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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 장부의 과세관청 내 임의보관 규정 폐지 필요성

세법을 읽다보면 원칙과 예외(단서)가 혼재되어 있는 규정이 많다. 상식적으로 보면 원칙과 예외의 비율이 99 : 1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칙과 예외가 1 : 99일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럴 때에는 차라리 예외를 원칙으로 하고 원칙을 예외로 바꾸어야 한다. 그게 상식이다.

 

세무조사 대상인 납세자의 장부 등을 ‘납세자의 동의하에’ 세무서에 끌어다 보관하고 세무조사를 하는 ‘임의보관’ 규정이 그 대표적이다. 종전에 ‘영치조사’, ‘특별조사’, ‘심층조사’, ‘장부예치’ 등으로 사용된 용어인데, 정치적 목적의 세무사찰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있다고 해서 임의보관으로 대체되었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10 【장부·서류 보관금지】에 따르면, 세무공무원은 세무조사의 목적으로 납세자의 장부 등을 세무관서에 임의로 보관(임의 보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납세자의 권리보장을 위해서는 당연히 그렇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단서조항을 보면 납세자가 동의한 경우에는 임의 보관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말은 그럴듯한데, 현실은 거의 ‘어린아이 팔목 비틀기’나 다름없다.

 

생각해보라. 세무조사요원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정신이 없는 판에 그리고 세무조사가 주는 강박상황에서, 세무공무원이 납세자에게 ‘해당 장부 좀 세무서 조사과에 세무조사 끝날 때 까지 임의 보관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문의한다면, 어느 납세자가 이를 거절할 수 있을까. 자칫 밉보였다간 엉뚱한 불통이 튈 것을 염려하여, 대부분 자포자기 심정으로, 일시보관 동의서에 서명날인하고 만다. 법 형식상 임의제출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정은 반 강제적인 성격이 많다고 본다. 사정이 이렇다면 원칙과 예외가 뒤 바뀐 것이다. 임의 제출한 것도 그 임의성에 대한 논란은 끝이지 않는다.

 

한국 까르푸의 조세포탈 사건과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3도11233, 2016.3.10.)를 보면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 질 수 있으므로,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납세자가 세무공무원에게 USB를 임의로 제출하였는지 여부인데 그 임의성을 해당 검사가 입증하지 못하여서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던 것이다. (위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규정된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명시적으로 부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로 보인다)

 

물론 악덕 사채업자 등 악의의 납세자가 실제 존재하고 있고 이들이 저지른 이중장부의 작성 등 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부정행위(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6항 각 호 규정)」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부 등의 임의 보관 행위는 금지되어야 한다. 납세자 권리보장을 위해서다.

 

따라서 국세기본법 제81조의10 제1항에 규정된 임의 보관 단서규정을 삭제되어야 한다. 그 대신 세무조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조세범처벌절차법 제8조 및 제9조의 규정에 따라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집행하여야 한다. 장부를 압수하여 분석하기 전에 어떻게 납세자가 부정행위를 저지는지를 알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와 같은 현실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선진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실체법의 선진화 못지않게 성실납세자의 권리가 철저하게 보장되는 절차법의 선진화도 필요하다.

 

과세관청도 세무조사 관련 절차규정이 투명해야 제3자로부터 세무조사가 정치사찰이니 뭐니 하는 불필요한 비난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있다.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따라 세무조사했다는데, 대한민국 국민 중 누가 비난을 할 것인가

 

안창남
• 강남대학교 세무학 전공교수
• 파리제2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 월드텍스연구회 회장
• 한국세무사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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