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재산 추적자 안원구가 밝히는
권력, 재벌, 세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안원구·구영식 지음 / 이상미디어
‘은닉재산 전문 프로파일러’
그는 국세청 고위공무원이었다. 국세청과 청와대 요직을 두루 거친 촉망받는 인재였으며, 세무 전문가 외에도 국가 경영을 읽는 안목과 경륜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그는 이명박 정권에서 ‘도곡동 땅 실소유주 MB문건’ 관련 정치적 외압으로 야인이 되었지만, 그의 과업은 끝나지 않았다. 별도 지원없이 사비를 털어 최순실 일가의 해외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일이었다. 이제 그는 ‘은닉재산 전문 프로파일러’란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구영식 오마이뉴스 탐사보도팀장과 함께 자신이 몸담았던 국세청에 대해서 냉철한 진단과 개혁의 목소리를 담았다.
저자는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고 ‘적폐청산’과 ‘공정사회 만들기’를 위한 노력이 사회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요즘, 과연 이 땅에서 세금이 공정·공평하게 걷히고, 그 세금이 낮은 곳으로 골고루 스며들 수 있는 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역사 속에서 세금은 항상 민중봉기의 도화선 중 하나로 작용했다. 고려 말기엔 토지세의 문란이, 동학혁명에는 폭압적 세금이, 가깝게는 부마항쟁의 원인 중 하나로 부가세 도입이 꼽히기도 한다.
민중은 공정하고 공평하게 걷고 관리하고 쓰이지 않은 세금에 저항했고, 저항은 세상을 요동치게 했다.
저자가 최순실 은닉재산 추적에 뛰어든 것도 공정한 사회 건설의 전제조건은 조세정의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 비친 국세청은 어떤 모습일까?
월급쟁이들은 매월 ‘유리지갑’을 깨서 갖은 세금을 꼬박꼬박 내지만, 재벌가들과 유력 정치인들의 세금은 월급쟁이와 차원이 다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60억원을 온갖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8조 원에 달하는 재산으로 만들었다. 그가 이 과정에서 낸 상속세는 단 16억원뿐. 어떻게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 가능했을까?
오뚜기가 전 국민으로부터 ‘갓뚜기’라 불리며 칭송을 받는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하다. 오뚜기는 삼성그룹 자산의 242분의 1에 불과하지만, 상속세는 이 부회장의 거의 94배에 달하는 1500억원을 냈다.
그리고 16억원을 8조원으로 불리는 삼성의 ‘불가능한 작전’에는 수많은 변호사와 세무 전문가, 국가 권력, 심지어 국민의 노후를 위해 일해야 할 국민연금공단까지 가담했다.
국가 권력은 재벌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고 그 사이에서 최순실은 사사로운 이익을 취했다. 최순실 일가는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정경유착으로 형성된 수많은 불법 재산을 해외에 은닉하고 그 규모를 키워왔다. 이 역시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진행된 탐욕과 부패, 불의(不義)의 역사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에서 국세청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과연 이 땅에서 공정·공평하게 걷힌 세금이 낮은 곳으로 골고루 스며드는 진정한 조세정의는 실현 가능할까?
안 전 대구청장은 이 책을 통해 국세청이라는 베일에 싸인 조직을 낱낱이 해부한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세무 행정 분야는 그 조직이나 운영에 대한 정보가 베일에 가려 있었다.
“오랜 시간 밀폐되어 있던 옛집의 창문을 활짝 열어 먼지를 털어내고 환기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펴낸다”고 말하는 저자는 권력과 재벌, 세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을 통해 국세청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조세정의와 공정사회를 위한 개혁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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