기 힘든 변화가 시작되었다. 인공지능과 플랫폼은 금융 전문가와 금융회사가 수행하던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금융업의 성격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과 함께 등장한 블록체인은 화폐의 위상을 교환의 매개체에서 계약의 매개체로 한 단계 더 격상시킬 것이다.


SF 작가 윌리엄 깁슨이 말했듯이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우리와는 상관없어 보였던 SF소설 속의 이야기나 해외의 최첨단 사례가 인터넷을 통해서 순식간에 우리 곁으로 다가올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금융도 예외일 수 없다. 이미 앞서 디지털 혁명의 파고가 들이닥친 산업들은 중요한 반면교사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던 넷플릭스는 오늘날 인터넷 산업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른 반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노키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월가를 대표하는 골드만삭스는 핀테크로 인한 금융업 변화의 본질을 직시하고 바닥부터 완전히 새롭게 환골탈태를 해나가는 중이다.


전통적으로 법과 제도의 보호 속에서 변화가 더뎠던 금융업도 이제는 IT 산업처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기술을 지렛대 삼아 소비자의 만족을 추구하는 기업만이 핀테크 시대의 파고를 넘어설 수있다. 기존의 당연한 것에 연연하지 않고, 당연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업들이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프로필] 김 건 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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