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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국제원산지정보원장 연임 '졸속통과' 논란…관세청, ‘강 건너 불구경’

‘위상증대’가 연임 사유?…전문가 “경영실적 등 구체적 근거 제시해야”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관세청 잘못이다.” 조세금융신문이 김기영 국제원산지정보원장의 3년 연임안의 문제점을 지적했을 때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실 관계자의 발언이다.


관세청 산하 유일한 공공기관인 국제원산지정보원은 ‘신도 모르는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은 물론 관세청 공무원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국제원산지정보원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가 있다. 바로 국정감사 기간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제원산지정보원은 관세청 출신 ‘낙하산’ 문제와 한선희 전(前)연구개발본부장의 FTA사업본부장 ‘겸직’ 문제를 두고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또한 지난 5월 조세금융신문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국제원산지정보원의 ‘2016년 제2차 임시이사회 회의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김 원장의 3년 연임안이 ‘졸속통과’된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최순실 인사개입’ 의혹과 ‘면세점 논란’으로 관세청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산하 공공기관인 국제원산지정보원 또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2016년 4월 김기영 원장 3년 연임안 통과…‘총 6년 근무’ 예정


국제원산지정보원은 FTA 시대를 맞아 수출입물품의 원산지 정보 수집·분석을 위해 한국관세사회 부설기관으로 2009년 2월 개원했다. 2010년 한국관세사회로부터 독립, 별도의 재단법인으로 등록된 이후 2015년 관세청 산하의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국제원산지정보원은 아직 공공기관다운 체제와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4월 통과된 원장 연임안이다.



2013년 4월 서울본부세관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김기영씨는 퇴임 후 보름 만에 3년 임기의 국제원산지정보원장으로 임명됐다. 2016년 4월 임기를 마친 김 원장의 3년 연임안이 임시이사회를 통과하면서 2019년 4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이로써 김 원장은 총 6년간 국제원산지정보원을 이끌게 됐다.


이사회 회의록에 나타난 김 원장의 연임 사유는 ▲국제원산지정보원 위상 증대 ▲FTA 원산지분야 전문가 ▲지속적이고 원활한 사업추진 등으로 적혀있다.



국제원산지정보원의 한 이사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원장 만큼 FTA 원산지에 대한 식견과 자질을 가진 사람이 우리나라에 없다”며 원장 연임을 두둔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경영실적 제시도 없이 ‘위상 증대’, ‘전문가’라는 추상적 사유로 공공기관 기관장을 연임시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우 연임을 하더라도 보통 1년인데 국제원산지정보원은 3년이나 된다”며 “이는 사실상 재임용과 다를 바 없어 경영실적 등 구체적인 연임사유가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원산지정보원은 2015년 및 2016년 국정감사에서 총 수입액 중 관세청 위탁사업 비중을 낮추고 자체사업 비중을 늘리라는 지적을 받았다.


조세금융신문이 국제원산지정보원의 관세청 위탁사업 비율을 분석한 결과 김 원장 취임 첫 해인 2013년 관세청 위탁사업 비율은 75%로 연임안 통과 직전 해인 2015년(72%)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위탁사업 비율은 79%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국제원산지정보원 매출액은 42억원으로 2013년 48억원에 비해 12%(6억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순이익은 2013년에 비해 28% 줄어든 1억9600만원에 그쳤다.



국제원산지정보원 측은 “정관 규정에 따라 임시이사회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통과됐다”며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제원산지정보원 비상임이사 상당수는 관세청 출신…기관장 견제 힘든 구조


지난해 4월 20일 오전 11시 국제원산지정보원 3층 대회의실에서 2016년 제2차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안건은 김 원장 연임안이었다.


이날 이사회에는 김기영 원장을 비롯해 ▲김진영 이사 ▲서진교 이사 ▲박병진 이사 ▲정재호 이사 등 총 5명이 참석했고 ▲정재완 이사 ▲이진면 이사 ▲조원길 감사는 불참했다.


김 원장이 직접 출석한 연임 안건은 40분 만에 통과됐지만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는 ‘비상임이사’들을 앞세워 졸속으로 통과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철 연구실장은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통상 기관장이 임명하는 기타공공기관 비상임 이사들의 경우 안건에 반대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관세청 출신이 다수인 비상임이사들을 앞세워 ‘임원추천위원회’나 ‘기관장 공모’ 등을 거치지 않고 단독 후보인 원장 연임안을 통과시킨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관장 선임 시 임원추천위원회 등을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대부분의 내용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만 해당되며, 국제원산지정보원과 같은 기타 공공기관에는 적용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에서 시행하는 ‘기관장공모’라든지 ‘임원추천위원회’ 규정을 기타공공기관에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실 관계자 또한 “임원급 선임은 공개채용·외부추천 등과 같이 투명하고 합리적인 인사시스템을 구축해 채용·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상임이사는 ‘비상임’이란 명칭 그대로 직접 기관 운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 전문성을 가지고 기관의 경영 활동을 감시·견제하고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본래 취지다.


하지만 국제원산지정보원은 관세청 출신 비상임 이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감시·견제가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인천지역 A관세사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국제원산지정보원 비상임 이사들의 경우 전직 관세청출신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비상임 이사의 원래 목적인 기관장 견제 기능을 달성하기 힘든 구조”라고 꼬집었다.


현행법상 김 원장의 3년 연임안 통과가 위법은 아니지만 임시이사회 회의록에 나타난 비상임 이사들의 ‘찬양일색’ 발언요지를 볼 때 ‘거수기 통과’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제원산지정보원 측은 “김 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이사 전원은 ‘비상임 이사’로서 1년에 1~2번 이사회 회의 시 투표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출석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인사추천위원회 등을 거치지 않은 것은 정관에 규정이 없기 때문이며 추후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원장이나 이사들이 이와 관련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느냐’는 본지의 질문에 국제원산지정보원 측은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흐렸다.


국정감사서 ‘낙하산’ 및 본부장 ‘겸직 문제’ 지적에‘ 모르쇠’ 일관


국제원산지정보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관세청 출신 ‘낙하산 문제’와 한선희 연구개발본부장의 FTA사업본부장 ‘겸직 문제’를 두고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국제원산지정보원은 연구개발본부장이 FTA사업본부장도 동시에 맡고 있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태”라며 “임원은 이사회에서 선임이 되는데 본부장 인사 관련 이사회 소집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올해 3월 초 공석이었던 국제원산지정보원 FTA사업본부장에 김정곤 전 김포세관장이 임명됐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이후 6개월이 지나 임원급 인사가 단행된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개발본부장인 한선희 본부장이 퇴임하면서 새로 임명된 김정곤 FTA사업본부장이 연구개발본부장직을 다시 겸직하게 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정감사 지적사항에 대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제원산지정보원 측은 “한선희 연구개발본부장의 후임을 찾아보고 있다”며 “계속 공석으로 비워두지 않고 곧 인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지의 ‘한선희 본부장 임기는 정해져 있었으므로 미리 후임자를 물색하고 퇴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국제원산지정보원 측은 “본부장은 원장이 임명하는 것이며, 후임채용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실 관계자는 “FTA사업본부장에 또다시 관세청 출신 전직 세관장이 임명된 것은 전형적인 관피아 인사”라고 지적하며 “국제원산지정보원은 현재 전문위원 1명과 함께 간부 4명 중 2명이 수개월째 공석 상태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한미 FTA 개정협상, 중국의 사드로 인한 경제보복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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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법무법인 율촌 조세쟁송팀장 조윤희
‘세금 때문에 파산한다’는 말은 과장일까? 법무법인 율촌 조윤희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과세당국은 납세자의 기억조차 희미한 과세 건을 조사해 수년치를 한 번에 물린다. 실제로 최근 180억원을 기부했다가 6년 만에 140억원 과세폭탄으로 돌아온 수원교차로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세금은 항상 곁에 있지만, 우리는 막상 닥쳤을 때만 그 무거움을 깨닫게 된다. 조 변호사는 20여년 법관생활 중 6년을 재판연구관에 헌신한, 그리고 진지하게 조세소송의 공정성을 견지하는 법조인임과 동시에 납세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 율촌 조세그룹에 합류해 조세쟁송팀을 총괄하며, 납세자 권리구제를 이끌어 온 조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못 한다는 세간의 편견과 달리 중학교 때 미적분을 풀고, 취리히 공대에서 수리물리교육학을 전공한 수학영재였다. 하지만 그조차 세금문제만은 난제였다. 세금 계산보다 상대성 이론이 쉽다고 투덜거린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법무법인 율촌 조윤희 변호사(조세쟁송팀장)에게 조세소송은 자신과 세상을 잇는 최고의 가교인 듯하다. 주요 조세소송마다 왕성하게 참여하며, 자신의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