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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법무법인 율촌 조세쟁송팀장 조윤희

권리 있는 곳에 구제 있다

 

‘세금 때문에 파산한다’는 말은 과장일까? 법무법인 율촌 조윤희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과세당국은 납세자의 기억조차 희미한 과세 건을 조사해 수년치를 한 번에 물린다.

 

실제로 최근 180억원을 기부했다가 6년 만에 140억원 과세폭탄으로 돌아온 수원교차로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세금은 항상 곁에 있지만, 우리는 막상 닥쳤을 때만 그 무거움을 깨닫게 된다.


조 변호사는 20여년 법관생활 중 6년을 재판연구관에 헌신한, 그리고 진지하게 조세소송의 공정성을 견지하는 법조인임과 동시에 납세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 율촌 조세그룹에 합류해 조세쟁송팀을 총괄하며, 납세자 권리구제를 이끌어 온 조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못 한다는 세간의 편견과 달리 중학교 때 미적분을 풀고, 취리히 공대에서 수리물리교육학을 전공한 수학영재였다. 하지만 그조차 세금문제만은 난제였다.


세금 계산보다 상대성 이론이 쉽다고 투덜거린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법무법인 율촌 조윤희 변호사(조세쟁송팀장)에게 조세소송은 자신과 세상을 잇는 최고의 가교인 듯하다.

 

주요 조세소송마다 왕성하게 참여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납세자와 과세당국 양측에 각인시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5월 22일 율촌 본사에서 만난 그는 50대 나이임에도 30대 청년 못지 않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법관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지 갓 1년이 넘었다.


“생생한 현실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로 활동하며 느낀 점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조 변호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사건의 경위뿐 아니라 배후에 숨어있는 생생한 사정까지 접할 수 있었습니다. 사건의 결론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나 문제점도 현실감 있게 됐죠. 그것이 사건의 전반적인 실체에더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됐던 것 같습니다.”


판사의 검은 법복은 그 자체로 제약을 상징한다. 어느 의견에도 물들지 않기 위해선 사건 당사자들과 멀리 떨어져 과세 당국, 납세자 양쪽 모두를 의심해야 한다.


조 변호사는 법관의 위치에선 사건의 전체적인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고 술회했다. 지금은 다르다. 보다 탁 트인 시야에서 재판을 돕는 것. 그것이 변호사가 된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하는 조 변호사의 얼굴에 소탈한 미소가 스쳤다.


조 변호사는 현재 명실상부한 조세소송 전문변호사지만, 처음부터 조세소송에 관심을 둔 것은 아니었다. 대학 때 이태로 교수(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 세법교육의 선구자)의 세법강의를 듣던 시절, 설마 세법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법이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가 조세소송을 접한 것은 2003년 서울행정법원 판사로 부임한 후였다. 판사가 된 지 7년 만이었다.

 

“여러 행정사건 중에서도 조세사건은 특히 ‘법령 해석’이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세소송의 특징에 대해 조 변호사는 법령해석을 이유로 들었다. 잦은 세법개정으로 입법과정에서 미처 예상치 못했던 법률적 문제들이 대거 발생하고, 그러다 보니 법령해석이 쟁점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것이 조세소송의 묘미라고 조 변호사는 단언했다.


“법률가는 누구나 ‘법령 해석’에 관심이 많습니다. 서울행정 법원에서 조세사건을 처리하면서 ‘법령 해석’의 중요성과 매력을 깨닫게 된 이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조세사건을 맡은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법률가로서의 본질 율촌에서 찾았다. 현재 조 변호사가 활동하는 법무법인 율촌은 조세소송에서 매우 특별한 법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이 승소하기도 하지만, 사실심 패소 사건조차 승소해내는 저력 때문이다.


저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대형로펌은 대기업 사건만 맡는다는 인식과 달리 율촌은 중견, 중소기업 사건도 다수 맡고 있다. 이를 통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 내에는 1000만건의 자료가 대기 중이다.

 

단순히 원인과 결과란 단편적 사실만이 아니라 의뢰부터 소송결과에 이르는 모든 말과 행동이 켜켜이 쌓여 있다. 말 그대로 조세소송의 사고(史庫)인 셈이다. 조 변호사는 이 덕분에 율촌이 고객에게 적은 비용으로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며, 사건에 대한 창의적인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다른 율촌의 힘은 ‘법률가의 마을’이란 뜻의 법인명처럼 협업의 문화에서 나온다. 과거 이황과 이이가 거의 40년 터울을 넘어 학자로서 대등한 위치에서 견해를 나누었듯 율촌 사람들은 나이와 경력에 관계없이 소통하는 옛 선비들의 고아한 문화를 지켜나가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 문화가 조세소 송을 석권하는 율촌의 원동력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조 변호사가 율촌을 택한 것도 법률가로서 본질을 추구하는 데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율촌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변호사는 물론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각 사건에 맞는 최상의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전문분야별로 세미나와 소그룹별 미팅을 통한 공유와 협업이 능력을 키우는 큰 자산인 것 같습니다.”


“율촌에 와서야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멋쩍게 미소 짓는 그는 이제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법률가 마을 사람’이었다.


제정 취지가 과세의 기준 비효율적 쟁점, 안타까워


최근 맡은 소송 중 인상적인 사건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조변호사는 평소 마음에 둔 것이 있었는지 선뜻 ‘외국계 은행의 교육세 사건’을 꼽았다.


과세당국은 최근 외국계 은행의 외화파생상품 평가이익에 교육세를 부과했다.


교육세법에 따라 금융사들은 수익금액의 0.5%를 교육세로 내야 한다. 우리 법률에선 수익금액이 무엇인지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는데, 과세당국은 제4조 제1항 제8호의 기타영업수익 및 영업 외 수익을 적용했다.


조 변호사는 이것이 교육세법의 취지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년 전 1억원에 산 주식이 지금은 10억원에 시세를 형성한다고 치자. 비록 내 수중에 현금이 들어오진 않아 실현된 이익은 아니라고(미실현 이익) 하지만, 내 주식의 가치는 10배 올랐기에 장부에 이익으로 적어 둔다.

 

그러나 실제 10억원에 팔릴지는 모르기에 우리 세법에선 실제 매각을 통해 실현된 이익에 과세한다. 파생상품의 평가이익 역시 본질은 유사하나, 속사정은 다르다.

 

이유는 파생상품의 특성상 파생상품의 평가이익이 귀속되는 시점과 대상 등이 복잡한 옵션에 의해 달라지기 때문에 서울행정법원 내에서도 견해가 갈리고 있다.


조 변호사는 “문제는 ‘외화파생상품 평가손익 중 평가이익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어 교육세 과세표준에 포함할 수 있는 지’입니다”며 “서울행정법원의 여러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되어 있고 재판부별로 견해가 갈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판단할 수 있는 잣대는 있느냐고 물으니 그는 “사실 유사한 문제가 과거에도 다루어진 적이 있습니다”라고 귀띔했다.


조 변호사가 준 힌트는 유가증권 평가이익과 지분법 평가 이익에 대한 과거의 법원의 판례였다.


“과세당국은 법령의 조문이 일부 개정된 것을 기회로 과세 처분을 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외환파생상품 평가이익도 지분법 평가이익이나 유가증권 평가이익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과거 법원은 유가증권 평가이익에 대해서 과세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시세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유가 증권(주식)에 과세하면, 중복과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법 평가이익 문제도 유사하다. 지분법 평가이익은 한회사가 자회사에 출자해 확보한 주식의 가치가 올랐을 때 기재하는 장부상 이익이다. 과거 법원은 투자 성과를 가늠하기 위해 산정한 계산상의 가공의 이익이란 점에서 과세가 불가한 내부이익이라고 판단 내린 바 있다.


조 변호사는 파생상품의 평가이익도 그 원래 성질은 내부 이익에 속하는 것으로 그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어 과세하는 것은 교육세 과세의 취지와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계산상의 가공의 이익에 과세하는 것은 세법의 본질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세부적으로 세법의 빈틈을 채워 넣는 것은 옳지만, 세법의 본질을 넘어서면서 과세하는 것은 조세행정의 소모를 야기할 수 있다. 조 변호사는 법률가로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사건을 수행하면서 아쉬운 점은 과거 비효율적인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법원에서 수년 전 정리한 내용인데도 과세당국과 납세자는 다시 대상만 바꾸어 다투고 있습니다. 종전 법원 판단의 취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 그에 바탕한 존중이 합리적인 조세행정의 선결요건임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조세행정 급선무는 ‘정당성’ 확보


조세행정에 대한 그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문뜩 요즘 조세 행정 방향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조 변호사는 약간 생각하는 듯 하더니 “우선 입법절차의 정당성, 예측가 능성, 세무조사의 절차적 정당성의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입법절차 정당성에 대해선 조세정책은 필요에 따라 과세와 감면이 결정되며, 그 판단은 사실상 재정당국에서 내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렇지만 ‘동의 없는 세금은 없다’라는 원칙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 변호사는 강조했다.


“아시다시피 조세는 정책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잦은 개정이 숙명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선 입법과정에서 전 과세체계와의 정합성, 입법 부작용이나 불합리 등에 대해 철저히 검토해야 하고, 이후 각계 전문가와 납세자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 니다. 민주국가에서는 절차적 정의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를 통해 내용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예측가능성에 대해선 법적 안정성을 강조했다. 법체계는잘 짜인 톱니바퀴처럼 법률과 법률간 틈이 없어야 한다.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다면, 납세자와 과세당국 모두 혼란을 겪게 된다.


“예측가능성은 입법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 세법은 그법문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지나치게 해석의 여지가 넓은 경우가 아직도 꽤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 지는 누가 옳은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경우를 다 수용하 도록 법령을 자세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우리 법은 그런 경우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잦습니다. 우리 입법 수준이 더 높아져 그런 경우가 줄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무조사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선 세칙적 규정을 더 엄격히 갖춰 재량권에 대한 논란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에서도 세무조사 재량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우리 법원은 세무조사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하여 상당히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세무조사 실무가 아직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세무조사에 대해선 국세기본법상 총칙적 규정을 두고 있으나, 그 정신이 하위법령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국세기본법의 규정대로 세무조사가 운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 다. 세무조사의 절차적 정당성 분쟁을 최소화하려면, 우리 조세행정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무조사에 관한 규정이 더욱 정비될 필요가 있습니다.”


1시간에 달하는 대담을 마치며, 문뜩 법언 한 마디가 떠올랐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 법을 한자로 풀어보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순리에 따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정의는 순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모든 법조인은 재판정에서 이를 지키겠다는 맹세 하에 법 앞에 선다. ‘앞으로 변호사로서 포부는 무엇인가’란 질문에 조변호사는 담백한 답을 내놓았다.


“변호사로서의 1년은 제게 원점에 서서 바라보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우리의 조세행정과 세법의 현실, 그리고 나아갈 방향 등을 다시 한번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건 속의 사람과 사회배경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계속 살려 납세자의 권리구제와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돕고 싶습니다.”

 

[프로필] 법무법인 율촌 조세쟁송팀장 조윤희
•1967년생 전남 해남 / 광주 광덕고 / 서울대 법대

•사법고시 35회 / 사법연수원 25기

•1996~2000년 전주지법 판사, 군산지원 판사

•2000~2003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 동두천시법원, 연천군법원 판사

•2003~2009년 서울행정법원 판사, 서울서부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2009~2015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2011년 부장판사 승진)

•2015~2016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2016년~현재 법무법인 율촌 조세쟁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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