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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희 시대’ 국세청 5대 과제…해결 없는 변화 없다

인력증원·세수확보·탈세차단·비권력화·공정인사

새로운 시대는 언제나 새로운 과제에서 시작한다. 국세청은 지난해 233조원을 거두어 역대 최대의 세수호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정부는 불거진 가계부채와 늘어나는 복지수요로 인해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 확정재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세청은 재정의 원동력인 세금을 징수하는 국가 최고, 최대의 전문기관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세청은 개인 사업자들의 반대를 뚫고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를 추진해야 하며, 점점 교활해지는 탈세자들을 차단해야 한다.

 

권력의 외압을 견뎌야 하고, 내부차별을 철폐해야 한다. 무엇 하나 쉽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없는 부분이 있다. 이 과제들이 새 시대를 향하는 국세청의 새로운 출발선이란 것이다.

 

① 세원은 점증, 인원은 제자리
지난 6월 27일 국세청은 국정기획자문위에 4년간 6000명을 증원하는 안건을 제출했다.

 

2012년 192조원에서 머뭇거리던 세수가 2015년 208조원을 넘어섰고, 2016년엔 233조원을 돌파했다. 종합소득세 납세자가 2012년 559만명에서 2015년 619만명으로, 법인세 납세자가 같은 기간 48만개에서 59만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인원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공무원 조직 감축을 추진했 고, 박근혜 정부는 통합정원제 하에 같은 기조를 이어갔다.


그 결과 2007년 당시 2만21명이었던 국세공무원은 2015년 1만9998명으로 소폭 줄었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 3176명의 국세청 공무원을 늘린 것과 대조적인 일이다.

 

참여정부 시절 국세청 소관세수는 2002년 97조원에서 2007년 153조원으로 올랐다. 국세청 공무원들은 이에 대해 지난해 233조원이란 사상 최대 세수실적을 올린 데에는 참여정부시절 증원된 인력 덕이 크다는 점을 서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국세청은 한계가 드러났다고 말하고 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두 배 이상 처리량이 늘어난 근로·자녀장 려금, 탈세제보 처리인원, 매년 늘어나는 민원·상담, 세무조사 및 역외탈세, 내년 시행 예정인 종교인 소득과세, 공익법인 관리 등 새로운 과제를 위한 새로운 인원과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② 반발 앞둔 부가세 대리징수·법인 성실신고확인제

탈루세금 징수 연 4.5조원…확신 없는 국세청
문재인 정부는 공약달성을 위한 소요재원을 5년간 총 178 조원, 연평균 35.6조원으로 추정했다. 이중 탈루세금 과세강화 부문에선 5년간 29.5조원, 연평균 5.9조원의 성과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2022년까지 연간 4.5조원씩 총 22.5조원을 걷겠다고 보고 했다. 공약에서 7조원정도 물러난 수치다.


그럼에도 관련 보도가 나오자 6월 28일 이례적으로 해명자료 배포를 통해 “보고한 것은 맞으나, 그렇게 걷기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세수추계는 국세청 소관업무도 아니라 정확하지 않고, 세수는 경제가 성장한 만큼더 거두는 것이지 국세청 마음대로 세수를 늘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6000명의 인력증원을 요구할 때와는 정반대 분위기지만, 아주 일리가 없는 변명은 아니다.

 

전 정부에서 3년간 세수호황이 벌어진 건 법인실적 호전도 있었지만, 대출규제 완화로 인한 단기 부동산 경기부양정책으로 인해 양도소득세 세수가 늘어난 탓도 컸다.

 

국회 예산정책처 연구자료에 따르면, 자산시장이 1 성장할 때 세수는 2.2 늘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세수를 기대하긴 어렵다. 부동산 규제 강화를 강화해 자산거품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꺼낸 해답은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와 법인 성실신고확인제다. 부가세는 최종구매자가 구입가의 10%를 부담하는 것으로 현재는 판매자가 판매 시 가격에 10%를 더 붙여 받아두었다가 1년에 네 번 정해진 시기에 국세청에 신고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자들 사이에선 부가세를 탈루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현금매 출을 통해 아예 거래가 없었던 것처럼 속이거나, 신고납부시점 직전에 고의적으로 폐업하는 식이다.


부가세 대리납부제는 이를 원천차단한다. 현재 탈루가 발생 하는 이유는 판매자가 납부 때까지 구매자가 낸 부가세를 대신 맡고 있기 때문인데, 대리납부제는 구매자가 결제 시 카드를 사용했을 경우 맡을 기회를 전혀 주지 않는다.

 

카드사에서 결제대금의 부가세분을 빼 국세청으로 보내고, 나머지 대금만 사업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2015년 하반기 국세행 정개혁위에선 대리납부제를 부가세 탈루를 막을 가장 완벽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사업자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구매자가 낸부가세를 납부시기까지 대신 맡아두고 있는 기간 동안 사업 자들은 이 돈을 그냥 금고에 넣어두는 게 아니라 사업자금으로 쓰면서 일종의 기회비용과 이자수익효과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이런 혜택을 준 것은 판매자가 구매자가 낼 부가세를 모아 한꺼번에 납부해 국세행정에 기여했기 때문이었지만, 카드사를 통해서 바로 징수할 수 있게 되면, 그럴 혜택을 줄 명분이 사라진다.


법인 성실신고확인제도도 뜨거운 이슈다. 이는 내용은 매우 간단한데 사업자가 세금신고 시 그 내용이 적절한지 전문가(세무대리인)가 판단해 그 확인서를 국세청에 제출하는 제도다. 위반 시 가산세가 부과되는 만큼 사업자의 주의의무도 강화된다. 현재는 일정 규모 이상의 개인사업자 등에 적용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를 감사보고서 제출 제외대상인 연매출 100억원 미만 법인사업자에 적용할 계획이다. 사업자로선 국세청 외에 또 다른 채점자가 있는 셈이라 부담이 적지 않다는 입장인데, 세무대리인의 ‘확인’이 포괄위임·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는 준 세무조사란 주장을 내놓고 있다. 쉽게 추진할 수 없는 두 제도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국세청은 두 제도 시행시 증대 가능한 세수를 연간 1.4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이 국정기획위에 제출한 연평균 4.5조원의 목표치에서 3.1조원 부족한 수치다. 그나마 부가세 대리징수제의 경우 유흥업소부터 선별적,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어서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3.1조원에 대해 국세청은 뚜렷한 대안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6월 26일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이를 추궁했고, 한승희 국세청장은 성실신고 지원을 꺼냈지만, 유 의원은 “그건 전 정부에서도 이미 시행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성실신고지원에 의한 추가세수증대효과는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③ 상반된 목표와 딜레마 조사강화와 납세자 권익보호
국세청이 탈루세원강화에 대한 방안을 말하지 않는 동안, 개인사업자와 법인들 사이에서 ‘옥죄기 식 세무조사가 시작 되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출범 직후 지하경제 양성화란 명분에 의해 대폭 강화된 세무조 사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무조사를 통해 세수확대를 달성하는 건 어렵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3년 소득세 세무조사 대상인원을 4392명으로 전년대비 3.7% 줄었다. 추징액은 전년대비 17.4% 늘어난 1조100억원에 달했는데 이후 세무조사 강도가 과도하다는 비판에 대상인원을 2014년 4264명, 2015년 4108명으로 줄였지만, 추징금액은 9500억원, 9100억원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법인 부문 세무조사는 계속 증가추세였다. 2012년 세무조 사대상 법인은 4549개, 추징금액은 4.9조원이었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조사대상 법인은 5128개, 추징금액은 6.6조 원으로 대폭 늘었다. 하지만 2014년 8월 취임한 임환수 전 국세청장은 전체 세무조사건수를 줄이겠다고 하면서도 조사대상 법인 수는 2014년 5443개, 2015년 5577개로 계속 늘려나 갔다.

 

반면 추징실적은 2014년 6.4조원, 2015년 5.5조원으로 줄었는데 세무조사 효과가 반감된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정부는 2012년 조사대상 4154곳에서 7200억원을 거두었다.

 

그러나 매년 조사대상과 추징세액의 감소로 2015년엔 3075곳에서 4200억원을 징수하는 데 그쳤다. 강화된 조사행정은 강화된 반발을 야기했다. 불복청구 환급액은 2012년 1조원에서 2015년 2.5조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2016년 1.7조원 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2012년보다 높은 수준이며, 이는 고스란히 국고의 손실을 뜻한다.
국세청도 세무조사를 통한 세수증대효과는 제한적이란 것을 알고 있다. 대신 국세청은 ‘포렌식’을 통한 조사 정교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들은 회계장부를 ERP 등 전산데이터로 관리하는 데 조작, 인멸 등이 모두 전산에서 이뤄진다.

 

포렌식은 이 전산망에서 탈루증거를 찾아내는 기술로 미국 국세청은 아예 포렌식 전문기관을 산하에 두고 있다. 우리 국세청의 경우 약 70~80명의 인원을 배치하고 있지만, 예산은 교체나 업데이트 정도 시 필요한 수준만 지원돼 추가지원이 필요하다.


또 다른 측면에선 세무조사 시 납세자권익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간편세무조사 등을 통해 영세납세자 부담을 줄이고, 규정준수를 통해 납세자 권익침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까지 세무조사 등에 대한 납세자 권익보호는 사실상 국세청의 관리하에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권익보호를 위해 설치된 납세자보호위원회가 국세청에 유리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상당했고, 세무조사 중지, 조사반 교체, 조사반 징계요구권 등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었기 때문이다.


현재 납세자보호위원회는 지방청과 세무서에만 설치돼 있는데 국세청은 앞으로 이를 본청에 설치하고 하위기관심의 내용에 대해 재심청구권을 부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본청 납보위의 강력한 점은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을 전원 외부전문가로 구성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그간 소극적으로 운용했던 조사반 징계나 조사중지 등의 권한을 사용할 수있다. 그리고 이는 세무조사반의 부담증가를 의미한다.


④ 정치적 세무조사의 낙인 ‘안 됩니다’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국세청
지난 6월 26일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한승희 국세 청장 후보자에게 ‘조세행정서비스의 수장이 될 것인가, 권력의 칼이 될 것인가’란 문구가 제시됐다.

 

이날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보도 후 세계일보가 세무조 사를 받았던 것과 관련 조한규 사장이 언론탄압이라고 진술한 사실을 지적했다. 같은 당 박주현 의원은 2014년 6월 대우 조선해양 세무조사 관련 조 단위 분식회계가 발생한 대우조 선을 국세청이 검찰고발 하지 않은 건 대주주인 산업은행, 산업은행 뒤의 청와대를 의식한 봐주기 조치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2008년 태광실업 회장에게 국세청이 세무조사의 촉을 돌려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란 비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청장은 “국세행정 외 세무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드린다”고 답변했다.
정치적 세무조사는 국세청의 지울 수 없는 역사다.

 

정권보복차원에서 진행된 국제그룹 세무조사와 명성그룹 세무조사, 1997년 이회창 대선후보의 대선정치자금을 위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빌미로 돈을 뜯어낸 세풍사건 등으로 인해 국세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의 시녀로서 의심을 받았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최소한 아직까지는 국세청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됐다는 것은 의심받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저항한 사례도 있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자신의 뇌물수수 사건재판에서 이같은 정황을 전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미용시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의사 김영재 씨의 특허분쟁을 위해 임환수 당시 국세청장 에게 경쟁업체 세무조사 자료를 요청했다.

 

전임자인 김덕중 전 국세청장이 박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려 밀려났다는 의혹이 아직 관가에 남아 있던 시점이었다. 안 전 수석에 따르면, 임 청장은 “법 절차상 안 된다”며 거절했다. 해임을 각오한 것이었다.

 

세무조사와 정치가 접목되는 순간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새 정부에선 달라진 국세청이 되어야 한다는 당부가 당부로만 끝나야 하는 이유다.

 


⑤ 출신의 카스트 ‘비고시·호남·비조사국’
어느 조직이나 하급자보다 상급자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압정형 구조로 불릴 정도로 상급자의 수가 적다. 2만여 직원 중 관리자급인 서기관 이상 공무원은 1.3% 밖에 미치지 못한다. 복수직 서기관까지 합쳐도 2%도 안 된다. 전체 직원 중 92.3%가 6급 이하 직원들이다.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2017년 3월 13일 기준 중앙행정기관 직급별 정원현황에 따르면, 국세청 정원 1만9949명 중 고위공 무원단은 36명, 부이사관은 20명, 서기관은 206명, 복수직 서기관은 135명, 사무관은 1132명, 6급 4531명, 7급 4509명, 8급 5172명, 9급 4200명이었다.


고위직 등용문은 비고시 출신일수록 더 좁다. 고위공무원단 36명(조세재정연구원 고용퇴직 경우는 제외) 중 비고시 출신 인물은 4명으로 11.1% 수준에 불과하다. 이중 공채 출신은 5.6%로 뚝 떨어진다. 2010년 당시 행정고시 출신 고위 직은 43%, 공채 출신은 28%로 1.5대 1의 구성비를 유지했던 것과 비해 크게 달라진 풍경이다.


다만, 행정고시는 애초에 그 취지가 고위간부를 만들기 위함 이고 공시 등 비고시는 현장인재를 육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5급에서 시작하는 행정고시와 7~9급에서 시작하는 비고시와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비고시의 고위직 등용문이 대폭 축소될 요인이 존재한다. 행시 기수별 인원은 행시 32회 2명, 행시 33 회 1명, 행시 34회 2명이지만, 이후 기수부터는 행시 35회 5명, 행시 36회 10명, 행시 37회 11명, 행시 38회 14명, 행시 39 회 6명, 행시 40회 4명, 행시 41회 12명, 행시 42회 7명, 행시 43회 6명, 행시 44회 6명 등으로 기수별 일정규모 이상 유지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보통 지방청장급은 1년 정도 맡으면 퇴임하게 되는데 만일 어느 한 명이 2, 3년 장기집권을 하게 되면, 비고시 등용의 문은 더욱 좁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산하 모 기관 에선 이로 인해 비고시 학살이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다른 카스트는 지역 편중인사다. 고위공무원(조세재정 연구원 고용퇴직인원 포함)들의 출신을 살펴보면, 영남이 43.2%(16명), 충청이 18.9%(7명), 호남이 16.2%(6명), 경기 13.5%(5명), 서울 8.1%(3명)로 영남이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국세청 인력 구조상 영남인원이더 많다”고 답하긴 했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단 한 차례도 호남인사가 고위공무원 가급(1급)으로 발탁된 사례가 없었다는 점은 이상하다.


영남만이 아니라 충청이나 강원, 경기에서도 가급 고위직을 배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남 배제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호남인사들은 모두 고위공무원 나급(2급)에 머물러야 했으며, 실력과 행정고시 기수로 볼 때 가급의 자격이 있다고 여겨지는 인물들도 개인사정을 이유로 석연치 않게 물러나야만 했다.

 

차기 국세청장 후보직이라는 국세청 본청 조사국장 보직 에서도 호남출신은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국세청 51년사에서 호남출신 본청 조사국장은 김대중 정부 5년 간 단 세 명만 배출됐다. 한 퇴직 국세공무원은 “능력이 있더라도 호남인사는 고위직 승진가기도 전에 쳐내 승진대상자 자체가 없었다”라며 “광주청장 승진까지가 한계였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조사국 중심의 인선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국세청의 수장인 국세청장의 경우 대부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에서 국장직을 수행한 후 본청 조사국장을 거쳐 국세청장이 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10대 임채주 청장부터 22대 한승희 청장까지 외부출신 2명을 제외한 11명의 국세청 내부출신 국세청장 중 조사국장을 역임한 사람은 10대 임채주 청장, 13대 손영래 청장, 16대 전군표 청장, 17대 한상률 청장, 19대 이현동 청장, 21대 임환수 청장, 22대 한승희 청장까지 총 7명 이다.


주목할 점은 국세청장 경력에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이나 고위공무원으로서 청와대 경력의 고리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22대 한승희 국세청장과 21대 임환수 국세청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조사통으로 서울지방국세청 1국장과 4국장을 역임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 19대 이현동 청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을 마친 후 청와대 파견근무를 거쳐 조사국장에 올랐다.

 

노무현 정부에서 17대 한상률 청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을 거쳐 국세청 조사국장이 됐으며, 16대 전군표 청장은 대통령 인수위에 파견경력이 갖췄다. 국세청 외부에선 이같은 조사국 편중이 납세환경에 대한 이해도를 낮출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조사통들은 조사행정 차원에서 납세현장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어 각 경제단위가 처한 상황을 잘 모르는것 같다”며 “국세청이 징수행정에서 납세서비스로 기조가 바뀌는 만큼 다양한 경험을 갖춘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내부에선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행정은 크게 징수, 탈루방지로 나뉘는데 징수는 다소 절차적인 부분인 반면 탈루방지는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검증하는 단계인 만큼 조사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며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 국세청들도 조사의 비중이 적지 않다고 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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