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 세무공무원이 됐어도 넷 중 한 명 꼴로 포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은 힘들고, 충원은 안 되는데 희망을 잃은 신입 직원들이 더 나은 여건을 찾아 빠져나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에선 가득 쌓인 세무서 업무량을 줄이고자 충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예산 및 일부 정치권의 반대로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25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7·9급으로 신규 임용된 국세청 세무공무원 중 23%가 임용을 포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된 포기 사유로는 4대 권력기관이란 위상과 달리 하위직은 일은 힘들고, 야근은 잦은 반면, 보상은 적고, 승진은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국세청 소관 세수 규모는 2013년 190.2조원, 2014년 205.5조원, 2015년 208.1조원, 2016년 233.3조원으로 4년간 22.7% 증가했다.
경제성장률에 따른 자연 상승분을 반영한다고 해도 이 수치는 매우 높은 데, 연간 3%씩 4년간 증가했다고 할 경우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세금은 12.6% 정도다. 10%는 제도 변화와 세무공무원의 노력으로 거뒀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인력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국세청 총 정원은 2013년 1만9994명, 2014년 2만72명. 2015년 1만9998명, 2016년 1만9904명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으며, 세무공무원 1인당 거둔 세수는 2013년 95.1억원에서 2016년 117.2억원으로 23.2% 증가했다.
때문에 일선 세무서에선 유능한 신규 직원일수록 개인시간이 보장되는 지방직 세무공무원이나 현저히 높은 보수가 보장되는 공기업으로 이탈하는 사례가 많다고 호소한다. 특히 이중엔 회계사나 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 보유자 및 성적 상위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세무공무원은 “이들이 나가도 충원이 빨리 되질 않아 남아 있는 직원들의 부담이 심하다”며 “유능한 인력이 신입으로 들어와도 언제 나갈지 몰라 불안하고, 남아 있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문제다”라고 밝혔다.
또다른 세무공무원은 “이 문제가 해소되려면, 최소한 증원만이라도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예산한계로 계속 피로만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세청은 이를 해소하고자 내년에 총 331명을 증원하기로 행정안전부와 합의를 본 상황이지만, 이것이 온전히 국회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야권 등 정치권 일각에서 ‘세무조사로 납세자를 억누르려는 것이 아니냐’며 강한 반대입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선 내년도 종교인 과세와 근로·자녀장려금 지급적정성 심사 및 용인 기흥, 대구 수성, 서울 은평, 경남 양산 등 세정수요가 급증하는 지역 관리를 위해 최소한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계속된 업무과중과 유능한 인규인력 이탈도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처럼 일부 직원들에게 야근수당을 지급하며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기보다는 정규업무시간에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늘리고 업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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