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사건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 관계자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검찰 조사 당시 진술을 잘못했다며 일부 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도 조사 당시 발언 중 일부를 뒤집었다. 이 상무는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검찰은 이날 이 상무에게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정윤회가 힘을 잃고 최순실이 전면에 등장했고 최씨가 김종 차관 배후라는 소문이 돌아 체육계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알았다고 진술했는데 사실대로 진술한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상무는 “해당 부분은 소문을 들은 것이어서 사실을 확인하거나 안다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다”고 답변했다.
검찰이 계속 “소문을 들은 건 맞냐”고 질문하자 이 상무는 “들은 것도 같기도 하고, 안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진술조서를 미처 제대로 확인 하지 못한 불찰이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에 이어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측도 “그런 소문을 들은 것이 맞냐”고 재차 묻자 이 상무는 “진술은 그렇게 했지만, 승마협회 부회장인 제가 모른다고 하기도 좀 그래서…”라며 말문을 흐렸다.
이어서 이 상무는 “특검 조사 당시 독감을 지독하게 걸려서 조사 받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며 진술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를 변명했다.
이 상무가 증언 발언을 한 후 증언에 나선 임대기 제일기획 대표도 특검 당시 진술을 번복했다.
임 대표는 특검 조사 때 “지난 2015년 1월 P호텔 일식당에서 김종 차관을 만나 함께 식사했다”고 진술했으나 이날 법정에서는 “법인카드 사용내역서를 확인해보니 1월 P호텔에 간 기록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특검은 당시 조사 후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승마협회장에 내정된 이후 장충기 사장 지시로 임 대표가 박 사장과 함께 김 전 차관을 만난 것으로 추정했다.
재판부는 임 대표에게 “특검 조사 때는 그런 생각이 나서 진술을 한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그는 “특검이 날짜를 특정해서 물어보고, 장충기 사장이 그걸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그럴 수 있겠다’해서 진술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삼성 후원금 관련해서도 진술이 달랐다.
재판부는 임 대표에게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이 영재센터 후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청와대(BH) 관심사항’이라는 말을 했는가”라고 질문하자 그는 “당시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검찰이 “청와대 관심 사항이라는 이야기를 못들었느냐”고 계속 묻자 임 대표는 “1차 지원 당시에는 못들었으나 2차 지원 때는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 조사 당시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지난 2015년 8월 20일 김 전 차관에게 ‘영재센터는 청와대 관심사항’이라는 말을 듣고 이 상무에게 영재센터 측을 만나 후원금 지급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날 지난 2016년 2월 15일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3차 독대를 전후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8차례 차명폰으로 통화한 사실 파악해 통화내역을 전날인 10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지난해 3월 14일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독대 당시에도 11차례나 통화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특검팀은 해당 사안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을 독대해 영재센터‧K스포츠재단의 지원을 요청한 뒷배경에 최씨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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