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게임 개발 발표를 앞두고 일정기간 장시간 야근업무에 돌입하는 IT업계 노동 관행 ‘크런치 모드’로 인해 사망한 IT업계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지난 2016년 넷마블 소속 자회사에서 일하다 사망한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낸 유족급여 청구가 지난 6월 ‘업무상 재해’로 승인된 사실을 공개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의 자료에 따르면 넷마블 네오에서 게임개발 업무(클라이언트 프로그래밍)를 담당한 A씨는 지난해 11월 심장동맥경화(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으며 연령‧업무내용‧작업환경‧근무관련자료‧재해조사서 등 관련자료 일체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질판위는 A씨가 발병 전 12주 동안 불규칙한 야간‧초과근무가 지속됐고, 발병 4주 전 1주간 78시간, 발병 7주 전 1주간 89시간의 근무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20대의 젊은 나이인 A씨의 건강검진 내역상 특별한 기저질환도 확인할 수 없는 점을 검토할 때 고인의 업무와 사망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게임개발 등 IT업계 관행인 소위 ‘크런치모드’(게임 출시와 업데이트를 앞두고 숙식 등을 모두 회사에서 해결하는 초장시간 노동을 의미)가 결국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불러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A씨 유족측이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질판위와 마찬가지로 초장시간 근무가 확인됐다. 문제가 된 지난해 9월‧10월은 빌드주간(게임개발의 중간점검을 하는 기간)으로, 10월 첫 주에 95시간 55분, 넷째 주에 83시간 4분이나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고인인 A씨는 사망 당일인 일요일에도 가족에게 회사로 출근한다고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인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씨는 “현재 넷마블 근무 노동자 뿐 아니라, 그 사이 넷마블에서 근무하다 이직‧퇴직한 근로자들도 건강 문제를 경험했거나 현재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 명의 사망, 한 명의 산재 승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다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16년 넷마블에서 사망한 다른 근로자 사례 2건에 대한 과로사 여부 추가 조사 ▲지난 3년에서 5년간 넷마블 근로자에게서 발생한 뇌심혈관질환 질환에 대해 산언안전보건법상 보건진단 및 역학조사 실시 ▲넷마블에서 근무하다 이직‧퇴직한 노동자 중에도 과로로 인한 질병사례 조사 ▲중대 건강유해요인인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결국 업계의 잘못된 노동관행인 크런치 모드가 사람을 잡았다”며 “그 동안 사망과 업무 사이의 연관성을 부정해 온 넷마블 측은 유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게임업계 등 IT 업계의 즉각적 크런치 모드 중단”을 호소했다.
그는 주무부처인 노동부에 대해서는 ‘크런치 모드’에 대한 강력한 단속 요청과 IT업계 장시간 노동관행에 대한 현행 1년 수시감독에서 3년 특별근로감독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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